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서당공부, 오래된 인문학의 길

[칼럼] 서당공부, 오래된 인문학의 길

[책 읽는 명상 CEO의 북칼럼] - 50

백인백색(百人百色)이란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음을 일컫는 말이다.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고, 재능이 다르기에 사회 곳곳에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거나 심지어 개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획일화된 가치와 시스템으로 개개인의 특성 발휘를 어렵게 하는 곳이 있다. 필자 생각으로 그곳은 바로 입시를 목표로 청소년들의 능력을 오직 학력 증진에만 쏟아 붓게 하는 교육 시스템이 아닐까 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 《서당공부, 오래된 인문학의 길》은 어린 시절부터 공교육 편입을 거부하고, 15년간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한 분이 쓴 책이다. 저자는 20대 초반까지 한학을 공부하다가 현대학문에도 도전하기 위해 5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고려대학교 철학과에 뒤늦게 입학, 퇴계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재훈 씨다.

 

▲ 《서당공부, 오래된 인문학의 길》표지


21세기에 서당공부라는 이력이 특이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형님과 동생까지 삼 형제 모두 한 길을 걸었다는 집안 내력이 있었다. 형님은 현재 서당 훈장님이다. 저자의 15년간의 서당공부 경험을 따라 책을 읽어 나가다 보니 서당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 많았다. 필자는 서당에서 처음으로 공부하는 책이 ‘천자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천자문’은 어린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체계적이지도 않아서 처음 한문을 공부하는 교재로는 적당치 않다고 한다. 해서 처음 배우는 교재는 ‘사자소학(四字小學)’이 일반적이라 한다. 사자소학은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로 시작되는 책이다. 한문으로는 ‘부생아신(父生我身)하시고, 모국오신(母鞠吾身)이로다…’로 시작된다.

사자소학의 내용을 가만 들여다보니 어린아이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관계윤리부터 가르치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지식을 쌓는 것을 목표로 하기 전에 학문의 올바른 방향을 먼저 정립시킨다는 것이다. 인성부터 제대로 갖춘 사람으로 키운다는 것에 크게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또 예전에 배웠던 기억이 있었으나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진 ‘오언절구(五言絶句)’니 ‘칠언율시(七言絶句)’니 하는 개념들도 확실히 알게 되었고, 흔히 사서삼경이라고 알고 있는 논어, 맹자까지 공부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함도 알게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동양 고전에 대한 갈망이 생긴 지 오래되었다. 필자도 아무런 체계도 없지만 틈틈이 고전과 친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서당공부에서 특히 필자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날 배웠던 글을 백독(百讀)씩 반복하고, 게다가 예복습도 매일 같이 한다는 것이었다. 그 노력과 근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서당은 사자소학부터 공부를 시작하는 어린아이부터 사서삼경을 공부하는 청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형 동생이 한 스승 밑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상하좌우 관계에서 비롯되는 인간관계의 예절이 몸에 익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기 위한 제자의 자세나 제자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기 위한 스승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 갈수록 인성 회복이 중요해지는 요즘 세태에서 여러 가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동양 고전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글. 우종무 (주)HSP컨설팅 유답 대표
www.u-dap.com 
http://facebook.com/bellrock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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