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안정을 잃어 갔다. 시간을 알뜰하게 쪼개 썼지만 손톱만큼의 자투리 시간도 남지 않았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시간은 수수께끼처럼 그냥 사라져 버렸다.”- 《모모》 중에서-
지난 주말 모처럼 시간을 내어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읽었다. 시대가 언제인지는 정확히 나오지 않는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동화라 하지만, 내가 속한 사회, 그리고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읽는 내내 섬뜩했다.
주인공 ‘모모’는 말없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신비한 힘을 가진 소녀다.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회색 신사들이 나타나 시간을 절약하여 시간저축은행에 저축하면, 이자가 이자를 낳아 인생의 몇십 배가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무언가 이상하지만 ‘똑떨어지는 엉터리 계산’을 하는 회색 신사들의 꼬임에 넘어간 사람들은 점점 시간에 쫓기며 여유를 잃는다. 모모는 다정했던 이웃과 친구들이 여유와 정을 잃어가고 있다는 걸 깨닫고 친구들의 도둑맞은 시간을 찾아준다는 내용이다.
“하긴 시간을 아끼는 사람들이 옛 원형극장 인근 마을 사람들보다 옷을 잘 입긴했다. 돈을 더 많이 벌었기 때문에 더 많이 쓸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무언가 못마땅한 기색이나 피곤함, 또는 불만이 진득하게 베어 있었다.”
《모모》에 등장하는 회색 신사들에게 시간을 뺏긴 사람들의 모습이지만, 흡사 지금의 우리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타버리다’, ‘소진하다’라는 의미의 번아웃증후군(Burn-out)은 지나치게 앞만 보고 달리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신체적·정신적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증상을 일컫는다.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의 모습을 보인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85%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한다고 한다.
현대인들이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은 휴식 기간이 길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제대로 쉬는 방법을 몰라서인 경우가 많다. 그동안 지나치게 성공 지향적인 사회 분위기가 휴식하는 방법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업무에도 계획이 있듯 휴식에도 계획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생기면 휴식을 취하겠다는 생각 대신, 무슨 일이 생겨도 이 시간 만은 휴식 시간으로 사수하겠다는 계획과 결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질적으로는 점점 풍요로워지는 반면, 일하고 또 해도 마음속의 공허감은 커져만 가는 세상에서 《모모》는 우리에게 삶의 소중함, ‘지금’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어디 제대로 쉬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은 없나?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