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공동 뇌 프로젝트

[브레인 북스] 공동 뇌 프로젝트

뉴노멀 시대, 융합과 창의성을 위한 미래 역량 교육


‘융합’, ‘복합’, ‘통섭’, ‘초학제’ 등 표현은 다르지만 이러한 흐름이 유행을 탄 지 꽤 오래되었다. 

구분 짓기, 경계 짓기로 점철된 근대적 교육을 극복하고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뜻은 좋지만, 유감스럽게도 여전히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전설 속 르네상스형 인간을 이상형으로 내세우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르네상스 시대에만 가능한 일이었다. 지식의 양이 극도로 방대해지고 전문화가 심화된 오늘날, 한 개인이 두 가지 이상의 전문 지식을 갖춰 융합을 이루어 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저자는 ‘공동 뇌’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한다. 융합은 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발생한다. 융합은 개인의 뇌가 아니라 개인 뇌들의 만남의 장소, 즉 공동 뇌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공동 작업의 산물로서 창의성은 역사적으로 누적되고 전승된다. 

보존되고 누적되고 전승된 인류 전체의 기억이 바로 공동 뇌인 것이다. 이러한 융합과 창의성을 위한 소통의 도구가 필요한데, 그것은 과거의 자연어 범위를 넘어서는 확장된 언어력, 확장된 인문학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확장된 언어력, 확장된 인문학이야말로 우리가 수행해야 할 공통 핵심 역량 교육이다. 

이 책은 ‘공동 뇌’를 중심으로 융합, 창의성, 미래 역량 교육을 위한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융합 인재 교육은 왜 실패했는가?

언제부턴가 교육계는 융합과 창의성을 비전으로 내걸기 시작했다. 문과형 인재와 이과형 인재를 나누는 구시대적 발상은 창의성과 다양성이 요구되는 새로운 시대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인재, 즉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consilience)’이라는 개념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같은 탁월한 천재 말고는 최근 융합과 관련해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융합 인재 교육이 실패했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저자는 실패의 원인을 융합의 개념을 오해한 데서 찾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전설 속 르네상스형 인간은 어디까지나 르네상스 시대에만 가능한 일이었다. 지식의 양이 극도로 방대해지고 전문화가 심화된 오늘날, 한 개인이 두 가지 이상의 전문 지식을 갖춰 융합적 결과를 내겠다는 것은 가장 잘못된 접근 방식이다. 

융합의 잘못된 개념 설정에 따른 잘못된 목표 설정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것이다. 오히려 개인은 한 분야의 전문성을 더 길러야 한다. 그러면서 전문성을 갖춘 개인이 다른 전문가와 협업할 수 있어야 한다. 요컨대, 융합은 전문가 간의 협업이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다시 말해 개인의 뇌가 아니라 개인 뇌들의 만남의 장소, 즉 ‘공동 뇌’에서 융합이 이루어진다.


개인 지능보다 공동 뇌가 중요하다

저자는 창의성을 발현하려면 개인의 자질에 의존하지 않고 서로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창의성은 공동 작업의 산물로서 누적되고 전승되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거인들의 어깨를 딛고 분출하며 인류 전체의 기억에 담겨 보존될 때 의미가 있다. 보존되고 누적되고 전승된 인류 전체의 기억이 바로 ‘공동 뇌’다. 역사가 보여주듯이, 창의적 개인들은 홀로 등장한 적이 없고 특정한 지역과 시대에 집중적으로 동시에 등장했다. 기원전 4세기 전후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 14세기 전후 피렌체를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 17세기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한 네덜란드, 18세기 에든버러를 중심으로 한 스코틀랜드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다름 아닌 그 시기에 그 지역을 중심으로 수많은 천재가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심리학자이자 교육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성은 개인뿐 아니라, 역사적 유산인 ‘문화’와 동시대 현장 전문가의 ‘사회’가 함께 작동할 때 발현된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이 논의를 발전시켜 문화, 사회, 개인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좋을지 뇌과학, 고생물학, 고고학, 인류학, 역사학, 사회학, 철학, 심리학, 교육학의 성과들을 종합해 방안을 제시한다.


미래 융합 교육에는 ‘확장된 인문학’이 답이다

앞서 융합은 전문가 간의 협업에서 성립한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는 협업의 기초로 모든 시민이 공통 핵심 역량을 먼저 갖추자고 제안한다. 그 역량은 바로 인간과 세상을 읽고 쓰는 능력이다. 21세기에 오면서 읽고 쓰는 언어는 과거의 자연어 범위를 넘어섰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같은 자연어에 덧붙여 수학, 자연과학, 기술, 예술, 디지털 등의 언어, 즉 ‘확장된 언어’를 읽고 쓰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이러한 능력을 ‘확장된 언어력’이라고 부른다. 확장된 언어력 교육은 ‘확장된 인문학’이 담당해야 한다.

저자는 그 방안으로 우선 고등교육의 일환으로 공통 핵심 역량 교육(확장된 인문학 교육)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여기서 말하는 인문학은 ‘연구 인문학(스투디아 후마니타스)’보다는 ‘교육 인문학(아르테스 리베랄레스)’에 가깝다. 확장된 인문학 교육은 초중등 교육에서 시작해 고등교육에서 마무리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그다음 단계에서는 전문 역량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문 역량 교육은 직업 교육과 학술 연구라는 두 축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일반 시민에게는 직업 교육 과정을, 미래의 학문 세대에게는 학술 연구 과정을 제공한다. 이 교육과정이 운영되면, 머지않아 전문가의 협업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전문가로서 훈련하기 전에 공통의 언어, 즉 ‘확장된 언어력’, ‘확장된 인문학’을 습득해 언제라도 소통하고 협업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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