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늙지 않는다? - 뇌와 노화

뇌는 늙지 않는다? - 뇌와 노화

[기획리포트]뇌속의 인생-노년기의 뇌

브레인 17호
2012년 10월 04일 (목)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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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노화는 어떻게 일어날까


인간의 뇌는 20대에 완전히 성숙해서 40대가 되면서 서서히 노화에 따른 변화가 일어난다. 뇌의 노화는 다른 신체기관과 함께 진행되며,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노화의 원인에 대한 가설로는 면역체계나 중추신경계의 신경내분비 기능의 변화로 인한 기능 상실로 일어난다는 설과, 세포 대사 과정에서 나오는 노폐물이 축적돼 기능이 저하되면서 일어난다는 설,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일어난다는 설 등이 있다. 또한 정상적으로 나이 들어가는 것과 병적인 노화의 상태는 서로 연속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뇌는 노화하면서 구조적 변화를 보인다. 일단 뇌의 부피가 감소하는데, 뇌가 작아지는 현상은 60세를 전후해서 시작된다. 그동안 신경세포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뇌는 태어날 때 일정 수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다가 매일 조금씩 신경세포를 잃어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전 이론에 따르면 뇌가 작아진다는 것은 신경세포 수가 하루에 약 10만 개씩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최근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뇌의 수축은 신경세포가 사라지기 때문이 아니라, 신경세포 자체의 부피가 줄고 신경세포 간의 시냅스도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냅스가 감소하면 인지 능력이나 기억력 감퇴 등 우리가 노화라고 일컫는 현상이 나타난다.

시냅스에서 일어나는 변화로는 신경전달물질의 생산과 분비가 감소하고, 시냅스 말단에서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도 감소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신경전달물질에 반응하는 수용체에서도 밀도와 흡수율이 감소하여 신경의 반응이 약화되거나 처리 속도가 느려진다. 척수의 신경세포도 뇌의 신경세포와 비슷한 변화 양상을 보이는데, 대개 노년기에 이르면 신경세포의 30~50%를 상실한다.

뇌의 부피가 줄어들다

일반적으로 노화를 감지하는 대표적인 현상은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기억력 감퇴는 해마가 작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공간 탐지도 기억력과 관련된 뇌 부위인 해마에 의존하는데, 이 기능도 나이가 들면서 약해진다.

기억력과 함께 저하되는 뇌 기능 또 한 가지는 전전두엽이 작아져서 생기는 실행 기능의 저하다. 실행 기능은 상황에 맞는 적절한 행동을 선택하고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며, 주의가 산만해도 눈앞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실행 기능의 저하는 대개 70대에 접어들 무렵에 시작되며, 처리 속도와 반응 속도, 그리고 방금 들은 새 전화번호를 전화기 버튼을 누를 때까지 잠시 저장하는 작업 기억 같은 기본 기능들의 저하를 불러온다.

실행 기능의 장애는 공간 탐지 능력이 떨어지는 문제와 더불어 왜 할아버지의 운전 실력이 예전 같지 않은지를 설명해준다. 따라서 최근에는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파악해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정지하는 장치가 장착된 자동차가 선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실행 기능이 저하되는 노인 운전자에게 매우 유용한 장치라고 생각된다.


나이 들수록 올라가는 지능

지능은 크게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 지능으로 구분된다. 유동성 지능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유전적 지능으로 계산 능력, 기억력, 직감력 등이 이에 해당한다. 결정성 지능은 학습이나 경험에 의해 획득되는 후천적 지능으로 언어 능력, 이해력, 통찰력 등이 여기에 속한다. 유동성 지능은 나이가 들면서 떨어지지만 결정성 지능은 80세 이후에도 향상될 수 있다.

계산 능력이나 기억력은 유동성 지능에 속하지만 결정성 지능과도 관련이 있다. 계산 능력의 경우, 계산하는 속도는 유동성 지능이어서 나이가 들면 계산 속도가 떨어지지만, 계산하는 능력 자체는 학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길러진 결정성 지능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유지되는 것이다. 결정성 지능에 한에서 본다면, 뇌는 나이 들어도 늙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이순과 종심을 가능하게 하는 뇌의 변화

결정성 지능 외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향상되는 능력이 또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감정 조절 능력이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부정적 감정의 빈도는 나이와 함께 감소하고 긍정적 감정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60세 무렵에는 감정적으로 이전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상태에 이른다. 나이가 들면 과거의 부정적인 사건들을 덜 지각하고 기억하지 않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

논어에서는 예순 살을 ‘이순耳順’이라 하여 이 나이가 되면 생각하는 것이 원만해져 어떤 일이든 들으면 이해가 된다 하였고, 일흔 살이면 ‘종심從心’이라 하여 뜻대로 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어찌 보면 노화와 관련된 옛말이 뇌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노년에 나타나는 호르몬의 변화가 남녀 성차를 좁힌다

남자는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보다 대체로 부드러워진다. 이는 호르몬의 변화 때문인데, 대개는 50세부터 남성호르몬의 분비량이 점차 감소하면서 덜 공격적이고 자기주장도 덜 강한 쪽으로 서서히 바뀐다. 예전과는 다르게 부드러워진 남편을 아내는 의지할 수 없는 약한 존재로 느끼고 그러한 변화에 당황하기도 한다.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50세 무렵이 되면 여성호르몬의 양이 급속히 감소한다.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쉽게 화를 내고 불안해하는 등 기분의 변화를 크게 겪는다. 특히 폐경기 여성에게 나타나는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은 부신에서 만들어지는 소량의 남성호르몬을 중화시키는 여성호르몬이 더 이상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변하고 자기주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노년기에 일어나는 이런 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남자와 여자는 각각의 성적 특성이 약화되면서 점차 행동이 유사해진다. 노년기에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기면서 성격까지 변화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노년기의 남녀가 겪는 정서적인 갈등을 서서히 줄여갈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치유력과 재생 능력을 지닌 뇌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뇌는 불변하는 대상이었고, 신경세포가 파괴되면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뇌가 엄청난 자기 치유력과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이미 성장기가 지난 뇌에도 줄기세포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경줄기세포는 신경전구세포가 될 수 있고, 이는 다시 뉴런이나 신경교세포로 성장한다.

새로운 신경세포는 주로 두 부분에서 만들어지는데, 전뇌의 액체가 가득 찬 뇌실과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해마가 그곳이다. 동물 실험에서 쥐들을 무미건조한 우리에서 장난감이 많은 우리로 옮기자 해마에서 새롭게 분화한 세포의 수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난 것이 확인됐다. 사람도 자신의 뇌에 흥미로운 경험을 끊임없이 부여함으로써 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일부 실험에서는 평생에 걸쳐 지적 활동을 계속하면 노년의 인식 능력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최근 진행 중인 한 연구에서는 신문 읽기 같은 활동을 일상적으로 계속하는 사람이나 지적 자극을 받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노년에 인지 기능의 하락을 경험할 가능성이 적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뇌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뇌의 노화를 늦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신체 운동이다. 뇌가 오랜 세월에 걸쳐 끊임없이 진화해온 이유가 바로 생존을 위해 ‘운동’을 더 잘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자연계에서 운동을 하지 않는 생명체는 뇌라고 부를 수 있는 신경조직이 없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노화에 따른 피질 면적의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동물 실험의 결과, 운동은 뇌 속의 모세혈관을 증가시켜 신경세포에 산소와 포도당을 원활히 공급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운동은 또한 시냅스의 가소성을 증가시키고 해마 안의 새로운 신경세포 탄생도 촉진한다.

정상적인 노화 외에도 운동은 노후의 치매 위험 감소에 도움이 된다. 중년부터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 사람은 70대에 알츠하이머가 발병할 확률이 운동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다. 50대에 들어서야 운동을 시작한 사람조차 그 위험성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뇌가 발달해온 가장 근본적인 이유인 ‘운동’에 무조건 충실할 일이다.

 
글·강윤정
chiw55@brainmedia.co.kr
도움 받은 책·《똑똑한 뇌 사용 설명서》 샌드라 아모트 외, 《노화와 질병》 레이 커즈와일 외, 《노인의학》 조기현 외, 《브레인 섹스》 앤 무어 외, 《해마》 이케가야 유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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