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나를 분리해야 뇌와 협상할 수 있다'

'뇌와 나를 분리해야 뇌와 협상할 수 있다'

[인터뷰] '그림으로 보는 뇌과학의 모든 것' 펴낸 대중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



"뇌는 뇌고 나는 나입니다. 뇌를 세포배양기로,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벌레라고 생각하면 나와 구분될 것입니다. 뇌가 나 자신과 다른 존재라 생각해야 협상이 가능합니다." 

21세기들어 가장 눈에 띄게 발전해가고 있는 학문이 바로 뇌과학이다. 그동안 미지의 영역이었던 뇌의 신비를 풀면서 인간의 감정과 기억, 그리고 존재 자체를 곧 뇌로 설명하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뇌과학 전문가로 알려진 박문호 박사는 뇌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것과 자신을 분리해서 보라고 강조한다.

<뇌, 생각의 출현> 출간 이후 5년 간 학생, 교사, 주부, 회사원 등 다양한 계층에 뇌과학 강의를 펼쳐온 그는 지난 4월 <그림으로 보는 뇌과학의 모든 것>을 펴냈다. 전작이 우주의 탄생과 지구과학, 생물학 등을 거쳐 거시적 관점에서 뇌와 인간을 바라본 것이라면, 이번 저서에서는 뇌에 더 충실했다.  8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에는 진화, 발생 등을 거친 뇌의 물리적 측면 뿐 아니라 기억, 꿈, 의식, 신경신학 등 기능적 구현을 설명하는 600여 장의 그림을 실었다. 사단법인 '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www.mhpak.co.kr)을 통해 지식문화운동을 펼치는 박문호 박사를 인터뷰했다.

▶ 전자공학도 출신인데 천문학, 물리학, 뇌과학 등 참으로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다. 하나같이 쉬운 분야는 아닌데
항상 어려운 문제는 피하지 말고 본질을 봐야한다. 나에 대한 탐구도 거슬러 올라가면 진화학, 천문학 등에 닿아있기 마련이다. "나는 어떤 존재인가?" 와 같이 근원에 대한 의문에서 다 연결이 된다. 여러 분야를 공부하다 보면 공부에도 방식이 생긴다.

▶ 공부하는 방식이라면 어떤 것인가?
세계는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공부도 정확히 모듈성을 가진다. 자연과학을 공부하려면 그에 맞춰 뇌를 구조화하여야 한다. 새로운 분야에 들어가면 개념을 세울 때까지 일단 파고들어야 한다. 대충 넘어가지 말고 정면승부해서 가장 어려운 부분부터 정복하면 나머지는 쉬워진다. 그렇게해서 그 분야에 대하여 개념을 잡고나면 그 정보를 패키징, 봉인하면 된다. 그러면 한동안 쉬었다 다시 들여다봐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 이번 책<그림으로 보는 뇌과학의 모든 것> 에는 그림이 특히 많다.
이 책은 그래픽 언어로 쓴 뇌 보고서이다. 1차언어가 말, 2차가 문자라면 그림, 도표와 같은 그래픽은 3차 언어이다. 이것은 감정과 시대상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변질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언어를 써야 확실히 공부할 수 있다. 그런 생각에 그림과 도표를 많이 실었다. 그리고 해부학 책마다 다르게 나와있는 뇌 부위에 대한 용어를 모두 섭렵하였다. 이 책을 보고나면 다른 책을 볼 때도 훨씬 수월할 것이다.

박문호 박사는 사단법인 박문호와 자연과학세상을 통해 약 2000명의 회원에게 자연과학 공부법을 전하고 있다. 그는 회원들을 이끌고 매년 한 번씩 자연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서호주로 향한다. 그의 열정을 전수받아 회원들의 자연과학 사랑도 뜨겁다.(사진=박문호와 자연과학세상 제공)

 

▶ 특히 자연과학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
과학도만 되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예술을 할 때도 인문학을 할때도 자연과학은 중요하다. 우주 속 하나의 존재로서 예술을 하라는 것이다. 인문학을 할 때도 그렇다. 전체 우주와 진화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라. 자연은 또 얼마나 창의적이고 아름다운지... 게다가 자연과학처럼 확실한 것이 또 어디있나? 이렇게 확실한 데에는 인생을 걸만한 가치가 있다.

▶ 공부하는 것과 창의성은 어떤 관계인가?
창의성이란 기억을 새롭게 조합하는 것으로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박태환과 김연아는 습관화된 반응이 나올 정도로 훈련을 한다. 그러다가 그 습관이 동작하지 않는 상황을 만났을 때 그동안의 학습한 내용을 뛰어넘는 결과가 창의성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기억된 것이 없으면 조합할 것도 없다. 인간에게는 보면 그대로 따라할 수 있는 미러뉴런이 있다. 창의성을 시작하는데 카피(COPY, 복사)이상 빠른 게 없다. 흔히 도제식 교육이라고 하는 훈련에서 창의성은 시작하는 것이다.

 

박문호 박사는 오는 19일 브레인월드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두뇌리더 초청 명사지식기부 특강 <스마트브레인코리아 2013> 1회 강사로 나선다. 국내에 뇌과학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그의 '뇌과학과 창의성' 강의가 저녁 7시부터 서울 강남 일지아트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그는 자신을 "우주 전체를 공부하겠다는 형벌 혹은 소명을 받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농담으로 넘기기에는 꽤나 진지한 표정이다. 올해에도 막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노출되기 위해' 떠났던 서호주 여행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는 하루하루 끝없는 지적 호기심과 뚜렷한 소명의식으로 우주 어딘가를, 혹은 뇌속 신경지도 어딘가를 헤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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