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첫 만남, 아이들의 뇌를 감동시켜라

[칼럼] 첫 만남, 아이들의 뇌를 감동시켜라

희망교사 김진희의 뇌교육 희망학교-2

선배 교사들이 미숙한 후배 교사에게 충고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첫 날, 아이들의 기선을 제압하지 않으면 일 년을 아이들에게 끌려 다니게 된다. 절대 첫 날부터 아이들에게 웃음을 보이지 마라.’ 선배님들의 이 말은 나에게 아이들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했고, 애써 권위와 깐깐함으로 무장하고 아이들 앞에 선 나는 ‘보다시피 난 결코 만만한 선생님이 아니야.’를 보여주려고 애썼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무섭게 보이지 않으면 아이들이 나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를 잔뜩 긴장하게 했고, 싸움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아이들과의 첫날을 맞도록 했던 것 같다.

그 당시 두려움에 싸여 내가 사용했던 무기는, 만약 이러 이러한 일을 하지 않으면 크게 당할 거라는 협박과 대신 나의 말을 잘 듣고 책임을 다하면 칭찬과 사랑을 받게 될 거라는 회유였다. 그런데 그런 협박과 회유는 아이들 뇌의 편도체를 자극해서 긴장과 두려움만 크게 만들어 아이들 태도를 방어적이고 공격적이게 만든다. 

내가 진짜 원했던 것은 아이들 스스로 더 나아지겠다는 마음을 일으키는 거였는데 오히려 앞으로 함께 할 담임선생님과 일 년의 학교생활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을 주고 마음을 주눅 들게 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참 부끄러웠다.

내가 썼던 의식수준은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가 의식혁명 책에서 이야기 했던 의식의 밝기 100룩스의 두려움이었기 때문이다(200룩스의 용기단계부터 밝은 의식 단계로 접어든다고 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것은 위협이나 그럴 듯한 말이 아니라 교사의 정성스러움이다. 교사의 진심이 정성스럽게 준비되어 전해질 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감동한다. ‘아, 우리 선생님이 정말 우리를 위해 열심히 하려고 하시는구나, 이 분은 믿어도 되겠구나.’ 이런 마음이 일어나야 한다.

정성이라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정성스럽게 한다는 것인지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정성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미 모든 교사들 누구나가 갖고 있는, 나와 만나는 아이들이 모두 잘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그 마음이면 된다.

이 마음이 아이들에게 꼭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을 때 저절로 정성스러워진다. 그래서 아이들과 만나기 전에 먼저 나에게 이러한 마음이 있는가, 간절한가, 스스로 일으켜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교사는 매년 새로운 아이들과 늘 다시 시작하기 때문에 어떨 때는 새롭기보다는 으레 있는 일처럼 첫 만남이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늘 새로운 마음으로 정성을 들이려면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는 만나기 전 미리 우리 반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그 아이의 얼굴을 상상해 본다든지, 또는 가르쳤던 아이들의 문집을 다시 읽어보기도 하고, 미리 일 년의 계획을 세워보거나 하루쯤 등산이나 조용한 여행을 다녀오며 정성을 들이려는 새로운 마음이 일어나도록 한다. 

이렇게 첫 만남을 준비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어떤 이벤트로 아이들의 마음에 감동을 줄지 고민한다. 단지 즐겁고 재미있는 이벤트만이 아니라 교사의 마음가짐을 알려주어 아이들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는 그런 일들이 좋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반이 함께 가야할 방향과 목표에 대해 느낌이 오도록 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이런 첫 만남이 어떤 모습일이지 짐작해볼 수 있도록 예전에 했던 첫 만남 이벤트를 한 번 소개해보겠다.

처음 아이들과 만날 때 한 사람, 한 사람이 반 전체에 영향을 주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고민하다가 ‘나에게 달린 일’이란 글귀를 발견했다. 나 한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마음을 먹느냐가 우리 반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한 해 동안 서로를 배려하며 존중하는 반을 만들어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향기 나는 향초를 피우고 ‘나에게 달린 일’을 들려주었다.

먼저 조그만 향초를 준비해 미리 숨겨둔다. 그리고 간단하게 아이들과 인사를 마친 후 모두 눈을 감게 한다. 이제 조명을 낮추고 숨겨두었던 향초에 불을 붙인다. 따뜻하고 아늑한 음악과 함께 은은한 향기가 온 교실에 퍼지면 다음의 글을 들려준다.

<나에게 달린 일>
한 곡의 노래가 교실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
한 그루 나무가 숲의 시작일 수 있고
한 마리 새가 봄을 알릴 수 있습니다.
한 줄기 햇살이 방을 비출 수 있고
한 자루의 촛불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웃음이 우울함을 날려버릴 수 있고
한 번의 손길이 나의 마음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작지만 나 한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가 세상에 차이를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나 한 사람에게 달린 일입니다.

이제 눈을 뜨게 하고, 이렇게 이야기해준다.

 “여러분은 ‘힘도 없고 아직 어린 내가 무슨 큰일을 할 수 있겠어’ 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작은 향초의 향기는 우리 교실 안을 꽉 채웠습니다. 선생님은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올 일 년을 어떻게 만드는가는 나와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달려있습니다.

거대한 호수에 떨어진 작은 물방울 하나가 호수 전체에 아름다운 파문을 만듭니다. 우리 함께 지내면서 우리 반에, 우리 학교에, 또 세상에 그렇게 잔잔한 파문을 만들어내는 그런 사람이 되어 봅시다. 선생님은 올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해주기 바랍니다.”

우리에게 만남은 늘 새롭지만 아이들에게는 평생 한 번뿐인 만남이다. 학년말에 아이들에게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뭐냐는 물음에 많은 아이들이 첫 날 경험했던 신선한 만남을 꼽는다. 아이들에도 잊을 수 없는 일인 것에는 분명한가 보다.

 


글. 김진희

올해로 교직경력 18년차 교사입니다. 고3시절 장래희망에 교사라고 쓰기 싫어 '존경받는 교사'라고 굳이 적어넣었던 것이 얼마나 거대한 일이었는지를 이제야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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