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초만 하여도 나는 공립중학교에서 수학 과목을 가르치던 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였다. 학교에 근무한 지 4년 6개월. 교내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나고, 정감 있는 동료 교사들끼리 서로를 인정하고 인정받던 평안하고 즐거운 나날들. 하지만 뭔가 허전하고 공허했던 시간이었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험이다. 한 학기에 어김없이 두 번씩 치러지는 1차 고사, 2차 고사를 중심으로 학교의 모든 시스템이 움직인다. 수업도 대개 마찬가지였다. 시험의 내용이 곧 수업의 내용이고, 수업의 내용이 곧 시험의 내용이 되어, 학교에서는 시험내용과 수업내용이 어느새 필요충분조건이 되었다. 중요한 건 그 속에서 아이들이 점점 무기력해진다는 것이었다.
초등학교까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의 개념이 없던 학생들이 중학교 1학년 중간고사를 치고 나면 스스로 판단한다. 나는 성적이 높다, 그러므로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성적이 낮다, 그러므로 뭔가 부족한 사람이다. 뇌 속 시냅스가 활발하게 리모델링되는 10대 사춘기에 그렇게 스스로를 설정해가고 있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그렇게 규정해나간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담당 학급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라는 말을 허공으로 뿌리곤 하였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고등학생들이 꿈을 찾는 1년 과정의 대안학교이다. 하지만 교사였던 나에게 이 학교는 세상에 없는 진정한 공교육의 모델이다.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공교육의 미래이다. 벤자민학교의 가치는 ‘시간, 기회, 환경’으로 정의한다. 시간 안에 모든 걸 해야 하고 학생들을 기다려주지 않는 공교육 환경과는 달리, 벤자민학교는 학생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시간을 주고 기회를 주고 환경을 제공한다. 자기 주도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을 때까지, 동기부여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을 때까지, 온 마을을 뛰어노는 아이처럼 무한한 체험의 장을 열어놓는다. ‘멘토’라는 기적과 같은 만남을 현실화하고, ‘벤자민프로젝트’라는 자신의 가치를 깨우치게 하는 체험을 창조하고, ‘아르바이트’라는 현실을 통하여 책임감과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
벤자민학교에서 나는 처음으로 교사로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가치 있는 삶을 내가 스스로 창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자각이 지난 11월의 벤자민인성영재페스티벌이었다. 페스티벌 동안 벤자민학교 교사로서 학생들과 함께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아, 이게 정말 살아있는 교육이구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틀이 없는 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라는 세상에 없던 학교의 교사가 바로 나라는 사실에 미칠 듯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근무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1개월이란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만큼 숨 가쁘게 흘러갔지만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무한한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며 대한민국의 10대 청소년 한 명 한 명이 삶의 방향과 목적을 찾아가는 기적을 보고 있다. 학교 설립자인 일지 이승헌 총장님과 김나옥 교장선생님께 감사드린다. 2015학년도에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일천 개의 기적이 찾아올 것이다. 하나하나 잘 가꾸어 일만 개, 십만 개, 백만 개의 기적을 낳고 싶다.

글. 조동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부장교사
정리.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http://www.benjaminschoo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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