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무게의 0.5퍼센트에 달하는 미세 플라스틱

뇌 무게의 0.5퍼센트에 달하는 미세 플라스틱

미세 플라스틱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브레인 110호
2025년 04월 11일 (금)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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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플라스틱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세 플라스틱은 단순한 환경오염 물질을 넘어 지구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가 1㎚(나노미터, 10억분의 1m)에서 500㎛(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에 이르는 초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말한다. 이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환경에 유입되어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생산 당시부터 작게 만들어지는 1차 미세 플라스틱과, 생산될 때는 크기가 더 컸지만 이후 인위적 또는 자연적으로 마모되어 크기가 5mm 이하가 된 2차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류된다. 수많은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해수면을 떠다니고, 해수면뿐 아니라 해수층, 해저 퇴적물, 심지어는 북극의 해빙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해양 생태계에 만연해 있다.

비닐봉지, 물병처럼 일상에서 흔히 소비하는 플라스틱 도구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 플라스틱은 음식, 물, 호흡을 통해 인체에 들어간다.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의 뇌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요소다.
 


간과 신장보다 뇌의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더 높아

최근 인간의 뇌조직에서 미세 플라스틱과 나노 플라스틱(MNP)이 검출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미국 뉴멕시코대학교 연구팀은 2016년과 2024년 부검을 통해 얻은 인간의 뇌(전두엽), 간, 신장 조직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분석했다.

미국 뉴멕시코대학교 연구팀은 2016년과 2024년 부검을 통해 얻은 인간의 간, 신장, 뇌 조직에서 MNP의 상대적 분포를 탐구하기 위해 Py-GC/MS와 시각화 방법을 결합했다. 연구결과, 2024년 샘플의 간과 신장 표본에서 총 플라스틱 농도의 중앙값은 각각 433 및 404µg/g으로, 사망자의 간과 신장 표본에서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간과 신장 표본에 비해 뇌조직의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훨씬 더 높았다. 2016년과 2024년의 뇌 샘플에서 MNP의 Py-GC/MS 추정치는 각각 3345µg/g과 4917µg/g이었다.

검출된 주요 미세 플라스틱 성분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염화비닐(PVC), 스타이렌-부타디엔 고무(SBR)였다. 특히 뇌 조직에서는 폴리에틸렌의 비율이 75퍼센트 이상으로 가장 높았다. 간과 신장에서도 PE에 비해서도 높은 비율을 보였다.

간과 뇌 샘플에서 2016년과 2024년 사이에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염화비닐, 스타이렌-부타디엔 고무의 농도가 증가했다. 폴리에틸렌를 제외한 다른 폴리머는 그다지 일관된 농도를 보이지 않았다. 

2016년 간과 신장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 농도는 서로 비슷했지만, 뇌 조직에서는 훨씬 높은 농도로 축적되었다. 2024년에도 간과 신장보다 뇌에서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크게 높았다.

미세 플라스틱 농도 자체도 2016년 샘플보다 2024년 샘플이 훨씬 높았으며, 뇌의 미세 플라스틱 농도는 2016년 샘플 대비 50퍼센트 증가했다. 환경 내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증가하면서 체내 축적량도 늘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치매 환자의 뇌는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정상인의 7배

연구팀은 치매를 진단받은 환자 12명의 뇌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의 분포를 조사했다. 그 결과 치매 환자의 뇌에서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정상인보다 7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치매 진단을 받은 사망자의 뇌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7배 이상 많이 축적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뇌혈관벽과 면역세포에서 눈에 띄는 침전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신경 염증이나 혈액-뇌 장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의 매튜 캠펜 교수는 “45~50세 정상인의 뇌조직에서 확인된 미세 플라스틱 농도는 1g당 4800µg/g으로 뇌 무게의 0.48퍼센트”라고 밝히며, “이는 표준 플라스틱 스푼 1개 분량에 해당하며, 오늘날 우리 뇌의 99.5퍼센트는 뇌이고 나머지는 미세 플라스틱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단순히 미세 플라스틱이 뇌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넘어, 미세 플라스틱이 뇌에 축적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양이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미세 플라스틱이 뇌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 뇌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뇌신경과학자들은 뇌혈관벽과 면역세포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이 뇌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마치 혈관을 막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처럼 미세 플라스틱은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연구는 미세 플라스틱이 치매나 기타 신경질환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나,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1]
 

뇌혈관에 미세 플라스틱이 축적되면 혈전을 유발해 뇌 질환 위험을 높인다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뇌로 들어간 미세 플라스틱이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고 운동 및 인지능력을 저하시킨다는 동물 실험 연구결과도 있다. 미세 플라스틱이 뇌 속 면역세포와 뭉쳐 혈전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베이두 시 중국 환경과학연구원 교수팀은 쥐 실험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이 뇌혈관을 막아 혈류를 방해하고, 기억력과 운동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미세 플라스틱이 쥐의 뇌를 통과하는 과정을 뇌혈관 현미경 이미지를 통해 추적했다. 그 결과, 미세 플라스틱이 혈액-뇌 장벽(BBB)을 통과하면 면역세포가 이를 발견하고 삼켰다. 플라스틱을 먹은 면역세포들은 응집해 혈전을 형성했고, 혈전은 뇌조직과 세포로 흐르는 혈류를 방해했다.

미세 플라스틱 때문에 뇌 혈류를 방해받은 쥐는 기억력 미로 테스트 수행 능력이 낮아지고 운동기능이 저하되는 등 신경학적 장애의 징후를 보였다.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혈류량 감소현상은 7일 이상 지속됐다. 28일이 지나자 혈류량이 다시 늘어나긴 했지만 미세 플라스틱 침투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 [2]

미세 플라스틱이 뇌혈관에 축적되면 혈액 흐름을 방해하고 혈전 형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치매 발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는 미세 플라스틱이 직접 조직에 침투하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인 악영향을 준다는 메커니즘을 밝혀내 미세 플라스틱 독성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미세 플라스틱이 뇌 염증과 치매를 유발할 가능성도 확인

미세 플라스틱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최근 몇몇 연구들이 주목할 만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DGIST-경북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실험실 환경에서 2차 미세 플라스틱(환경에서 풍화된 미세 플라스틱)이 뇌의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미세아교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2차 미세 플라스틱이 미세아교세포를 자극하여 뇌의 염증반응을 유도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미세 플라스틱이 뇌에 잠재적인 신경독성물질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2차 미세 플라스틱 섭취 그룹에서 외부 뇌조직에서 신경 변성과 세포 사멸에 관련된 염증성 단백질발현 증가 및 염증 완화 단백질 발현 감소를 확인했다. [3]

미세 플라스틱이 뇌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신경퇴행성 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연구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뇌의 세포 과정을 지원하는 단백질인 신경교섬유질 산성 단백질(gfap)의 감소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결과가 발표되었다. gfap의 감소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포함해 신경 퇴행성 질환의 초기 단계와 관련이 있다. [4]

로드아일랜드 대학의 제이미 로스Jaime Ross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포유동물에 대한 미세 플라스틱의 잠재적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어린 쥐와 나이 든 쥐에게 3주 동안 식수에 다양한 수준의 미세 플라스틱을 넣어 마시게 한 후 신체의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된 쥐의 간과 뇌 조직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쥐들은 놀랍게도 치매와 비슷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특히 나이 든 쥐에서는 그 변화가 더욱 심하게 나타났다. [5]
 


해산물 속 미세 플라스틱을 제거하는 방법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미세 플라스틱 오염이 전 지구적 환경 이슈로 부상함에 따라 식품에서 미세 플라스틱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3년간(2017~2019년) 국내 유통 수산물에 대한 미세 플라스틱 오염 수준을 연구했다. 3년간 국내 유통 중인 다소비 수산물 14종 66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해산물 1그램당 평균 0.47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품목별 검출량은 패류가 0.07~0.86개/g, 두족류 0.03~0.04개/g, 갑각류 0.05~0.30개/g, 건조 중멸치 1.03개/g, 천일염 2.22개/g으로 나타났다. 검출된 미세 플라스틱은 주로 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 폴리스티렌이었으며, 크기는 20~200㎛의 파편 형태였다. 폴리에틸렌은 비닐봉지, 폴리프로필렌은 병뚜껑, 폴리스티렌은 아이스박스 등에 사용되는 재질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생물의 소화기관에서 주로 관찰됐다. 소화기관 (내장)을 함께 먹는 바지락의 해감 조건에서 미세 플라스틱 함유량 변화를 시험했다. 소금물에 30분 동안 해감하면 미세 플라스틱이 90퍼센트 이상 제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위적으로 오염시킨 바지락을 소금물에 담가 어두운 곳에 30분 정도 두면 미세 플라스틱이 468개에서 19~31개로 90퍼센트 이상 감소됐다.

해조류(미역 .다시마)의 경우 2회 이상 세척하면 미세 플라스틱이 상당 부분 제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내장 제거가 어려운 바지락 등은 충분히 해감 과정을 거친 후 조리하고, 내장을 제거할 수 있는 수산물은 되도록 내장을 꼼꼼히 제거한 뒤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6]
 

나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문제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이를 해결하는 데는 필수적으로 국제적 협력이 따라야 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4년까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각국 정부는 플라스틱 생산 및 소비 규제, 재활용 시스템 구축, 미세 플라스틱 연구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은 다회용 용기 사용, 플라스틱 포장재 줄이기, 친환경 제품 사용 등으로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 친환경 포장재 개발, 재활용 시스템 구축으로 플라스틱 생산과 폐기물 관리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플라스틱 규제 강화, 미세 플라스틱 연구 지원, 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 등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미래 세대에게 지구 환경을 물려줘야 하는 우리에게는 이 모두를 실천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지금 당장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생활습관을 실천하자. 무엇보다 이는 자신의 뇌를 지키는 일임을 기억하자.


글. 조용환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재미있는 뇌 이야기와 마음건강 트레이닝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조와여의 뇌 마음건강’을 운영하고 있다.
 

참고자료

[1] Nihart, A.J., Garcia, M.A., El Hayek, E. et al. (2025), “Bioaccumulation of microplastics in decedent human brains”, Nat Med. 
[2] Haipeng Huang, Jiaqi Hou, Mingxiao Li et al. (2025), “Microplastics in the bloodstream can induce cerebral thrombosis by causing cell obstruction and lead to neurobehavioral abnormalities,” Science Advances, Vol 11, Issue. 
[3] Kim, Hee Yeon, Ashim, Janbolat, Park, Song et al. (2023), “A preliminary study about the potential risks of the UV-weathered microplastic: The proteome-level changes in the brain in response to polystyrene derived weathered microplastics”, Environmental Research, Volume 233. 
[4] Gaspar, L., Bartman, S., Coppotelli, G., & Ross, J. M. (2023), “Acute Exposure to Microplastics Induced Changes in Behavior and Inflammation in Young and Old Mice”,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24(15), 12308. 
[5] Jaime M. Ross, Lauren Gaspar, Sydney Bartman, Giuseppe Coppotelli (2023), “Acute Exposure to Microplastics Induced Changes in Behavior and Inflammation in Young and Old Mice”, Int. J. Mol. Sci. 2023, 24(15), 12308 
[6] 식품의약품안전처 (2022), <국내 유통 식품 미세 플라스틱 수준 조사 결과>.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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