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 더위에 지친 몸, 전복 ㆍ백합으로 기력 보충을

삼복 더위에 지친 몸, 전복 ㆍ백합으로 기력 보충을

'바다의 웅담' 전복과 '조개의 여왕' 백합

 

전복(全鰒)은 예나 지금이나 참 귀한 고기이다. 조선시대 중국에 사신들이 가지고 가는 봉물에 이 전복이 들어 있었고 진상품으로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잡기가 쉽지 않았다. 선박이나 어구 등이 발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깊은 바다에 가서 잡아야 하니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기건(奇虔)은 호는 청파(靑坡)이며, 본관은 행주(行州)이다. 세종조에 포의(布衣)로 발탁되어 지평(持平)을 제수받아 벼슬이 판중추(判中樞)에 이르렀다. 시호는 정무공(貞武公)요, 청백리(淸白吏)에 들었다.

 

『용재총화』에 보면 기건은 평생 전복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이 그 까닭을 물으니 답하기를, "일찍이 제주 목사(濟州牧使)가 되어 백성들이 전복 따기에 괴로워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차마 먹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이를 보면 전복 따기가 어민들에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겠다. 그래서 귀하게 여긴 면도 있겠지만 맛이 뛰어나다. 생전복을 회로 먹으면 쫄깃쫄깃한데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요즘 양식을 하는 덕에 전복을 쉽게 먹을 수 있게 됐다. 삼계탕에 전복을 넣은 전복 삼계탕까지 나올 만큼 전복이 흔해졌다. 

 

전복은 싱싱내음과 생생바다향이 가득해 "바다의 웅담"이라고 하며 8월에 살이 많이 올라 요즘이 가장 맛있는 철이다. 조개류 중 가장 귀하고 값이 비싸 '패류의 황제'로 통한다. 조류 소통이 좋은 연안 암초지대에서 미역, 다시마, 감태, 태황 등 해초를 먹고 사는 고급 패류다. 또한 양식산 전복의 먹이는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를 자연 그대로 공급하기 때문에 자연산과 다름 없다.

 

정약전의 『 자선어보』에 전복을 복어(鰒魚)라 하였는데 "전복은 쪄서 말린 포를 먹는 것이 가장 좋고, 내장은 익히거나 젓을 담아 먹으면 좋다"고 적었다.

 

전복 포는 명포와 회포의 두 종류가 있다. 명포는 크고 묽은 황갈색을 띤 것으로 고급품으로 친다. 회포는 소형이고 잿빛을 띠고 있어 품질이 떨어진다.

 

'게웃(게우)'이라고 하는  전복 내장은 해조류의 독특한 맛과 향을 농축해 놓은 진액 덩어리로 영양소가 풍부하다. 예로부터 천연 자양강장제로 인식,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을 위해 애용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조개류중 수분 함량이 많고 지방 함량이 적은 편으로 비타민, 칼슘, 미네랄 등이 풍부해 피부미용, 자양강장, 산후조리, 허약체질 등에 효능이 뛰어나다. 특히 기력 회복이나 눈에 좋은 타우린이 다량 함유돼 담석을 녹이고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춰줄 뿐 아니라 신장 기능을 높여주기 때문에 고혈압과 뇌졸중 등 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 또한 눈이 침침하고 빽빽한 시신경 피로증세를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다.

 

세종대왕이 일찍이 앓게 되자 세자인 문종이 친히 복어(鰒魚)를 베어서 올려 세종이 맛보게 되었으므로 세자가 기뻐하여 눈물을 흘리기까지 하였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남아있다. 다 전복의 효능을 알았기에 이같이 했을게다.

 

전라남도해양수산과학원(원장 임여호)은 도내에서 생산되는 8월의 제철 참살이(웰빙) 수산물로 '바다의 웅담' 전복과 백합을 선정했다. 폭염이 계속되는 여름철 전복과 백합으로 더위를 이겨내라는 의미다.

 

백합(白蛤)은 '조개의 여왕'에 걸맞게 예쁜 이름을 갖고 있다. 백합은 전복에 지지않을 만큼 고급 패류이다.  조개 중에서도 으뜸으로 '상합'이라고도 하고 크기가 커서 '대합'이라고도 하며 오래 살아서 '생합'이라고도 한다.  모시 조개와 비슷하다. 

 

청나라의 약선 요리책 『수시거음식보』에는 음기를 보충하고 혈을 생성해 여성에게 특히 좋으며 열을 내리는 효능이 탁월해 화병으로 인한 답답한 가슴과 무거운 머리를 시원하게 가라앉히는데 유용하다고 했다. 『 본초강목』에는 "이방광(利膀胱) 대소장(大小腸) 하소변(下小便)"이라 해 방광과 소장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도록 해 신진대사를 촉진한다고 소개했다.

 

조개류의 숙취 해소 효능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백합에는 숙취 해소에 뛰어난 성분이 많다. 그 성분 중 타우린과 베타인은 알코올 성분이 잘 분해되도록 도와주고 글리코겐 성분은 피로 해소에도 탁월하다. 또한 백합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지방간, 고혈압, 심근경색을 예방하고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동맥경화를 막아주며 남성의 활력을 위한 건강식품, 여성의 미용식품으로 좋다.

 

임여호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장은 "장마가 끝나고 무더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8월 삼복 더위로 저하된 기력을 보충하는 데 최고인 여름철 보양 수산물 중 '전복과 백합'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글. 정유철  npns@naver.com
코리안스피릿 편집국장, 전 전남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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