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력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뇌의 리듬이 만들어 낸 습관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ADHD 아동에게 적용한 뉴로카운셀링의 ‘자기조절 훈련’
뇌과학을 기반으로 학제간 융합 흐름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인간의 마음과 행동 변화를 탐구하는 신경과학과 상담 코칭 영역이 만난 뉴로카운슬링neurocounseling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브레인》지가 사단법인 브레인트레이너협회와 함께 기획한 ‘뉴로카운슬링’ 코너. 이번 호에는 멘탈헬스케어 전문기업 ㈜옴니씨앤에스 교육연구센터 임은조 센터장에게 늘어가는 주의력 결핍 문제와 집중력 개선에 관해 듣는다.
ADHD는 성인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신경발달장애
현대 사회는 ‘주의력의 전쟁터’라 불릴 만큼, 한 사람의 집중력이 곧 학업과 직장에서의 성과를 좌우하는 시대다. 스마트폰, 유튜브, 게임과 같은 디지털 자극은 우리의 주의력을 쉴 새 없이 분산시킨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경우, 이 과잉 자극 환경에서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ADHD 진단 환자 수는 2010년 이후 매년 평균 5~10퍼센트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그중 10세 이하 소아청소년의 비율이 가장 높다. 또한 ADHD는 단순한 학업 문제가 아니라 가족관계, 또래 관계, 자존감, 나아가 성인기 직장 적응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미국 정신의학회(APA)는 ADHD를 ‘어린 시절의 주의력 문제로만 그치지 않고 성인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신경발달장애’로 정의하며,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렇다면 왜 ADHD를 ‘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까? 단순한 행동 문제라면 생활지도로 교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ADHD는 뇌의 주의력 조절 네트워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신경생리학적 특징이 분명히 관찰된다. 바로 이 지점에 뇌파 기반의 뉴로카운셀링이 필요한 이유가 존재한다.
주의 산만한 아동·청소년의 뇌파 특성
많은 연구에 따르면 ADHD 아동·청소년은 또래보다 세타파(4~8Hz) 활동은 과도하고, 베타파(12~30Hz) 활동은 낮아 ‘세타/베타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Lubar, 1991). 세타파는 일반적으로 졸음, 무의식적 상상과 몽상, 휴식에 관여하는 주파수이지만, 이 영역의 활성이 과잉되면 주의집중에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집중과 문제 해결에 관여하는 베타파는 충분히 활성화하지 못한다.
또한 개인의 지배주파수를 이루는 고유 리듬인 Peak Frequency(PF)도 ADHD 아동의 경우 또래보다 낮은 범위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주의집중을 유지해야 할 상황에서도 뇌의 각성도가 충분하지 않아 쉽게 주의가 흐트러지고, 산만한 행동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뇌파 불균형은 단순한 통계 수치가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교사와 부모가 겪는 ‘아동의 주의 산만함의 실체’ 그 자체다.
뇌파 훈련과 심리상담을 결합해 뇌-신체-마음의 변화를 이끄는 뉴로카운셀링
ADHD 치료라고 하면 대부분의 부모와 교사는 약물치료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실제로 지금까지 ADHD 개입의 주축은 정신과 약물과 행동치료였다. 집중력을 높이고 충동성을 낮추기 위해 약물을 처방받는 아동이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학부모는 고민에 빠진다. “아이의 뇌를 약으로만 조절해도 괜찮을까?” “장기 복용에 부작용은 없을까?” “약을 끊으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실제로 ADHD 약물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빠르지만, 장기 복용 시 식욕 저하, 수면 문제, 성장 저하와 같은 부작용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다. 행동치료만으로는 변화가 더디고, 아이 스스로 변화 동기를 느끼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뇌의 신경생리 패턴을 직접 훈련해 조절하는 뉴로피드백Neurofeedback이 주목받는다. 약물처럼 외부 자극으로 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자신의 뇌파를 보면서 훈련하고 조절하는 자기조절 기반 개입법이라는 점에서 뉴로피드백 방식은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것이 뉴로카운셀링이다. 뉴로카운셀링은 단순한 뇌파 훈련에 그치지 않는다. EEG(뇌파), HRV(심박변이도)같은 생체신호를 정밀 분석해 개인의 뇌 상태와 신경계 균형을 과학적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뉴로피드백 훈련, 집중 유도를 돕는 바이노럴비트Binaural Beats, 정서 안정과 자기조절을 돕는 심리상담까지 결합해 뇌-신체-마음이 함께 변화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뇌파와 자율신경 상태를 직접 확인하며, 게임·명상·음향 동기화 기술을 활용해 집중력과 자기조절 능력을 단계적으로 높여갈 수 있다.
뇌파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안정된 뇌파를 유도하는 뉴로피드백과, 원하는 뇌파 리듬으로 동기화시키는 바이노럴비트는 ADHD 주의력 개선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여러 선행연구는 ADHD 아동·청소년에게 뉴로피드백 훈련이 주의력과 충동 조절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점을 보고해 왔다(Arns et al., 2009; Enriquez-Geppert et al., 2019). 또한 바이노럴비트 훈련은 알파·세타파 영역을 유도하여 집중력 향상과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Lane et al., 1998; Garcia-Argibay et al., 2019). 이러한 연구들은 뉴로카운셀링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ADHD 개입 전략임을 뒷받침한다.
▲ 뉴로피드백과 바이노럴비트 훈련 개념도 [출처: OMNIC&S]
국내 ADHD 뉴로카운셀링 현황과 실천 사례
국내에서는 아직 뉴로피드백 같은 뇌파 기반 주의력 훈련이 일부 뇌과학 전문 기관과 발달상담센터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ADHD 치료와 학교 교육 현장에서 이미 디지털 뇌파훈련 프로그램과 뉴로피드백이 비교적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Arns et al., 2014; Enriquez-Geppert et al., 2019).
예를 들어, 미국 일부 초·중학교에서는 주의집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교실에 휴대형 뇌파 모니터링 기기를 비치하거나, 수업 전후에 짧은 뉴로피드백 세션을 제공해 학생들이 스스로 주의력 상태를 확인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바이노럴비트 음원과 집중력 게임을 결합한 학교 연계 뇌 훈련 프로그램을 방과 후 학습에 시범적으로 도입하기도 한다(European Commission, 2019).
반면 국내 ADHD 개입은 아직까지 약물치료와 전통적 상담, 행동치료가 중심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 민간 기업과 학교 연구기관, 상담센터를 중심으로 모바일 뉴로피드백, 바이노럴비트 기반 집중 훈련, 뇌파 데이터 기반 맞춤형 훈련 설계 등 해외와 유사한 수준의 디지털 뇌파 훈련 시도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일부 상담센터에서는 옴니씨앤에스의 솔루션(옴니핏, 옴니핏 브레인)을 활용해 내담자의 뇌파(EEG)와 심박변이도(HRV)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주의력 패턴과 스트레스 상태를 평가한다. 이후 맞춤형 뉴로피드백 훈련과 바이노럴비트 청취, 호흡 이완 훈련 등을 결합해 내원 상담과 가정용 모바일 훈련을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처럼 최근 국내에서도 디지털 장비와 바이오마커 기반의 ADHD 뉴로카운셀링 프로토콜을 연구 및 실증 적용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임상 연구와 프로그램을 통해, 약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뇌의 리듬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훈련 모델이 확산될 것이다. 디지털 장비와 바이오마커 활용 기술이 결합되며 국내 ADHD 치료에도 새로운 접근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뉴로카운셀링의 ‘자기조절 훈련’으로 변화한 사례
내담자 김 군(8세, 초등학교 1학년)은 유치원 때부터 선생님에게 “너무 산만하다”, “집중을 못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결국 소아청소년 정신과에서 ADHD 진단을 받았지만, 부모는 약물 복용만으로는 아이의 변화를 온전히 기대하기 어려웠다.
센터에 처음 왔을 때 김 군은 뇌파 측정 결과 고유리듬(PF)이 또래 평균보다 낮은 7Hz로 나타났다. 평소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에만 몰입하고, 조금이라도 흥미를 잃으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말을 쏟아내며 움직였다. 상담 초반에는 상담사의 말을 거의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거나,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 상담실 밖으로 나가 버리거나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그래서 처음 1개월은 뉴로피드백 게임훈련과 바이노럴비트 집중 훈련을 5분만 진행하고, 그 뒤엔 아이가 원하는 보드게임을 진행하며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을 늘려갔다. 훈련의 시작과 끝에는 호흡 훈련으로 이완과 안정감을 유도했다.
처음 4회기는 훈련 순응도가 낮아 5분 정도만 유지했다. 2개월째인 6회기부터는 훈련 시간을 10분으로 늘리고, 주의집중과 충동 조절을 위해 브레인 짐 활동을 병행했다. 현재 총 15회차 훈련까지 진행했으며, 훈련에 임하는 김 군의 태도와 집중력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일정 시간 집중하며 앉아 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혼나는 빈도가 줄고, 부모는 “전보다 참을성이 생겼다”고 했다. 이는 뉴로카운셀링의 ‘자기조절 훈련’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주의력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뇌의 리듬이 만들어 낸 습관이다
주의력 결핍은 단순한 학습 기술이나 생활 습관으로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한 아이의 의지 문제도 아니다. 아이의 뇌가 보내는 신호와 리듬이 아직 스스로 통제되지 않는 상태일 뿐이다.
많은 부모가 아이의 산만함을 다그치고 훈육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반복되는 실패는 아이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부모의 양육 자신감마저 앗아간다. 이 악순환을 끊는 첫걸음은 아이의 뇌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뉴로카운셀링은 단순한 ‘주의력 코칭 프로그램’이 아니다. 뇌파(EEG)와 심박변이도(HRV) 같은 생체 데이터를 통해 내 아이의 뇌가 어떻게 주의력과 감정을 조절하는지 과학적으로 읽어낸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뉴로피드백 훈련과 바이노럴비트 훈련을 결합해 아이가 스스로 뇌의 리듬을 안정시키고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옴니씨앤에스는 현재 ‘모바일 뉴로피드백 기반 바이노럴비트 훈련이 ADHD 아동·청소년의 주의력과 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ADHD 치료의 새로운 대안이 실질적으로 학교와 가정에 적용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미래형 접근이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도 위에서 살펴본 김군의 사례처럼 뉴로카운셀링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낸다. 이는 기존의 뉴로피드백과 바이노럴비트 훈련 관련 다수의 연구 결과와 맥을 같이한다. 다양한 메타분석과 임상 연구는 뉴로피드백이 ADHD 아동의 주의력 지속시간을 늘리고 충동성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임을 확인하고 있다(Arns et al., 2009; Steiner et al., 2014). 또한 바이노럴비트 청취가 알파·세타파 유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축적되고 있다(Garcia-Argibay et al., 2019).
이런 과학적 근거는 뉴로카운셀링이 단순한 상담이나 훈련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신경생리학적 접근임을 증명한다.
중요한 것은 ‘훈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주의력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뇌의 리듬이 만들어내는 습관이다. 이제는 약물만이 답이 아니다. 뇌의 데이터를 읽고, 그 리듬을 다시 디자인할 수 있다면, 주의력 회복은 더 이상 ‘희망사항’이 아니다.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부모와 교사가 해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이다. 뉴로카운셀링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매우 실질적인 방법이다. 주의력 회복, 이제는 뇌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글_임은조 ㈜옴니씨앤에스 교육연구센터 센터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브레인트레이닝학과 겸임교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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