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하는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역량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새로운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학습 민첩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시대
오늘날 기업과 사회 전반에서 크게 주목받는 키워드 중 하나는 ‘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이다. 이는 새로운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고, 경험을 토대로 학습한 지식을 유연하게 적용해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뜻한다. 과거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대신, 최근의 경험을 냉정히 분석하고 그 결과를 실제 행동에 옮겨 습관화하는 힘이다.
학습 민첩성이 무엇을 뜻하는 지는 이처럼 간명하게 정의할 수 있지만, 이를 실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리더의 위치에 오른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리더에게는 오랜 세월 쌓아온 자신의 방식이 있고, 이는 자신의 정체성과 결합한 경우가 많아서 이를 부정하고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곧 자신을 바꾸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리더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누구나 오래된 습관과 노하우를 버리고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며 행동 방식을 바꾸는 일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 학습 민첩성이 최근에야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강조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에는 시대를 규정하는 패러다임이 수십 년에 걸쳐 유지되었고, 급격한 변화는 드물었다. 따라서 기존의 상식과 행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로 접어든 오늘날은 다르다. 변화의 속도가 전례 없이 빨라졌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흐름을 얼마나 신속하게 파악하고 활용하느냐가 곧 생존의 조건이 되었다.
학습 민첩성의 본질은 뇌 속에 고정된 인지와 행동 패턴을
얼마나 유연하게 풀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조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룬 연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해 왔다. 사회심리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쿠르트 레빈Kurt Lewin은 변화를 ‘해빙–변화–재동결’의 3단계로 설명했다. 고정된 관념을 먼저 녹여 저항을 낮추고, 그 틈에 새로운 방식을 적용한 뒤, 마지막으로 이를 굳혀 습관화하는 과정이다.
이는 기업조직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의 뇌 역시 과거 경험과 사고방식으로 굳어진 행동 패턴에 사로잡혀 있다. 그것을 바꾸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난관이다. 흔히 ‘시작이 반’이라 하지만, 사실 변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첫 단계인 ‘해빙’이다. 무엇을 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지는 알기 쉽다. 그러나 다이어트가 필요한 경우에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실행하지 못해서’ 실패하듯, 변화 역시 실행이 문제다. 결국 학습 민첩성의 본질은 뇌 속에 고정된 인지와 행동 패턴을 얼마나 유연하게 풀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뇌교육에서는 이를 ‘뇌 유연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얼핏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최근의 신경과학 연구는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통찰을 제공한다. 뇌와 신체를 주인과 하인의 관계로 보던 오래된 인식은 이미 깨지고 있다. 영양, 운동, 수면, 스트레스와 같은 신체적 조건이 뇌 기능을 직접 좌우한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다. 뇌가 몸에 지시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몸 역시 뇌의 작동에 깊숙이 개입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사고만으로 습관을 바꾸기보다는 운동, 호흡, 명상과 같은 신체적 개입을 병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잇따른다. 이는 뇌를 독립된 기관이 아니라 몸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는 시각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이며, 뇌교육이 제시하는 핵심 관점이다.
지속적으로 자신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은
업무적 성공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필수 역량이다
현대 사회는 개인에게 풍요로운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전 시대보다 더 높은 역량을 요구한다. 지속적으로 자신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은 이제 업무 환경에서의 성공이라는 목표를 넘어, 개인 삶의 질을 높이는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건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통찰이 여러 철학자와 사상가들에 의해 오래전부터 제시되었다. 도산 안창호 선생 역시 민족 개조론을 통해 개인의 ‘자기 개조’를 주장했다. 오늘날은 그러한 의지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뇌’라는 관점에서 해석하고 해법을 찾는 시도는 아직 대중적이지 않지만, 뇌에 관한 관심과 연구가 지속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는 인간의 내적 역량을 증폭시킬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뇌교육은 단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자신을 혁신할 수 있는 실질적 기회이자 도구가 될 것이라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글_이정한 미국 IBE 지구경영대학원장
도산 안창호 선생이 주창한 ‘자기 개조’ 한일병합(1910) 이후 도산은 조국의 독립이 단순히 외세의 압력 해소나 정치 제도의 변화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보았다. 당시 한국인의 생활 태도, 습관, 인격적 결함이 지속된다면 설령 독립을 쟁취하더라도 진정한 자립 국가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군사력이나 외교 이전에 ‘국민 개개인의 인격과 역량’이 가장 중요한 독립의 토대라고 판단한 도산은 개인의 총합이 민족의 힘을 결정한다고 보고 ‘자기 개조’를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 도산이 특히 강조한 부분은 도덕성 회복, 생활 습관 개선, 실력 양성, 공동체 정신 등이었다. • 인격적 덕목 : 성실, 정직, 절제, 봉사 정신 등 공적 행위의 기초가 되는 도덕성 함양 • 생활 습관 : 근검절약, 근면, 시간·위생 등의 자기관리를 통해 개인의 생산성·신뢰성 함양 • 능력과 기술 : 문자 해득·계산·직업기술·조직 운영 능력 등 실질적 자립 역량 함양 • 공동체 의식 : 개인적 이익을 넘어 공공선을 위해 봉사하고 협동하는 시민성 함양 도산의 자기 개조는 단순한 도덕 계몽이 아니라 생활 규율, 인격 수양, 실무능력, 협동 정신을 결합한 ‘전인적 자기 훈련’이었다. 이는 식민지 현실에서 ‘외적 독립을 준비하는 내적 역량 축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현대적으로는 시민교육·리더십 훈련·자기 개발 프로그램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