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칼럼]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책 읽는 명상 CEO의 북칼럼] - 49

오랜만에 책을 추천받아 읽었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라는 제목부터 흥미로운 데다, 부제는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라고 되어 있어 내용이 더욱 궁금했다.

필자가 일본 문학 전공이라 원제를 직역해보니 원제는 ‘시골의 빵집 주인이 발견한 부패하는 경제’라고 되어 있었다. 부패하는 경제라니 무슨 의미일지, 빵집 주인과 자본론이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조합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하면서 한 페이지 두 페이지 읽어가는 동안 필자는 이 책의 매력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오십 대에 접어든 필자의 경우만 생각해봐도 현재의 음식 문화는 어린 시절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특히 자연 친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지금은 김장을 직접 하는 집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듯하고, 집에서 장을 담그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어졌다. 콩을 메주에 갈아서 비지를 해먹지도 않고, 제철에만 맛볼 수 있었던 과일들도 이젠 사시사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과연 이런 것이 잘살게 된 증거이고, 더 좋아진 것일까? 물질적으로는 분명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족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살림살이는 점점 더 팍팍해져 가고, 인간관계 역시 삭막해져 가고만 있다. 먹거리 안전은 또 어떤가?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안심하고 먹을 게 하나도 없다는 말들을 우리는 자주 듣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40대 초반의 일본인 남자다. 별 꿈이 없이 방황하는 인생을 살다가 뒤늦게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하고, 30대 초반의 나이에 농산물 유통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취직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투명하지 못한 농산물 유통 구조에 회의를 느끼고, 마음이 맞는 동지와 부부의 연을 맺은 후 시골에서 자연 그대로 발효시키는 빵을 만들어 팔겠다는 포부를 안고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자리를 잡은 이야기다.


인공 효모인 이스트를 쓰지 않고, 천연균이 자연 발효시키는 빵을 만들다 보니 일단 재료부터 ‘무농약, 무비료’를 고집하는 자연 재배된 쌀과 밀을 쓴다. 그러다 보니 일반 빵집보다는 몇 배 비싼 가격이 책정될 수밖에 없지만, 몸에 좋은 음식을 최고의 재료를 사용해서 만드는 만큼 정당한 가격을 소비자에게 당당하게 요구한다는 것이다. 부패하지 않는 경제란 이 과정에서 이윤을 축적하지 않고, 원재료 생산자와 빵 소비자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순환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참으로 놀라운 도전이고, 필자도 정말 참여하고픈 구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본주의 시스템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꼬집은 것이 다름아닌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다. 돈이 돈을 버는, 결코 부패하지 않는 자본의 논리로 지배되는 세상에서 과감히 시스템 편입을 거부하고, 판 밖에서 조용히 경제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저자의 도전에 마음으로 큰 박수를 보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스템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지금 이대로의 세상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낀다면, 그래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작은 실천을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필자도 추천 받아 읽었지만 필자 역시 강력 추천하고 싶다.





글. 우종무 (주)HSP컨설팅 유답 대표
www.u-dap.com 
http://facebook.com/bellrock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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