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질문하는 순간 답을 찾기 위해 움직인다

뇌는 질문하는 순간 답을 찾기 위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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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106호
2024년 08월 19일 (월)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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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K명상 세션을 하며 발견한 차이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명상(meditation)’은 오히려 서구에서 대중적으로 더 널리 활용되어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전통의 심신 수련법인 선도仙道는 ‘K명상’으로 해외에 많은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K명상 세션을 진행할 때, 한국 전통의 철학과 수련법이 외국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지 관찰하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당시 만난 수련자들이 미국인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겠지만, 그때의 경험은 특별한 배움의 순간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하나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우리말에는 ‘기氣’ 자가 들어간 말이 많이 있죠. 열기, 온기, 냉기, 기가 차다, 기가 막히다. 기똥차다 등 일상적으로 흔히 쓰는 말들입니다. 명상할 때 손으로 기를 느끼는 ‘지감止感’ 수련이 우리 한국인에게도 처음에는 낯설고 신기한 체험인데, 미국인들에게는 더욱 그러했을 겁니다. 그들은 손의 에너지를 느끼는 순간 매우 놀라는 눈빛과 표정을 지었습니다. 

미국인들은 표현력이 좋아서 자신의 느낌을 때론 조금 과장되더라도 적극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런 그들이 자신의 손을 감싸고 흐르는 기를 느끼며 깊이 집중하다가 내면과 감응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저에게도 굉장한 체험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 환경 속에 있지만 같은 사람으로서 에너지를 느끼는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 이미지_게티이미지 코리아


자신의 체험을 스스로 이해할 때까지 질문하는 사람들

하지만 수련을 마친 이후의 모습은 우리와 많이 달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명상 세션을 하면서 만난 수련자들은 기 에너지를 체험한 후 그 느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면서 감동하고 감사해합니다. 자신이 직접 느끼고 체험했기 때문에 누가 뭐래도 이 감각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이를 더 지속적으로 깊이 있게 체험하고 싶은 마음으로 수련에 임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만난 수련자들은 자신이 느낀 것이 무엇인지를 매우 알고 싶어 했습니다. 자신이 느낀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이런 느낌이 가능한지 이해되지 않으면 의문을 풀지 않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뭔가 이상한 것이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을 갖기도 합니다. 

체험 자체는 좋고 감사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트레이너에게 설명해 주기를 요청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수련자들이 자신이 체험하는 것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명상 트레이너로서 그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스스로 질문하며 정리해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미국에서 명상 세션을 할 때는 먼저 수련의 원리와 목적에 대해 설명한 후에 실제 체험으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두 시간 과정의 워크숍이라면 30분 정도 원리와 이론에 대해 설명하고, 한 시간 정도 체험한 다음, 나머지 30분 정도 마무리하면서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형태입니다. 
 

뇌는 질문하는 순간 답을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미국에서 10여 년 활동하고 한국에 오니,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의 문화도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익숙하게 했던 원리 설명을 그대로 해도 잘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한국의 수련자들도 이론적으로 정확히 이해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시대가 변해 그야말로 정보화 사회가 됐음을 실감했다고 할까요.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세계’를 이뤘고, 자동차, 철강, 조선 같은 거대한 제조업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IT기업이 훨씬 더 많은 돈을 버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챗GPT를 비롯한 AI의 등장은 더욱 놀랍습니다.

돌이켜보면 미국에 있는 동안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궁금해하고, 이해할 때까지 질문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저도 그런 습관을 갖게 된 것이죠. 물론 궁금한 것에 대해 다 아는 것은 불가능하고, 더 많은 것을 알기에는 게으름과 부족함이 많지만, 적어도 수련과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좀 더 깊게 질문하면서 답을 정리해 가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날들을 돌아보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혀 다 알고 있다는 듯 넘겨버린 것들이 많았습니다. 기 에너지를 느끼는 것도 처음에는 너무 신기하고 놀라웠지만 이후에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더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아는 것처럼 지나쳤던 것이 얼마나 많을까, 당연하게 생각하고 궁금해하거나 질문하지 않았던 것이 얼마나 많을까를 이제 깨닫습니다.

뇌는 질문하는 순간 답을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하죠. 이전에 놓친 질문, 지금까지 해온 질문들에 관해 앞으로 하나씩 꺼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_오보화 BR뇌교육 교육팀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특임교수. 유튜브 채널 ‘오보화의 K명상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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