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매우 산만한 사람들을 위한 집중력 연습

[브레인 북스] 매우 산만한 사람들을 위한 집중력 연습

실리콘밸리 최고 ADHD 임상 전문가의 산만함을 극복하고 잠재력을 끌어내는 방법


누구나 집중력이 흩어지는 순간들을 종종 경험한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누적되다 보면, 혹시 내가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가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실제 ADHD 진단을 받은 성인들이 최근 5년간 5배나 증가할 정도로 집중력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기사도 있다.

혁신과 창의력의 상징이라 할만한 실리콘밸리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실리콘밸리 최고 ADHD 임상 전문가인 저자는 그 똑똑하다는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집중력 저하를 호소하며 자신의 진료실을 찾는 일을 수도 없이 겪었다. 이 책은 그들을 상담 치료하며 집중력 향상에 실제 효과 있었던 방법을 40가지 연습법으로 정리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계획한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뇌의 실행 기능, 즉 ‘정신적 코어 기술’이 중요하다. 어떤 기술이 본인에게 더 필요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저자는 ‘주의 집중, 정리와 계획, 정신적 유연성, 감정 조절, 충동 억제’라는 다섯 가지 영역에 관한 인지 유형 진단표를 제공하고, 약점은 향상시키고 강점은 활용할 수 있는 기술 단련법을 알려 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산만한 사람들이 계획한 대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이끌어 주는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줄 책이라 할 수 있다.


당신의 집중력은 ‘연습’으로 단련될 수 있다!

몇 시인지 확인하려고 스마트폰을 봤다가 문득 확인해야 할 업무가 떠올라 회사 메일에 들어간다. 그때 친구에게서 문자가 오고, 답장하고 있는데 누군가 좋아요를 눌렀다는 SNS 알림이 뜬다. 확인만 하려다가 피드에 올라온 게시물들을 전부 구경하고, 우연히 뜬 웃긴 동영상을 1분 정도 보다가 갑자기 생각난다. ‘아 맞다, 지금 몇 시지?’

자각할 겨를도 없이 집중력이 흩어지는 순간들을 자주 경험하다 보면, 혹시 내가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가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한 국내 기사에 따르면, ADHD 진단을 받은 성인들이 최근 5년간 5배나 증가할 정도로 집중력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10년 넘게 실리콘밸리에서 성인 ADHD 상담 치료를 해 온 필 부아시에르는 혁신과 창의력의 상징인 이곳에서도 집중력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닫는다. 꼭 ADHD로 진단받지 않았더라도, 어떤 스트레스 상황에서나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성과를 내야 하는 그들에게 집중력 문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내담자들을 상대로 숱하게 진행된 상담 치료 경험을 토대로, 집중력 향상에 실제 효과가 있었던 방법을 40가지 연습으로 정리했다. 이 책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저자가 권하는 방법은 단순히 투 두 리스트를 꼼꼼하게 적고 계획을 철저히 세우라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효과 좋은, 그야말로 ‘고급 실행 기술’을 알려 준다.(이재은 추천사)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고 해서 모두 같은 증상을 겪는 건 아니다.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자주 시선을 빼앗긴다거나, 주변 정리 정돈이 안 된다거나, 떠오르는 여러 생각들을 하나로 연결 짓지 못한다거나, 유독 감정 조절이 안 된다거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 중 하나 혹은 몇 개 이상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우리 뇌의 실행 기능인 ‘정신적 코어 기술’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주의력·집중력, 정리·계획 수립, 정신적 유연성, 감정 조절, 충동 억제’라는 이 다섯 가지 기술 중에서 자신이 약한 부분과 강한 부분을 알면, 연습을 통해 약한 부분을 보완하고 강한 부분을 활용할 수 있다.

ADHD로 진단받았거나, ADHD인 건 아닐까 혼자 고민해 봤거나, 혹은 그저 산만해서 겪는 크고 작은 불편함 때문에 좀 더 계획적으로 살고 싶은 사람 모두가 이 책에서 자신에게 맞는 집중력 향상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기술들이 몸에 익으려면 운동처럼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연습을 반복해서 좋은 습관을 들인다면, 산만한 삶의 악순환을 끊고 집중하는 삶이라는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ADHD는 지능의 문제가 아니다

먼저 한 가지 분명히 하자. 저자는 ADHD가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러니 집중력 저하는 당연히 지능의 문제가 아니다. “(너무) 산만해서 일에 집중할 수가 없어요”라는 호소일 뿐이다.

예컨대 ADHD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목표를 달성하고 성취감이나 보람을 느끼는 데 필요한 도파민, 주변과 머릿속 소음을 차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노르에피네프린이 생산되지 않거나 효과적으로 이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지능이 낮은 건 아니다. 단지, 해당 증상이 없는 사람들과 뇌가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에 어떤 일들을 하기가 더 어려울 뿐이다. 들어 문제를 해결할 때 다양한 상황을 검토해 보는 유연한 사고가 부족해 과거 실패했던 경험에 붙들려 있는 경우가 그렇다.

물론 그들이 더 잘하는 것도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수평적 사고(lateral thinking)’ 능력이 뛰어나서 주변으로부터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저자를 찾아오는 내담자 중에는 소위 ‘실리콘밸리 거물’들도 있었다. 그들이 직면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저자가 그들의 장점인 아이디어 창출 능력을 활용해 유연한 사고를 유도하여 다양한 해결 방법을 찾아 나가게끔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데일 아처 박사는 말했다. “당신이 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당신의 가장 큰 강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방법만 알면 증상을 관리하며 잘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너무 산만한 탓에 작은 일 하나 끝내기 어렵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직장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인간관계는 망가지고 육아는 더 어려워진다. 살아가다 보면 진짜 눈물 나게 힘들 때가 있다. 저자는 누구나 잘하는 것이 있고 못하는 것이 있듯이 각자가 가진 코어 기술들의 강점과 약점은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어떤 부분이 강하고 어떤 부분이 약한지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면 부족한 부분의 기술을 발전시켜 보완할 수 있고, 심지어 부족한 부분은 그대로 둔 채 장점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소방관 모드를 끄고, 응급실 의사 모드를 켜라

늘 일정에 쫓기면서 급한 불을 끄고 있는가? 그때그때 눈앞에 닥친 일을 잘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다 보면 마감 기한을 놓치거나 여러 가지 일이 섞여 뒤죽박죽되기 십상이다. 이젠 소방관 모드를 끄고, 응급실 의사 모드를 켤 때다. 응급실이나 분쟁 지역 병원에서, 가장 치료가 시급한 환자를 결정해야 할 때 ‘트리아지(triage)’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위기에 처하기 전에 나만의 트리아지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놓는다면 꽤 성공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간단하지만 중요한 법칙이 있다. “기록하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상당한 시간을 들여, 원하는 영역에서 높은 성과를 거둔 사람들의 습관을 알아보았다. 그들 역시 매일의 할 일 목록을 기록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목록은 해야 할 일을 끝까지 해내고, 생산성을 높이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삶의 ‘안전망’ 역할을 해 준다. 중요한 일이 누락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매일 목록을 확인하면서 해야 할 일들을 자각하면 수행할 확률 또한 높아진다. 어떤 것을 기록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데 시간을 쏟지 말고, 전부 기록하는 것이 좋다.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우선 하루 단위, 세 가지 범주 목표 설정부터 시작해 보자. 매일 밤, 다음 날에 해야 할 것들을 ‘반드시 해야 함’ ‘해야 함’ ‘하면 좋음’ 이렇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누고, 각 범주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만약 똑같이 시급한 과제가 두 가지 있다면, 덜 내키는 과제 먼저 수행하는 것이 좋다. 그 과제를 해냈다는 성취감에서 다음 과제를 수행할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만족을 지연시키면 더 큰 만족이 온다

1960년대 스탠퍼드 대학에서 ‘마시멜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자들은 4~5세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주면서 지금 먹어도 되지만 먹지 않고 15분을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한 뒤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실험에 참여했던 아이들을 40년 동안 추적한 결과,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렸던 아이들이 학교와 직장에서 더 좋은 성과를 거뒀고, 부부 관계가 더 좋았고, 건강 상태도 더 좋았다. 만족을 지연할 줄 알았던 아이가 시간이 흐른 뒤에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연구는 ‘만족 지연’에 관한 중요한 자료로 알려져 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 싶지만, 만족 지연은 정신적 코어 기술들을 동시에 사용해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이다. 나중에 보상받기 위해서는 당장의 감정을 관리하고, 기억을 정확히 회수하고, 충동성을 억제하고, 미리 계획을 세우고, 정신적 유연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만족 지연을 자주 수행할수록 여러 코어 기술을 동시에 활용하는 능력도 향상된다. 게다가 성공 경험이 반복되면 자연스레 자신감도 높아진다. 일상생활에서도 만족 지연을 연습할 수 있다. 멈추고(Stop), 생각하고(Think), 관찰하고(Observe), 계획하기(Plan)의 약자를 딴 ‘STOP 방법’을 통해서 가능하다.

케년은 STOP 방법을 사용해 결근이라는 부정적인 결과 대신 일자리 유지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당장의 만족을 보고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잠시 멈춰서 심호흡하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한 다음에 마지막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러면 시간이 생기는 만큼 더 넓은 선택지들을 검토할 수 있게 되고, 더욱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


단기가 모이면 장기가 된다

따뜻한 날씨에 42.195킬로미터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일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결승선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울거나, 덜덜 떨거나, 토하기도 했다. 다들 몰골이 말이 아닌 와중에, 저자는 아내가 미소 띤 얼굴로 땀도 많이 흘리지 않고 여유롭게 결승선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비법을 물어보니, 아내는 “그냥 한 번에 1킬로미터씩 가는 데만 집중했다”고 대답했다. 모든 1킬로미터 구간을 하나의 작은 경주처럼 여겼던 것이다.

이 천재적인 발상은 긴 집중력이 요구되는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상당히 도움이 된다. 유독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시간을 끌면서 미루기 쉽고, 의욕을 잃기도 쉽다. 이때 프로젝트를 작게 쪼개면 부담도 덜하고 수행도 용이하다. 예를 들어 집 셀프 인테리어를 위해 페인트칠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먼저 프로젝트를 세 개의 큰 층으로 나눈 뒤, 다시 하위 덩어리로 나누는 것이다. 층1은 목표하는 마감일을, 층2는 큰 덩어리들과 각 덩어리를 완성해야 하는 날짜들을, 층3은 다 합쳐놓으면 큰 덩어리가 되는 하위 과제들을 적는 식이다.

마라톤은 ‘장기전’이라는 점에서 다른 종목과 다르다. 마라톤 훈련할 때 빠른 날과 느린 날, 부상을 당해서 회복이 필요한 날이 있듯이 집중력 연습 과정에도 오르내림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하나 분명한 것은, 날마다 조금씩 연습하면 실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확신한다. 지금으로부터 1년 후에 돌아보면, 과거 힘들어했던 문제들 대부분이 작아져 있을 거라고. 이 책과 함께라면, 산만한 사람들도 잠재력을 끌어내 궤도 이탈 없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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