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Facebook에서 잠시 Face를 감추고 Book을 읽는다!

[칼럼] Facebook에서 잠시 Face를 감추고 Book을 읽는다!

유영만의 생각임신 - 04

오늘부터 8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페이스북을 끊어보려고 한다. 담배 끊기보다 어렵다는 페이스북을 과감하게 끊어보려고 한다. 외부를 향한 소통보다 내면을 향한 나 자신과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와 가벼운 소통이 이루어지지만 나 자신과 침묵 속에서 내밀한 대화를 하고 있지 않은 생각이 들어서다. 짧은 글을 통해 수많은 사람과 깊이 없는 대화를 하는 것보다 우선 내 안으로 파고 들어가 나를 비춰보는 성찰과 전망의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내 것을 남에게 알리기 이전에 과연 알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진정 그것이 나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를 스스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무엇보다도 끊임없이 흐르는 짤막한 정보의 홍수에서 잠시 빠져나와 책의 바다, 특히 고전의 바다로 빠져보려고 한다. 고전(古典)을 읽지 않으면 고전(苦戰)을 면치 못한다는 말을 하면서도 그동안 진중하게 앉아서 고전의 바다에 빠져보지 못한 자책감이 들기도 했다.

책을 읽고 있지만, 온전히 책을 쓴 저자와 저자의 문제의식, 그리고 책의 내용을 내 안에 투영시켜 스스로와 대화하는 침묵의 시간이 점점 사라져가는 듯한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책은 우선 고독하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독 속에서 책에 담긴 의미를 반추해보고 반추된 의미가 내 삶에 주는 의미심장함을 손으로 적어보면서 퇴화하여 가는 생각 근육을 연마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페북을 한시적으로 끊어보고 이 방법이 삶을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사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면 8월 이후에도 페북을 끊어볼 생각도 있다. 과도하게 연결된 SNS 시대, 잠시도 연결이 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현대인들의 무리 속에서 나도 더 이상 허우적거리지 않고 삶의 중심을 잡아보려고 한다.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된 뇌는 뇌 근육이 발달하기보다는 수시로 날아드는 단편적인 정보에 순간적으로 반응하기 위해 뇌는 팝콘 모양처럼 변질하고 있다고 한다. 음악의 스탁카토처럼 집중하지 못하고 작은 자극에도 일일이 반응하는 뇌는 이제 침묵 속에서 책과 함께 생각 근육을 단련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교수는 방학이 있어서 참으로 즐거운 직업이다. 방학(放學)은 방목(放牧) 학습(學習)기간이다.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잡아서 흠뻑 빠질 좋은 기회가 바로 방학이라고 생각한다. 이 방학 기간 두꺼운 책 몇 권을 독파하고 그 책의 의도와 의미가 나에게 던져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그리고 오곡백과가 무르익어가는 가을날에 멋진 작품을 구상하는 시간의 준비기간으로 삼으려고 한다. 작품을 잉태하는 뜨거운 여름날, 나는 어디에선가 책을 읽고 책을 쓰고 있을 것이다. 우리 시대의 진정한 아픔이 무엇인지, 우리가 모두 함께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너무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떠내려가는 현대인들의 상혼을 어루만질 수 있는, 눈먼 시대에 눈을 뜨는 방법, 귀먹은 시대, 귀를 열고 경청하는 방법을 책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너무 많은 이미지를 본 눈은 이미지를 해독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멀어져가고, 너무 많은 소음에 시달린 귀는 이제 소리다운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귀머거리가 되어 가고 있다. 진정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눈과 진정 들어야 할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를 치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안 보고 안 듣는 것이다. 눈을 감고 귀를 막을 때 더 잘 보이고 더 잘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틈만 나면 SNS에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고 있지만 정말 의미 있는 소통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틈만 나면 웹 검색을 하면서도 사색(思索)하는 여유를 잃어버려 얼굴이 사색(死色)이 되고, 진중하게 사고(思考)하지 않아서 심각한 사고(事故)가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선 나부터라도 과잉 연결된 세상에서 잠시라도 디지털의 광풍에서 벗어나 인간적 교감이 이루어지는 아날로그 공간으로 돌아가 보려고 한다.

접촉이 없는 접속이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그동안 소홀했던 사람 냄새 나는 삶의 무대로 돌아가 이런저런 단상(斷想)을 잡아보려고 한다. 깊이 사유하고 폭넓게 사고하는 습관을 잃어버리게 한 장본인이 SNS라고 생각한다.

버스를 타든 지하철을 타든 책을 읽는 사람보다 각자의 스마트폰에서 뭔가를 열심히 검색하고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주변의 소중한 사람, 일상의 행복을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왜 무엇을 위해서 소통하고 어디를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지를 빠르게 굴러가는 SNS의 세계에서 벗어나 봐야 참다운 나, 행복한 삶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혼이 꼴리는 ‘브리꼴레르’로 거듭나서 다시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글.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https://www.facebook.com/kecolog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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