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인류 문화의 대변혁과 관련, 첫 번째 공포는 일자리였다. 탁월한 지능을 가진 AI와 대결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은 무엇이며, 그 한계는 무엇인가?
▲ 뇌과학 기술의 현주소와 초심리학적 현상을 연결지어 들려주는 뇌 이야기 <이게 다 뇌 때문이야>(마리오 마르쿠스 저, 사진=한스미디어)
세계 최고의 기초과학 연구소인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오랫동안 분자생리학을 연구하고, 자연과학과 문학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의 연결고리를 찾는 연구를 해온 물리학자 마리오 마르쿠스는 뇌에서 답을 찾았다.
그는 저서 <이게 다 뇌 때문이야>에서 뇌과학 기술의 현주소를 초심리학적 현상과 연결하여 뇌과학 입문자도 재미있게 읽을수 있도록 친절하고 부드럽게 설명한다. 초심리학(parapsychology)이란 어린 시절 꿈꾸던 ‘초능력’, 즉 독심술이나 물체를 움직이는 염동력, 생각만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텔레파시’등을 아우르는 학문이다.
예를 들면, 뇌 촬영 장비를 활용한 생각읽기(이른바 독심술)를 통해 머릿 속에 떠오른 단어나 숫자, 꿈까지 판독하고 그 사람의 무의식에 숨어 있는 인종차별주의나 정치적 성향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몸을 움직일 수 없고 표현조차 못하는 환자도 ‘뇌로 기계를 조작’하는 장치를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소리로 표현하고 이메일을 쓰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뇌를 둘러싼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안다는 것은 호기심을 채워주기도 하지만 급변하는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 지식이기도 하다.
저자 마리오 마르쿠스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두뇌 확장을 한 사람들도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인간으로 볼 수 있을까? ‘인공 텔레파시’로 여러 사람의 두뇌를 네트워크화하고 막대한 양의 새로운 정보에 접근하는 시대에도 인간의 개성이 남아 있을까? 인간도 개미나 벌 등 무리지어 생활하는 곤충처럼 자의식 없이 집단의식을 따르며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
그는 마지막 부분에서 뇌과학 기술의 발달로 발생할 위험이 있는 두뇌 조작에 얽힌 문제를 통해 윤리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뇌과학의 발전은 오히려 인간이 고대로부터 품어 온 근원적인 질문 ‘나는 누구인가?’의 답을 스스로 낼 것을 촉구하고 있다.
글. 안승찬 / 사진. 한스미디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