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2 개그콘서트 제공)
개그콘서트에서 신선한 아이템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는 ‘피곤한 가족’. 바닷가에서 섹시한 비키니 입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남편은 스트레스가 급상승해 피곤이가 어깨에 올라타고, 남편이 건넨 빅 사이즈 수영복에 아내도 스트레스받아 피곤이가 2명이나 올라탄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는 거구의 피곤이를 등에 지고 보행기로 몸을 지탱하며 겨우 걸음을 옮긴다.
이렇게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자기 체격과 비슷한 피곤이 역할을 맡은 개그맨이 등에 올라타 피로가 쌓인다는 설정이다. 한 명은 기본이고 많을 때는 두세 명까지 등에 업은 채로 줄넘기도 하고 옷도 갈아입는 등 후들거리는 몸짓으로 아찔한 웃음을 선사해주고 있다.
아차 하는 순간,‘급성 허리디스크’
하지만 전문가들은 ‘피곤한 가족’이 보기에는 즐겁고 재미있지만, 무거운 동료를 등에 업고 힘겹게 선보이는 몸 개그 속에 급성디스크 위험이 그대로 노출돼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보통 성인 개그맨 두세 명을 동시에 등에 업었을 때 출연자의 허리에 가해지는 무게가 족히 50~120kg은 된다. 가만히 서 있는 것도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 줄넘기, 옷 갈아입기, 무거운 짐 들기, 걸레질 등 다양한 상황까지 선보인다. 이때 평소보다 2~3배 늘어난 압력을 받게 돼 순간적으로 ‘삐끗’하기라도 하면 급성 허리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손자 손녀 키우며 자주 업는 할머니들도 같은 위험에 노출
최근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손자 손녀를 돌봐주는 할머니들도 ‘피곤한 가족’처럼 급성 허리디스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노인은 아이를 업거나 안아 올리는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허리에 무게가 순간적으로 집중되어 삐끗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나이가 많을수록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가 많고 근골격이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디스크가 탈출 되어 허리 신경을 누르게 되고 만성적인 통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러한 위험은 평소 무거운 등짐을 지고 일하는 근로자나 농사일을 하는 고령의 농촌 어르신들도 해당한다.
젊은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허리를 숙인 채 갑자기 무거운 물건을 번쩍 들어 올리거나 과격한 운동을 하다 허리를 부딪치거나 충격이 와도 생길 수 있다. 아직 뼈 성장이 진행 중인 10대의 경우 턱을 괴고 앉거나 허리와 엉덩이를 앞으로 쭉 내미는 등 잘못된 자세 습관이 급성디스크를 부르기도 한다.
2주 이상 통증과 저린 증세 계속되면 반드시 병원 검사 필요.
급성 허리디스크는 무리한 운동, 갑작스러운 충격 등이 원인으로, 디스크가 갑자기 뒤로 밀려빠져 나와 심각한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허리 부위에 통증이 생긴 뒤, 시간이 지나며 점차 엉덩이로 통증이 내려오고 허벅지나 다리가 당기고 저린 증세가 나타나면 의심해 봐야 한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허리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나 허리 주변의 인대나 근육이 수축과 경직이 돼 제 기능을 못하는 사람의 경우 더욱 위험하다
충격이나 허리를 삐끗해 갑자기 허리 통증이 생기면 안정을 취하고 충분히 휴식하는 것이 증상 악화를 막는 가장 좋은 응급처치다. 무리하게 스트레칭이나 운동하면 허리에 충격을 더해, 추간판탈출증의 위험을 더욱 높이게 된다. 스포츠마사지나 안마 역시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으며 운동도 증상이 호전되기 전까지는 삼가는 것이 좋다.
바른세상병원 송준혁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특정 동작에서만 허리가 아프고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완화된다면 단순염좌나 근육통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엉덩이로 통증이 내려오고 허벅지, 엉덩이가 당기고 저린 느낌, 기침할 때 허리 전체가 울리는 느낌이 2주 이상 계속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소 급성디스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육과 인대가 경직되지 않고 유연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건을 들 때 허리만 구부린 상태로 번쩍 들어 올리지 말고 무릎을 굽힌 상태로 천천히 들어 올린다. 장시간 앉아있는 경우 다리를 꼬거나 목을 숙이고 허리를 굽히는 등 잘못된 자세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간단히 할 수 있는 허리 스트레칭을 하거나 외출 전후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것도 경직된 근육들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야 할 때는 충분한 스트레칭을 먼저 하도록 한다. 평소 편하게 걷는 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필수다. 걷기는 허리 주변 근육을 유연하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좋은 운동이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