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 깊은 감성적 울림을 전하고 있는 그룹 BTS의 모교로 알려진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이곳에 최근 문을 연 첨단 가상현실 공간 ‘일지XR스튜디오’에서 학교법인 학문화학원 이승헌 이사장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1990년 한국뇌과학연구원 설립을 시작으로 세계 최초의 뇌교육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구축했으며, 우리 고유의 선도 철학을 지구경영학으로 체계화해 왔다.
이번 인터뷰는 16년 만에 전면 개정된 《뇌교육원론》 출간을 계기로 마련됐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고유의 ‘자연지능’을 어떻게 회복하고 계발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지구경영 철학과 인간성 회복의 방향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국가를 넘어 지구를 생각하는 뇌가 필요합니다”
Q. 오래전부터 ‘지구경영 실천대학’을 강조해 오셨습니다. 왜 ‘국가’를 넘어 ‘지구경영’이라는 가치를 제시하셨나요?
우리나라는 6·25 전쟁 이후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의 헌신과 노력으로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냈지요. 그런데 저는 한민족의 성장이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물질문명의 선진국을 넘어 정신문명을 선도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세계를 보면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습니다. 과학기술은 발전했지만 인간의 불안과 두려움은 오히려 커지고 있지요.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저는 인류가 여전히 ‘국가’라는 경계 안에서 사고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국가를 넘어 지구 전체를 바라보는 의식이 부족한 것입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돈과 권력, 명예가 과연 공기와 물보다 중요한가?” 사람은 며칠 굶어도 살 수 있지만, 숨이 막히면 몇 분도 버티지 못합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공기와 물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갑니다. 인간이 눈앞의 이익에 몰두하는 사이 지구는 병들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지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수한 마음이 있다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 또한 누구나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인간 안에 본래 존재하는 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10여 년 전부터 모든 신입생이 반드시 듣는 <지구경영으로의 초대> 과목을 만들었습니다. 인간과 지구는 결코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 내가 곧 공기이고 물이며 지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이화세계’ 역시 같은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홍익의 핵심은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생’입니다. 공생하지 못하면 결국 공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구경영은 바로 공생을 선택하는 뇌를 기르는 철학이자 실천입니다.
“아리랑은 ‘참나를 깨닫는 기쁨’의 노래입니다”
Q. BTS 멤버들도 대학 시절 <지구경영으로의 초대>를 수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BTS의 ‘아리랑’ 프로젝트도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아리랑’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저는 정말 기뻤습니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 모두가 아는 노래지만 작곡가도, 작사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저는 아리랑을 ‘我利朗’, 즉 ‘참나를 깨닫는 기쁨’이라고 해석합니다. 진짜 자신을 발견했을 때 영혼에서 터져 나오는 노래라는 뜻이지요.
BTS 역시 단순한 K-팝 스타를 넘어, 인간과 지구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문화적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BTS의 곡명이자 캠페인에 쓰인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라는 메시지도 결국 자기 존재의 가치를 깨닫는 과정 아닐까요. 저는 그들이 젊은 세대의 정신을 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AI 시대일수록 인간다움을 훈련해야 합니다”
Q. 이번 개정판 《뇌교육원론》의 핵심 키워드는 ‘자연지능의 회복과 개발’입니다. 특히 AHI(Artificial Human Intelligence, 인공인간지능)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안하셨는데요.
많은 사람이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인간은 기계와 경쟁해야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AI 시대일수록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무엇으로 인간임을 증명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죠.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인공지능은 수집한 정보의 양과 알고리즘에 지배당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고 선택할 수 있는 ‘의식’과 ‘인성’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제가 말하는 자연지능(Natural Intelligence)은 인간 안에 본래 존재하는 창조성과 회복탄력성입니다. 이 능력은 단순한 암기나 지식 교육만으로는 개발되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을 함께 훈련하고 직접 체험할 때 비로소 깨어납니다.
인공지능이 확산할수록 인간은 더욱 의식적으로 인간성을 일깨우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저는 그 방향성을 AHI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 뇌에는 무한한 창조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Q. 자연지능이 깨어나면 인간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제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 가운데 하나였던 미국 세도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30여 년 전, 미국에서 명상과 호흡 문화를 알리기 위해 활동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 힘들어 한국으로 돌아가려던 순간, 마지막으로 미국 서부의 붉은 바위 지대인 애리조나주 세도나에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세도나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제 뇌에서는 ‘새로운 도道가 나올 곳’이라는 직관이 발동했습니다. 인간의 뇌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방식으로 정보를 재해석합니다.
붉은 바위가 펼쳐진 그곳에서 이상할 만큼 강한 영감과 용기가 솟아났습니다. 그 지역에는 예술가들이 많이 거주하는데, 한 악기점에서 ‘타포Tapo’라는 타악기를 발견하고 느낌대로 연주를 했습니다. 물론 이전에 그 악기를 배운 적은 없었죠. 그런데 가게 주인이 제 연주를 듣고 놀라며 “음반을 내야겠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안 배웠기 때문에 모른다, 못한다고 자기 능력을 한계 짓지만, 사실은 이미 내면에 무한한 창조의 힘을 품고 있구나.’ 이것이 바로 자연지능입니다.
“한국에는 매우 독창적인 뇌철학이 있습니다”
Q. 뇌교육이 중남미 국가인 엘살바도르의 1,500여 개 공립학교에 보급되어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미국 27개 도시가 ‘뇌교육의 날’을 선포했습니다. 이처럼 뇌교육이 엘살바도르 공교육과 미국 여러 도시로 확산된 배경에는 한국 고유의 뇌철학이 있다는 말씀도 자주 하십니다.
우리 민족의 오랜 철학을 담은 고전 《삼일신고》에는 ‘강재이뇌降在爾腦’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신성神性이 이미 너의 뇌 속에 내려와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인간이 외부 권위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서 신성과 가능성을 발견해야 한다는 철학입니다. 저는 이것이 매우 독창적인 한국의 뇌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아버지께서는 늘 “한국은 성인이 세운 나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책에서 그런 구절을 본 적이 없어서 바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에게는 ‘개천절開天節’이라는 특별한 국경일이 있습니다. 하늘이 열린 날을 기념하는 의식을 가진 나라가 우리 말고 세계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는 외래 종교가 들어오기 수천 년 전부터 하늘·땅·사람이 하나라는 ‘신인합일神人合一’의 철학이 흐르고 있습니다.
“하루 10분이라도 스마트폰이 아닌 자기 내면에 접속하세요”
Q. 마지막으로, 스마트폰과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실천할 수 있는 뇌훈련법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보이지 않는 뇌를 훈련한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뇌는 몸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몸을 통하면 뇌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뇌훈련법은 ‘이완하기’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와 척수가 연결되는 지점인 환추(제1경추)와 턱관절이 강하게 조여집니다. 턱관절이 굳으면 뇌로 가는 혈류가 눌리고 침이 바짝 마르죠. 이 부위의 긴장을 풀어야 뇌와 몸이 편안해집니다.
허리를 세우고 자리에 편안하게 앉은 뒤, 아랫입술을 앞으로 쭉 내밀어 윗입술을 가볍게 덮어줍니다. 아래턱을 살짝 내밀어 위로 올리는 느낌이어도 좋습니다. 이 상태로 코로 천천히 호흡하며 1분 정도 유지합니다. 그러면 턱관절과 귀 주변이 이완되면서 머리가 맑아지고 몸도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침샘이 자극되어 입안에 맑은 침이 고입니다.
현대인은 스마트폰에는 끊임없이 접속하면서 정작 자신의 내면과는 단절되어 살아갑니다. 하루 10분이라도 스마트폰을 멀찌감치 두고 조용히 자신에게 집중해 보세요. 그것이 수동적인 스트레스 상태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뇌 상태로 전환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입니다.
정리_장래혁 ㅣ 사진_글로벌사이버대학교 일지XR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