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에 나온 책이란다. 하루에도 셀 수도 없을만큼 새로운 책이 쏟아지고 있는데 20년 전 책이 왜 나온 것일까?
딱딱한 하드커버에 600페이지에 넘지만 인간 의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철학적·뇌과학적으로 조목조목 설명했다.
보스턴 터프츠대 대니얼 데닛(60)교수가 쓴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는 그동안 근·현대 철학을 이끈 데카르트 철학자들을 비판하고, 의식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제시하고 있다.
데카르트는 인간은 정신과 육체라는 두 가지 실체로 되어 있고, 정신은 뇌에 있는 송과선을 통해 육체와 상호작용한다고 생각했다. 데카르트는 그곳을 이해와 의식이 일어나는 뇌의 중추로 보았는데, 이것이 바로 ‘데카르트 극장’ 모형이다. 이 책은 데카르트 극장 모형이 잘못된 이원론을 전제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의식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을 제시한다.
데닛은 의식 이론을 설명할 때 '다중원고(Multiple Drafts)' 모형을 제시한다. 의식이 발생하는 자리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뇌의 정신 활동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감각이 해석되고 편집이 가해진 것에 불과하다. 어떤 사람이 정확히 어느 시점에 명성을 얻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뇌에서 의식이 발생하는 과정 역시 정확한 시점을 추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크게 3부로 구성되어, 1부에서는 의식의 문제를 조사하고, 몇 가지 방법론을 수립한다. 2부에서는 의식의 새로운 모형인 ‘다중원고’ 모형을 소개하고, 기존의 데카르트 극장 모형이 아니라 이 모형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새로운 대안 모형에 대한 반대 의견에 답하며, 해당 모형이 함의하는 것을 샅샅이 파헤친다. 이는 지금껏 믿어왔던 의식에 관한 전통적 시각과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의식을 구성하는 다양한 현상을 체계화하도록 도와준다.
특히 책의 뒷부분에 일반 독자가 아닌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의문을 풀어줄 설명은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대니얼 데닛 지음 ㅣ 유자화 옮김 ㅣ 장대익 감수 ㅣ 옥당 | 652쪽 | 3만원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