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원한 직금 직물 3종.
조선 영조 때 단절된 '금사(金絲) 제작 기술과 직금 제직 기술이 복원됐다. 금사(金絲)는 삼국 시대로부터 고려 시대를 거쳐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전통 섬유공예에 사용된 가장 장식성이 뛰어난 소재로 꼽히며, 배지(背紙, 맨 아래에 놓이는 종이) 위에 접착제를 바르고 그 위에 금박 또는 은박을 올려 일정한 너비로 재단하여 만든다.금사를 넣어 문양을 짜는 직금 기술은 직물에 기품과 화려함을 불어넣어 예로부터 의례용 복식뿐만 아니라 장엄용(莊嚴用) 직물의 제작에도 폭넓게 사용되어 왔다. 특히 고려 시대에는 직금 공예가 발달하여 다량의 불복장(佛腹藏) 직금 유물이 남아 있다. 조선 시대는 출토복식과 궁중복식 등에서 수준 높은 직금 유물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1733년(영조 9) 문직기(紋織機, 직물에 문양을 넣기 위해 사용하는 틀)의 사용이 금지된 이후로 금사 제작 기술과 직금 제직 기술이 단절되어 지금까지는 직금 유물의 원형복원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 16세기 초 금원문직금능(복원 전).
▲ 16세기 초 금원문직금능(복원 후)
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대학교(총장 김재열) 전통섬유복원연구소는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에서 진행 중인 ‘문화유산융복합연구(R&D)’의 하나로, 4년(2011~2014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국내 최초로 ‘전통 금사(金絲) 제작 기술’과 직물(織物) 표면에 금사로 문양을 넣는 ‘직금 제직(織金 製織) 기술’을 복원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11일 밝혔다.
□기술 복원 어떻게 진행됐나
이번 연구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우리나라 전통 금사에 관한 문헌 기록 분석, 유물 조사를 통한 금사의 특성 분석, 중국과 일본의 전통 금사 제작 기술 조사, 금사 복원, 전통 수공 문직기의 제작을 통한 직금 직물 복원 등의 단계로 추진되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섬유복원연구소(소장 심연옥) 연구팀은 연구 첫해인 2011년 문헌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전통의 금사 제작 체계를 밝혀냈다. 이듬해에는 한국 중국 일본의 금사 유물에 과학적 분석과 기술 조사를 수행하였다. 이어 2013년에는 금사 재현에 필요한 배지, 접착제, 금박 등의 최적 재료요건을 제시하여 금사 제작에 성공하였다. 지난해에는 앞서 3년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전통 수공(手工) 문직기를 제작하여 직금 제직 기술을 재현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 조선 시대 '임원경제지'에 수록된 수공 문직기 그림.
조선 영조 때 문직기(紋織機)가 철폐되어 문직기술이 쇠퇴하게 되고 조선 말에는 문양을 짤 수 있는 문직기 및 그 기술이 단절되어 현재는 베를 짜는 베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전통 수공 문직기는 직기의 원형 및 구조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조선 시대 『임원경제지』에 수록된 문직기도(紋織機圖)와 중국에서 현재 전승되고 있는 문직기의 유형을 참조하여 제작ㆍ복원하는 데 성공하였다. 자카드 수공 문직기는 1800년대 자카드 수공 문직기의 원형을 참조하여 2007년 복원한 직기를 사용하였다. 직금 직물은 전자동 기계 제직이 불가능하므로 수공으로 제직하였다.▲ 복원한 수공 문직기.
직금 제직 기술 등을 적용하여 보물 제1572호 ‘서산 문수사 금동아미타불상’(1346년)의 복장 직물인 고려 시대 ‘남색원앙문직금능(藍色鴛鴦紋織金綾, 수덕사 근역성보관 소장)’ 등 직금 유물 3점을 복원하는 데 성공하였다.
또 이번 연구를 통해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는 전통 한지(韓紙)가 배지로 사용되었음을 확인하여 당시 일본이나 중국과는 다른 우리 고유의 독자적인 금사 제작 기술을 보유한 사실을 밝혀냈다.
▲ 복원한 금사 세부.
배지의 밀도는 다른 일반적인 한지에 비하여 치밀한 것으로 보아 금사를 제작하는데 사용되는 배지는 우리나라 전통 도침지(搗砧紙)를 사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금사의 배지는 특정 목적에 따라 초지(抄紙)되었으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직접 금사 제작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최초로 확인하였다. 접착제는 금사유물 배지 표면의 특징과 열화(劣化) 실험 등을 통해 아교와 같은 투명 접착제, 그리고 주토와 같은 붉은색을 아교에 첨가하여 사용하였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번 복원사업은 전통기술 복원분야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섬유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재현ㆍ복원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는 데 의미가 적지 않다.
문화재청은 이번 연구 성과는 전통 직금 복식 분야뿐만 아니라 현대적 공예 기법과의 접목을 통해 전통문화의 다각적인 활용과 문화관광 자원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글. 정유철 기자 npns@naver.com 사진. 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