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만난 사람] <중년 운동의 정석> 저자 수피, “운동은 창작의 원동력”

[편집장이 만난 사람] <중년 운동의 정석> 저자 수피, “운동은 창작의 원동력”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건축 엔지니어이자 창작자로서의 삶을 말하다

▲ <중년 운동의 정석> 저자 수피


대한민국 피트니스 문화에 새로운 지평을 연 『헬스의 정석』 시리즈는 단순한 운동 지침서를 넘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건강의 길을 제시해왔다. 저자 수피는 조금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본업은 건축 구조 엔지니어, 동시에 장편 SF 소설을 쓰는 소설가, 그리고 20년 가까이 블로그를 통해 1천만 명 이상의 독자와 소통해온 글쟁이. 

그는 “운동도, 글쓰기도, 연구도 결국은 창작”이라고 말한다. 운동은 그의 몸을 단련하는 동시에 뇌를 깨우는 창작의 원동력이며, 글쓰기는 삶의 궤적을 기록하는 도구다. 광고와 협찬에 흔들리지 않는 순수한 집필, 그리고 느리지만 꾸준한 실천은 그를 단단하게 만든 힘이었다. 압구정 도산공원에서 저자를 만나 인터뷰를 나누고, 몸소 보여준 동작시범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Q.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본업은 건축 구조 엔지니어지만, 동시에 소설을 쓰고 블로그를 운영하며 『헬스의 정석』 시리즈를 집필해온 수피입니다. 운동을 업으로 삼은 적은 없지만, 연구하고 분석한 내용을 글로 풀어내는 일이 제 성향에 잘 맞아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Q. 운동과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는 건축을 전공했지만, 영국 유학 시절 운동생리학을 공부했는데, 스포츠클럽 활동을 권유받으면서 운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실 운동신경이 좋지 않아 선수로는 성공할 수 없었지만, 꾸준히 생활운동을 이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깊어졌습니다. 

사실 운동 배우는 거 굉장히 느려요. 그러니까 똑같은 운동도 한 번 가르쳐 주면 바로바로 배우는 사람이 있고 정말 10번을 가르쳐도 못하는 몸치 있잖아요. 

제가 그 몸치거든요. 아마 운동선수로 갔으면 망했을 거예요. 근데 그냥 취미로 하니까 굳이 잘할 필요는 없죠. 전형적인 생활 운동이죠.


Q. 1천만 이상 방문자를 기록한 파워블로거입니다. 

2006년경 피트니스 카페에서 활동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좀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어요. 당시 카페 운영진이 너무 좀 상업적이었거든요. 글을 쓰다가 경고도 먹고 삭제도 당하고 그래서 다 지우고 나와서 시작한 것이 지금 블로그에요. 
 

▲ 수피의 健-강한 운동 이야기 블로그


Q. 10년 넘게 700편의 글을 지속적으로 쓴 동력이 무엇인가요.

일단 제가 시작하면 좀 끝장을 보는 타입이에요. 그때 카페에서 나왔을 때 조금 독기를 품고 나왔죠. 내가 하고 싶은 말 다하겠다 해서 쓰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초기에 쓴 글을 보면 되게 ‘매운 맛’으로 직설적으로 썼죠. 지금은 많이 부들부들해졌죠.

지금도 온라인상에 상업주의나 자극적인 정보가 너무 많습니다. ‘이 운동으로 일주일 만에 근육 만든다’ 같은 식의 것은 건강한 운동 문화를 해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광고나 협찬을 일절 받지 않고, 순수하게 글을 쓰는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Q. 『헬스의 정석』 시리즈 첫 책은 당시 파격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책이 나오리라는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국내에는 전문적인 전공 서적과 가벼운 동작 중심 책만 있었고, 그 사이를 메워줄 책이 없었거든요. 

『헬스의 정석』은 대한민국에서는 처음 시도된 운동생리학 대중서였죠. 그래서 독자들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었다고 봅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책이 나왔지만, 이 책은 제 블로그에서 인기를 끌었던 글을 모은 것이라 일찍 준비된 것이었죠. 결과적으로 많은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Q. 최근 출간하신 『중년 운동의 정석』은 어떤 배경에서 쓰시게 되었나요?

첫 번째는 일단 제가 그 나이가 됐고요. 40대, 50대를 지나면서 몸의 변화를 체감했습니다.  젊을 때 썼던 내용들이 나이가 들면서 조금 생각이 달라지는 것들이 있잖아요. 

젊을 때 좋다고 생각했던 운동법이 나이가 들수록 맞지 않는 경우도 많더군요. 그래서 중년의 몸에 맞는 운동법을 다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10년간의 실험과 경험이 책에 녹아 있습니다.
 


Q. 창작과 운동은 어떻게 연결되나요?

저에게 운동은 단순히 건강을 위한 활동이 아닙니다. 스토리가 막힐 때가 있는데, 숨이 넘어갈 만큼 운동을 하거나 멍하니 설거지를 할 때 풀립니다. 

운동을 못하게 되면 글도 못 쓸 거예요. 사실 운동은 제 창작 에너지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입니다.


Q. 사실 지난 책들을 보면서 물음표가 생겼습니다. 파워블로거지만 운동 시리즈를 이렇게까지 낼 수 있을까 생각했죠. 역시 몸이 먼저가 아니라 글이 먼저네요

맞습니다. 글은 오히려 어릴 때부터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글짓기 대회 같은 것도 굉장히 많이 나갔었고, 글 쪽으로는 좀 소질이 있었다고 봐야겠죠. 그리고 느리다면 느릴 수 있지만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소설도 초장편입니다. 


Q. 본업으로 구조엔지니어 일을 하면서, 소설을 쓰고 블로그를 운영하며 건강서를 집필합니다. 

“사람들은 왜 피트니스 업계로 나가지 않느냐고 묻지만, 굳이 업으로 삼을 필요성을 못 느꼈습니다. 연구하고 분석해서 칼럼을 쓰는 게 저에게는 훨씬 맞아요.” 

사람들이 보기엔 ‘멀티태스킹’처럼 보이지만, 제겐 모두 하나의 창작 활동입니다. 블로그 글쓰기, 책 집필, 소설 쓰기, 운동 연구 모두 창작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직업을 묻는 사람들에게 그냥 “창작자”라고 답합니다.


Q. 마지막으로 <브레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오늘 주제가 운동이니까, 운동에 대해 얘기하자면 지금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을 시도해 보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할 수 있는 것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의 간극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특히 운동은 젊을 때부터 다양한 운동을 많이 했던 사람은 나이 들어서도 그걸 다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젊을 때부터 달렸던 사람은 나이 들어서도 달리는 데 아무 문제가 없거든요. 근데 제 책에도 있지만, 젊을 때 달리기를 안 했던 사람은 50대 이후에는 달리는 걸 권하지 않아요.

나이가 들어 배울 수 있는 것은 점점 줄어듭니다. 50대 이후에는 새로운 운동을 배우기가 어렵습니다. 할 수 있는 운동은 지금 최대한 배워놓으시길 바랍니다. 

지금 중년이라고 걷기만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금 걷기만 하면 나이 들어서 걷기만 하게 됩니다.


[Box] 중년이 된 수피가 펴낸 ‘중년 운동의 정석’

인터뷰에서 저자는 운동을 “창작의 원동력”이라 표현했다. 숨이 차는 격렬한 순간이나 설거지 같은 단순노동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말한다.『중년 운동의 정석』은 단지 몸을 단련하는 법만이 아니라, 삶과 창작, 사고의 패턴까지 바꾸는 중년의 운동 철학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책은 건강 지침서이면서 동시에, 중년기의 창조적 삶을 위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 수피가 새롭게 펴낸 <중년 운동의 정석>

집필 배경

스스로 40대와 50대를 거치며 몸이 달라지는 과정을 경험했다. 젊을 때는 무게를 치며 강하게 운동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같은 방식이 몸을 상하게 하거나 부담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변화된 인식을 정리해, 중년기에 적합한 운동법을 담은 것이 이번 책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운동을 최대한 배워두라.”

젊을 때 배운 운동은 나이가 들어서도 자산으로 남는다. 반대로, 50대 이후 새롭게 배우는 운동은 신체적·생리적 한계 때문에 권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달리기를 젊은 시절 경험한 사람은 60대에도 무리 없이 지속할 수 있지만,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50대 이후 시작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걷기만 하지 마라.”

중년기에 들어서면 많은 사람들이 걷기만으로 운동을 대신하려 하지만, 이는 신체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다. 다양한 동작과 근력·유연성·균형 운동을 지금 배워두어야 노년에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책의 특징

단순히 동작을 소개하는 운동서가 아니라, 저자의 자기 실험과 체험 기록이 담겨 있다. 40~50대 독자들에게 필요한 운동 선택 기준, 몸의 변화 이해, 실질적 훈련법을 제시한다. ‘빠른 효과’보다는 ‘느림의 인내와 꾸준함’을 강조하며, 중년 이후 건강의 핵심은 지속가능한 루틴임을 설득한다.

정리. 장래혁 | 그림. 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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