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다반사] '어린이집 CCTV' 보육단체 압박에 10년째 논의만

[시사다반사] '어린이집 CCTV' 보육단체 압박에 10년째 논의만

김치를 남겼다고 아이의 뺨을 때린 ‘인천 어린이집 사건’에 대해 포털사이트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 제목만 보고도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보육교사 손에 내동댕이 처진 아이’ ‘분노의 풀 스윙…아이는 붕 날랐다 고꾸라져’ 이런 자극적인 제목들만 보고서도 머릿털이 쭈뼛하고 섰다. 

동영상은 충격적이었다. 아이가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로 보육교사가 그야말로 있는 힘껏 아이의 뺨을 때렸다. 아이는 정말 말 그대로 붕 날랐다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뒤에 있던 다른 아이들 역시 일시정지 한 듯 미동도 하지 못한 채 공포에 떨고 있었다. 

학부모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내 새끼 내 손으로 키우고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느냐”며 먹고 살기 위해 서너 살 된 아이를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에 떼어놓고 일터로 나가야 하는 엄마들의 목소리에는 한이 맺혀있었다. 뒤 이어 부평과 울산, 서울, 또 인천에서도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폭행 신고가 빗발치고 있다. 

사건이 터지자 정치권에서는 일제히 한 목소리로 ‘격분’하며 어린이집과 보육교사에 대한 감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과연 어제, 오늘만의 일일까.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의 역사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윤근 의원(열린우리당, 현 새정치민주연합)이 어린이집에 CCTV나 웹카메라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보육 노동자에 대한 통제가 약용될 소지 있다”는 박세환 의원(한나라당, 현 새누리당)과 “CCTV 작동하는데 편하고 즐겁게 어린이 보육할 수 없을 것”이라는 손봉숙 의원(민주당, 현 새정치민주연합)의 반대에 부딪혔다. 법안은 17대 국회와 함께 자동 폐기되었다. 

시간이 흘러 2013년 다시 국회에서 이 법안이 상정되어 논의되었다. 당시 보건복지수 이영찬 차관은 “CCTV 설치 의무화는 매우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현숙 의원(새누리당) 역시 “보육 관련한 사항은 시급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종용했지만 결국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당시 김성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의원 방에 카메라 설치하고 일하라면 찬성하겠느냐”고 반대했고 같은 당 남윤인순 의원 역시 “CCTV가 있으면 교사와 아이간 애착 형성이 안 되고, 있다 해도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아동학대 할 것”이라 주장했다. 신경림 의원(새누리당)은 “아동은 물론 보육교사의 인권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국민들의 정서를 대변하여 격하게 분노하며 성명을 발표하고 목소리를 드높이던 국회의원들이 어째서 실제 법안을 앞에 두고는 이처럼 모순된 태도를 보이는 것인가.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보육 관련 이익단체들의 협박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보육 관련 이익단체들이 ‘표’를 앞세워 관련 소위 의원들에게 압력행사를 한다는 것.

국회의원은 특정 이익단체를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 독립된 1인 입법기관이자 전체 국민을 대표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언제나 명심하고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입법 활동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 

전국 4만 3,000여 곳의 어린이집 중 CCTV가 설치된 곳은 전체의 27.5%(약 9,000곳)에 불과하다. CCTV만이 어린이집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지난 10년이라는 세월을 ‘표’에 끌려 반대만 해온 국회의원들 손으로 해내야 할 것이다.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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