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인들은 같은 사안을 두고도 보수와 진보는 다르게 바라본다. 미국 출신 과학 저널리스트인 크리스 무니는 신간 <똑똑한 바보들>에서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는 알고 보면 뇌구조부터 다르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는다.
뇌과학과 신경과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수주의자의 뇌는 편도체와 관련되고, 진보주의자의 뇌는 전대상피질과 관련된다고 한다. 편도체는 여러 기능을 갖지만 공포를 일으키는 위협이나 자극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할 때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실제로 위협을 느꼈을 때 보수주의자의 뇌에서 진보주의자에 비해 편도체가 강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대상피질은 전두엽의 한 부분으로 전전두피질과 연결되어 있다. 이 부위는 실수나 오류를 우리가 범했을 때 그 실수나 오류를 감지하는 것과 관련된다.
최근 한 연구팀은 런던대학교의 대학생 90명을 대상으로 MRI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평균적으로 봤을 때 보수주의자들은 오른쪽 편도체가 더 크고, 진보주의자들은 전대상피질에 회백질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이를 "보수주의자는 위험이 외부에서 온다고 느끼지만 진보주의자는 위험이 느껴지는 걸 내부적으로 감시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우리에게는 진보와 보수가 모두 필요하다
저자는 보수주의와 진보주의 둘 다 인간 본성의 핵심 측면이며, 성향마다 미덕이 있다고 본다. 진보주의자는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에서 진실을 파악하는데 뛰어나다. 애매모호함이나 불확실성을 잘 참아내면서 깊은 사고를 한다. 하지만 결단력 있고, 가던 길을 고수하고, 흔들리지 않는 점에서는 보수주의자가 더 뛰어나다.
이 책은 지난 5월 <The Republican Brain: 공화당원의 뇌>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미디어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저자 크리스 무니는 "내 얘기에 대해 진보주의자들은 흥미롭다고 말했지만, CNN 같은 주류 미디어들은 이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피했다"고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혔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돌아보게 하는 책인 건 분명하다.
글. 전은경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