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이라는 유명한 환경 고전이 있다. 필자도 본 칼럼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월든>은 저자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2년 반 동안 홀로 월든 호숫가에서 자급자족한 개인 체험기다. 이 책이 150년이 넘도록 많은 환경 운동가, 작가들에 의해서 인용되어 온 것은 각박한 현대 문명에 던지는 메시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소개하는 책 <대지의 선물>은 영국판 <월든>이라고 할 만하다. 자급자족의 실현이라는 면에서는 그러하지만 다른 점도 많다. <월든>은 19세기 시절이고 <대지의 선물>은 20세기라는 시대적인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월든>은 철저히 홀로 경험했다는 것이고, <대지의 선물>은 저자 존 세이무어가 아내와 세 딸과 함께 죽을 때까지 수십 년에 걸친 가족들의 자급자족 스토리라는 것이다. 저자는 본디 방랑벽이 있었던 듯하다. 아내를 만나기 전 작은 배에 살며 이리저리 여행을 다니고 글을 쓰면서 살았다고 한다. 결혼 초기에도 여전히 배에서 같이 생활하다가 첫 딸을 임신한 후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찾아 시골의 허름한 농가 주택과 그에 따른 부속 토지를 세내어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대지의 선물>은 자급자족 생활을 시작한 영국 시골 마을에서의 삶을 실용적이고 현실적으로 상세히 정리한 책이다. 저자의 실제 체험기인 데다가 농촌 생활 초보 시절의 여러 가지 실패담과 애로점들도 밝히고 있어서 농촌 경험이 없는 필자에게도 공감이 많이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약간 지루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넘기듯 때론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때론 미래의 한 시점을 상상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필자는 도시 출신이긴 하지만 60년대만 하더라도 할머니께서 마당에 닭을 치고, 또 대추나무와 포도나무도 있어서 어느 정도는 자연 친화적인 환경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고립된 시골에서 직접 땅을 갈고, 여러 농작물과 과실수, 그리고 젖소, 돼지, 오리, 거위, 닭과 말까지 키우고 관리하면서 지내는 것은 무척 지난한 일일 것이라는 점은 확실히 깨달았다. 막연하게나마 은퇴 후 귀농이란 현실이 녹록하지 않음을 절실히 느꼈다.
저자도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이 결코 만만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대신 저자와 그 가족들은 그 생활이 맞았고, 충분히 행복함을 말하고 있다.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는 본인의 선택이 될 것이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을 수밖에 없고, 모든 것이 편하고 순조롭기만 한 인생이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재미도 없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매력은 고달프고 힘든 자급자족 생활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그런 생활이 동경할 만하고 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게 하는 데 있다. 꽉 막힌 듯 답답한 도시 생활에 염증이 나고, 남들이 하는 대로가 아닌 나만의 의미 있는 인생을 선택하고 싶다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월든>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오래 읽힐 책이라 생각되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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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우종무 (주)HSP컨설팅 유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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