▲ 짧은 동영상이 아동의 뇌와 행동 발달에 미치는 영향 [사진=게티이미지]
뇌과학을 기반으로 학제간 융합 흐름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인간의 마음과 행동 변화를 탐구하는 신경과학과 상담 코칭 영역이 만난 뉴로카운슬링neurocounseling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브레인》지가 사단법인 브레인트레이너협회와 함께 기획한 ‘뉴로카운슬링’ 코너. 이번 호에는 멘탈헬스케어 전문기업 ㈜옴니씨앤에스 교육연구센터 임은조 센터장에게 숏폼 영상이 아동의 뇌와 행동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듣는다.
반복되는 짧은 자극에 익숙해지면서 발생하는 신경발달 문제
최근 학교 현장, 아동·청소년 상담기관, 그리고 부모 상담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되는 공통된 호소가 있다. “아이들이 예전보다 오래 집중하지 못한다”, “무엇을 하든 금방 산만해진다”, “조금만 지루해지면 자극을 찾는다”는 토로는 더 이상 일부 아이의 성향이나 훈육 문제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이는 아동을 둘러싼 환경적 변화, 특히 주의(attention)와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이 발달 중인 두뇌가 어떤 자극 패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왔는지와 깊이 연결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형성된 디지털 환경의 핵심에는 짧고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숏폼 영상 콘텐츠(short-form video)가 있다. 유튜브 쇼츠,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와 같은 플랫폼은 15초에서 1분 이내의 영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구조를 가지며, 사용자는 의도적인 선택이나 인지적 노력 없이도 다음 자극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 방식은 단순한 미디어 사용 습관을 넘어, 주의와 실행 기능이 발달 중인 두뇌에 특정한 자극–전환–보상 패턴을 학습시키는 환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아동·청소년의 스크린 노출 증가가 주의력, 충동성, 자기조절과 연관될 수 있음을 보고한 연구들은 꾸준히 제시되어 왔다(Lissak, 2018). 또한 디지털 미디어 사용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할 때 단순한 ‘중독’ 낙인보다는 정의, 측정, 발달적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Christakis, 2019).
이러한 결과는 숏폼 영상이 곧바로 ‘뇌 손상’을 유발한다는 단순한 인과 해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반복적이고 고강도의 짧은 자극에 익숙해진 두뇌가 읽기, 문제 해결, 정서 조절과 같은 느리고 지속적인 인지 활동을 상대적으로 더 부담스럽게 느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이는 상담과 교육 현장에서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신경발달적 이슈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숏폼 영상 소비 환경이 아동의 뇌 기능과 행동 조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뇌과학적 근거와 EEG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실제 상담 장면에서 뉴로카운슬링이 어떻게 개입하고 조율할 수 있는지를 아동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숏폼 영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 EEG 연구를 중심으로
Yan 등(2024)은 모바일 숏폼 영상 사용의 ‘중독 성향’을 설문(MPSVATQ)으로 평가하고, 주의 네트워크 검사(Attention Network Test)를 수행하는 동안 EEG를 기록하여 숏폼 사용 성향과 주의 기능 관련 신경 지표의 연관성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숏폼 영상 중독 성향 점수가 높을수록 전두 및 전전두 영역에서 실행 통제(executive control)를 반영하는 세타 지표가 낮게 나타나는 상관관계가 보고되었다(Yan et al., 2024).
이 결과는 단순한 주관적 집중 저하를 넘어 갈등 해결, 억제, 자기조절과 같은 실행 기능 과정에서 동원되는 신경 자원의 효율이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해당 연구는 단면적 상관 연구로, 숏폼 영상 사용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어떤 사용 경향이 어떤 신경 반응 특성과 함께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근거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Yan et al., 2024).
이러한 EEG 기반 결과는 기존의 행동 연구들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높은 집단일수록 주의 통제 능력이 낮게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으며(Ophir et al., 2009), 스마트폰 사용 습관 전반이 인지 기능과 연관될 수 있다는 점도 반복적으로 제시되어 왔다(Wilmer et al., 2017).
숏폼 콘텐츠의 또 다른 특징은 매우 빠른 콘텍스트 전환(context switching)이다. 이와 관련해 숏폼 영상 피드 환경에서의 빠른 전환이 전망 기억(prospective memory), 즉 ‘나중에 해야 할 일을 기억하고 실행하는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보고한 연구도 있다(Chiossi et al., 2023).
이는 해야 할 과제의 의도를 유지한 채 방해 자극을 견디고 다시 과제로 복귀하는 과정, 곧 실행기능의 핵심 요소가 숏폼 환경에서 더 큰 도전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종합하면, 숏폼 영상 환경은 주의·기억·실행 기능이 발달 중인 두뇌에 즉각 반응과 빠른 전환에 최적화된 학습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병리라기보다 환경 적응의 결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통제로 상황을 바꿀 수는 없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집중을 못해요.” 부모들이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꺼내는 말이다. 이 말은 비난이라기보다 이해할 수 없다는 당혹감에 가깝다. 여기서는 이러한 호소를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초등학교 3학년 남아 E군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E군(9세, 초등학교 3학년)은 어머니와 함께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이 열리자 나는 늘 그렇듯 “어서 와요, 반가워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E군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두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고, 엄지손가락은 쉼 없이 화면을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는 짧은 영상이 자동으로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이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인사해야지.” E군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고개만 아주 작게 끄덕였다. “그만 좀 해라.” 어머니의 조금 더 강해진 말투에도 E군은 반응하지 않았다. 눈과 손이 스마트폰에 고정된 채로, 마치 상담실이라는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의자에 앉을 때조차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았다.
아이가 자리에 앉은 뒤 다시 한번 말을 건넸다. “반가워.” 이번에도 스마트폰을 보며 고개를 약간 끄덕였을 뿐 눈맞춤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집에서도 그래요. 불러도 잘 못 들어요.”
이 장면은 상담사에게 낯설지 않다. E군은 특별히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지도,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다만 ‘여기’에 있지 않았다. 주의는 상담실이 아닌, 손안의 화면에 완전히 붙들려 있었다. 이는 말을 듣지 않는 아이의 모습이라기보다 주의가 다른 곳에 고정된 상태에 가까웠다.
초기 면담에서 어머니는 E군의 일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기 전까지 보고, 학교 끝나고 오면 숙제 하기 전까지 보고, 숙제 하다가도 몰래 봐요. 못 보게 하면 짜증을 내거나 멍하니 있어요.” E군은 하루 평균 2~3시간 이상 숏폼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어떤 영상이 제일 재미있어”라는 질문에는 “그냥 재밌는 거요”라고 짧게 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E군이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간단한 지능 검사와 학습 평가에서 평균 이상의 수준을 보였고, 교사 역시 “이해는 빠른데 끝까지 집중을 못 한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유지할 수 있느냐’ 였다.
상담 과정에서 E군은 과제를 시작할 때는 비교적 잘 따라왔지만, 5~7분이 지나면 몸을 움직이거나 주변을 둘러보았고, 자극이 줄어들수록 표정이 무기력해지면서 지루해했다. 반면, 스마트폰 화면을 다시 보여주면 눈빛이 즉각적으로 또렷해졌다. 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주의 시스템이 특정 자극 유형에 과도하게 최적화된 상태로 해석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이 사례는 E군뿐 아니라 많은 아동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E군은 게으르거나 버릇없는 아이가 아니다. 다만 짧고 강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환경 속에서 주의를 유지하고 전환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부모의 훈육만으로, 혹은 “그만 보라”는 말만으로는 쉽게 조정되지 않는다.
뉴로카운슬링은 이런 경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통제가 아니라, 자기조절 능력을 다시 학습할 수 있는 신경학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본다.
‘말을 안 듣는 아이’가 아니라 ‘주의를 붙잡힌 아이’
E군의 행동에 대해 부모는 이렇게 해석한다. “불러도 대답을 안 한다”, “인사하라고 해도 안 한다”, “말을 안 듣는다.” 그러나 이를 뇌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의도적 무시나 반항의 결과라기보다 주의(attention)가 특정 자극에 강하게 붙잡힌 상태로 이해하는 편이 훨씬 타당하다.
주의는 단순히 ‘집중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주의 시스템은 어디에 자원을 배분할지 선택하고, 필요에 따라 그 자원을 이동시키는 능력을 포함한다. 이 기능의 핵심에는 전전두엽을 중심으로 한 실행기능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있다. 즉, 누군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며 반응하는 행동조차도 사실은 주의 전환과 억제 조절이라는 신경학적 과정을 거쳐야 가능한 일이다.
E군의 경우, 스마트폰 속 숏폼 영상은 주의 자원을 거의 전부 점유한 상태였다. 이때 부모의 말은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주의 경쟁에서 선택되지 못한 자극에 가까웠다. 다시 말해, 아이가 말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주의를 옮길 수 있는 여유 자체가 줄어든 상태였던 것이다.
이러한 상태는 오늘날 많은 아동에게서 관찰된다. 빠르게 전환되는 영상, 강한 시청각 자극, 예측 불가능한 보상 구조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뇌는 점차 ‘빠르고 강한 자극에 즉각 반응하는 방식’에 최적화된다. 그 결과, 사람의 목소리처럼 상대적으로 느리고 변화가 적은 자극은 주의 시스템에서 우선순위가 낮아질 수 있다. 이는 훈육의 실패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주의 조절 메커니즘이 특정 환경에 맞게 학습된 결과다.
부모가 흔히 놓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느냐”는 질문은 아이의 태도를 문제 삼지만, “지금 이 아이의 주의는 어디에 붙잡혀 있는가”라는 질문은 아이의 뇌 상태를 바라보게 한다. 관점이 바뀌면 대응 방식도 달라진다. 통제와 반복 지시로는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의를 붙잡아 두는 데 어려움을 겪는 뇌파 패턴
E군의 행동을 단순한 태도 문제로 해석하지 않기 위해 상담 초기 단계에 EEG 기반 두뇌 상태 평가를 진행하였다. 측정은 안정 상태에서 이루어졌으며, 주의 조절 및 실행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전두엽 영역의 활동 패턴을 중심으로 살펴 보았다.
EEG 측정 결과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전전두엽 영역에서 주의 유지 및 조절과 관련된 뇌파 활성도가 낮게 나타난 경향이었다. 특히 지속적인 주의가 요구되는 상태에서 관찰되는 리듬 안정성이 떨어져 있었고, 외부 자극에 대한 전환 반응이 빠른 반면, 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뇌파 패턴은 상대적으로 약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E군이 집중을 전혀 하지 못한다기보다, 주의를 오래 붙잡아 두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태임을 시사한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EEG 패턴이 인지 능력의 전반적 저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E군은 과제를 시작할 때는 비교적 빠르게 이해하고 반응했으며, 초기 수행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의가 쉽게 흐트러지고, 자극이 줄어들수록 각성이 급격히 낮아지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이는 행동 관찰에서 나타난 ‘시작은 하지만 유지하지 못하는 모습’과 EEG 결과가 서로 일관되게 연결되는 점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E군의 문제가 의지나 태도에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아이는 집중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집중을 유지하는 신경학적 상태를 스스로 만들어내기 어려웠던 것이다.
‘행동’보다 ‘뇌 상태’를 먼저 보아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뉴로카운슬링의 접근 방식은 전통적인 행동 중심 개입과 분명히 구분된다. 행동만을 기준으로 보면 E군은 산만한 아이, 또는 말을 안 듣는 아이로 분류되기 쉽다. 그러나 EEG를 통해 뇌 상태를 함께 살펴보면, 문제행동을 현재의 뇌 상태가 만들어낸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뉴로카운슬링에서는 이러한 관점 전환을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즉, ‘왜 저 행동을 하는가’를 묻기 전에, ‘지금 이 아이의 뇌는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가’를 먼저 살핀다. 주의가 쉽게 전환되어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집중해라”, “그만 봐라”, “제대로 해라”라는 지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
이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말을 실행할 수 있는 뇌의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입의 초점은 통제나 지시가 아니라, 주의를 유지하고 조절할 수 있는 뇌 상태를 회복·학습하도록 돕는 것이다.
E군 사례는 뉴로카운슬링이 왜 행동 교정보다 상태 조절(state regulation)을 먼저 다루는지를 잘 보여준다. 행동은 바꾸라고 해서 즉각 바뀌지 않지만, 뇌 상태는 반복적인 경험과 피드백을 통해 점진적으로 조율될 수 있다.
E군을 위한 뉴로카운슬링 과정
E군 상황에 대한 개입은 ‘문제행동을 고치는 과정’이 아니라 ‘주의와 자기조절을 다시 학습하도록 돕는 과정’으로 설계되었다. 이를 위해 뉴로카운슬링에서는 다음의 세 단계를 기본 구조로 적용하였다.
첫 단계는 훈련이 아니라 이해였다. E군에게 “집중을 못한다”는 평가 대신, “지금 네 뇌는 오래 집중하기보다 빨리 바뀌는 자극에 익숙한 상태”라는 방식으로 설명했다. EEG 결과를 시각화해 보여주되, 수치의 좋고 나쁨보다는 상태의 특성을 중심으로 아이와 부모가 이해하기 쉽게 안내했다.
이 과정은 아이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내가 못해서가 아니라, 내 뇌가 이런 상태구나”라고 인식하는 것은 불필요한 좌절과 방어를 줄이고, 이후 훈련에 대한 수용성을 높인다.
이후에는 짧은 시간부터 시작하는 주의 유지 중심의 훈련을 진행하였다. 목표는 ‘오래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의가 유지되는 감각을 아이 스스로 인식하고 조절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훈련은 비교적 단순한 과제와 신체활동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아이가 일정 시간 주의 상태를 유지했을 때 즉각적인 피드백과 보상이 제공되도록 하였다. 이는 숏폼 영상이 제공하던 즉각 보상 구조를 완전히 차단하기보다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접근에 가깝다. 중요한 점은, 훈련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짧고 반복적인 성공 경험이 누적되도록 구성하였다.
EEG 훈련만으로 변화가 유지되기는 어렵다. E군의 경우, 일상 환경에서도 주의 시스템이 회복될 수 있는 조건을 함께 설계하였다. 숏폼 영상 시청은 전면 금지가 아니라 시간·맥락·방식을 조정하는 쪽으로 유도했다. 예를 들어, 자동 재생 기능은 차단하고, 시청 전후에 반드시 다른 감각 활동(움직임, 간단한 대화, 정리 활동)을 연결하도록 했다. 이러한 환경 조정은 훈련의 연장선이다. 즉, 상담실에서 형성된 주의 상태가 생활 속에서도 반복·강화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뇌과학 기반 전략
E군 사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많은 부모가 같은 상황을 경험하고 있으며, ‘얼마나 보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숏폼 환경 속에서 부모의 대응 방식은 아이의 주의 조절 회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많은 경우 부모는 아이가 화면에 몰입한 모습을 보고 즉각적으로 “그만 봐”라고 말하지만, 주의가 이미 강하게 고정된 상태에서의 갑작스러운 차단은 오히려 갈등과 저항을 유발하기 쉽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 시점의 아이는 스스로 주의를 전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 가깝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차단이 아니라 전환을 도와주는 개입이다. 예를 들어 “이 영상이 끝나면 같이 일어나 보자” 혹은 “이거 보고 나서 다음에는 이걸 해보자” 같은 말은 아이의 주의를 다음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이동시키는 발판이 되어 준다.
또한 숏폼 콘텐츠의 특성상 자동 재생 기능은 주의 전환의 기회를 거의 남기지 않는다. 영상과 영상 사이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구조에서는 실행기능이 개입될 틈이 없다. 가능한 한 자동 재생을 차단하고, 다음 영상을 볼지 말지를 아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짧은 멈춤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이 짧은 간격은 단순한 기술적 설정이 아니라, ‘멈추고 선택하는 경험’ 자체를 연습하는 신경학적 훈련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
숏폼 시청 이후의 활동 연결 역시 중요하다. 빠른 자극 뒤에 또 다른 자극을 이어 붙이기보다는, 의도적으로 속도가 느린 활동을 배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짧은 정리 활동이나 그림 그리기, 혹은 간단한 대화처럼 흐름이 느린 활동은 뇌가 빠른 각성 상태에서 벗어나 조절 상태로 돌아오는 데 필요한 완충 역할을 한다. 이는 아이에게 “이제 다른 걸 해야 한다”는 지시가 아니라, 신경 상태가 전환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관점 변화다.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시도보다 현재 아이의 주의 상태를 먼저 관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왜 말을 안 듣지?”라는 질문은 갈등을 키우지만, “지금 이 아이의 주의는 어디에 붙잡혀 있을까?”라는 질문은 부모의 반응을 바꿀 수 있다. 이 관점의 전환은 훈육의 강도를 높이기보다 아이가 자기조절을 다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부모의 역할을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뉴로카운슬링은 뇌 상태를 더 건강한 방향으로 재조율하도록 돕는 과정
결론적으로 숏폼 영상이 일상이 된 환경에서 주의력 저하와 자기조절의 어려움은 더 이상 일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특정 성격이나 훈육 방식의 결과라기보다, 주의와 실행 기능이 발달 중인 두뇌가 어떤 자극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왔는가와 깊이 연결된 현상이다. 빠르고 강한 자극, 즉각적인 보상이 일상이 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의 뇌는 그 환경에 맞게 학습해 왔을 뿐이다.
E군의 사례는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겉으로 보면 집중을 못 하는 아이,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처럼 보였지만, EEG 기반 평가를 통해 살펴본 결과 이는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주의를 유지하고 조절하는 신경학적 상태의 어려움에 가까웠다. 행동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였으며, 그 이면에는 전전두엽 기반 주의·자기조절 시스템의 미성숙과 편향된 사용 패턴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뉴로카운슬링은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다. 뉴로카운슬링은 아이를 통제하거나 교정하려는 접근이 아니라, 아이의 현재 뇌 상태를 이해하고 더 건강한 방향으로 재조율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행동을 바꾸기 전에 상태를 보고, 지시하기 전에 준비도를 살피며, 꾸짖기 전에 뇌가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을 먼저 만든다. 이러한 접근은 숏폼 환경을 전면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영향을 조절 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하는 현실적 방안을 제시한다.
핵심 질문은 ‘아이에게 무엇을 금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아이의 주의와 자기조절 능력이 다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이다. 숏폼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통제가 아니라 더 정교한 이해다. 뉴로카운슬링은 바로 그 이해의 언어를 뇌과학을 통해 제공하고자 한다.
아이들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부모 세대가 알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적응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의 역할은 그 적응 형태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뇌가 균형을 익힐 수 있도록 곁에서 조율해 주는 것이다.
글_임은조
㈜옴니씨앤에스 교육연구센터 센터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브레인트레이닝학과 겸임교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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