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가 뇌를 살린다

걷기가 뇌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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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100호
2023년 08월 14일 (월)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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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발 걷기의 효과 (사진. 게티이미지 코리아)



맨발로 땅을 딛는 접지의 순간

발은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신체 부위 중 말초신경이 가장 많이 몰려 있다. 땅에는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하는, 그러나 우리 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유전자 음이온이 있다. 맨발로 땅과 접지하는 순간, 음이온이 몸으로 들어와 몸 안의 양전하를 띤 활성산소와 결합한다. 이때 혈액 공급이 왕성해져 각 장기는 활기를 띠게 된다.

예전에는 세탁기나 냉장고를 새로 들여놓을 때 땅에 접지를 했다. 오작동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러한 원리는 인체에도 적용된다. 우리 몸에도 전류가 흐르고, 그 흐름이 원활치 않을 때 전자제품처럼 문제가 발생한다. 정전기가 한 예로,금속성 물체를 만졌을 때 저릿하는 느낌이 든다. 일본 쇼와대학교 의학부 호리 야스노리 교수는 우리 몸을 망치는 원인으로 정전기를 꼽는다. 정전기가 신경세포를 급속히 감소시켜 뇌 위축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전기를 체내에서 빼내면 뇌의 위축으로 인한 알츠하이머 치매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맨발 걷기의 효과

우리의 맨몸이 땅에 닿는 것을 접지 또는 어싱earthing이라고 한다. 맨발로 땅을 밟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대해 미국의 심장 전문의 스티븐 시나트라 박사는 ‘대체 및 보완의학 학회지’에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몸속에 혈전이 생기면 혈액이 끈적해지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을 유발한다. 하지만 맨발로 걸으면 혈액 속에 있는 세포들끼리 서로 밀어내는 힘을 갖게 되어 적혈구 활동을 개선함으로써 혈액이 묽어진다. 곧 혈관질환 예방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뿐아니라 맨발 접지는 몸 안의 항산화작용을 원활하게 해 노화를 늦춘다. 

현대인의 대부분은 하루 종일 인공 구조물과 포장도로를 오가며 흙을 밟지 못한 채 지낸다. 땅에서 멀어진 생활을 하는 사이 옛날에는 없던 아토피, 알레르기, 천식, 비염 등의 질환이 나타났다. 내 아이의 경우도 아파트에 거주할 때 비염으로 무척 고생했는데, 마당 있는 한옥으로 옮기자 오래 지나지 않아 비염 증상이 사라졌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땅과 직접 접촉하는 기회를 일부러라도 만들 필요가 있다. 맨발 걷기는 뇌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수면의 질이 좋아지는 것이다. 불면증도 없앨 수 있다. 몸이 가벼워지고 기억력이 좋아지는 효과도 있다. 마른 땅보다 젖은 땅, 파도치는 해변을 걸으면 효과가 배가된다. 


매일 30분 걷기로 치매와 성인병을 예방한다

걸음만 바꿔도 인생이 달라진다. 이는 맨발 걷기 수업을 하면서 느낀 점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현대인들이다 보니 걸음도 빠르다. 많이 걷는 것보다 바른 자세로 걷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면 좋겠다. 노년에 무릎 수술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오랫동안 그릇된 자세로 걸었던 탓에 무릎은 물론 몸 전체의 균형이 무너진 탓이다. 다리는 활력의 원천이다. 다리의 힘을 잃는다면 삶의 활기가 떨어지게 된다. 

나는 내 나이를 40살로 정해놓았다. 늘 젊고 건강한 모습을 상상하며 뇌 속에 입력시킨다. 이렇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살아나고, 실제로 나 자신이 젊게 느껴졌다.

우리는 다리로 걷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뇌가 우리를 걷게 하는 것이다. 몸 전체의 균형을 잡고 두 다리와 발바닥을 이용해 유연하게 걸음을 옮기는 행위는 뇌의 신경세포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리 근육이 튼튼해도 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걸을 수 없지 않은가.

걷기는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뇌를 최적의 상태에 이르게 한다. 치매 환자에게 걷기를 적극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숲이나 해변에서 걸으면 자연이 주는 안정감과 함께 행복감을 더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다. 걸으면서 쬐는 햇빛은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강화하고,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해 수면의 질을 높여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일 30분의 걷기를 권장한다. 걷기가 치매는 물론 각종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 사진. 게티이미지 코리아


노년에 맞는 걷기 방법

노화의 신호는 근육 감소에서부터 시작된다. 근육은 줄고 그 자리를 지방이 차지한다. 활력이 떨어지고 근육이 감소한다는 것은 그만큼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근감소증을 질병으로 인정했다. 근감소증이란 근육이 마르고 근육량이 감소하는 현상이다. 40대가 되면 자연적으로 근육이 감소하면서 더불어 세포의 단백질 합성 능력이 저하된다. 면역력도 떨어지고, 골밀도가 약해지면서 체내에 지방이 쌓인다. 

근육량은 수명과도 연관이 있다. 줄어든 근육을 운동으로 회복시키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 또한 근력의 근력의 강화는 성호르몬을 활성화시키고 성장호르몬을 배출해 젊게 한다. 어느 날 계단을 오르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차는 경험을 한다면 이미 노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세포의 발전소라고 불리는 미토콘드리아는 근력 운동을 할 때 만들어진다. 다리 근육과 신경들은 뇌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다리 근육이 약해짐에 따라 노화가 빨라지고 결국 치매를 불러올 수 있다. 병이 들고서야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 번의 디스크 수술을 하고 나서야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고 매일 운동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운동과학자들이 밝힌, 노년층에 맞는 걷기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30분 이상 걸어라. 그때부터 운동효과를 낼 수 있다.

2. 둘째, 느긋한 산책도 좋지만 운동효과를 내려면 가슴이 뛰고 이마에 땀이 맺히는 순간이 필요하다.
10분은 완보, 10분은 속보, 다시 이를 반복하면서 걸으면 노년에도 일상을 감당할 수 있는 근력을 갖게 된다.

3, 보폭을 조금 넓혀서 걸으면 운동효과를 높일 수 있다.


허벅지 근육과 노년기 뇌 건강과의 관계

걷기를 통해 허벅지 근육을 키우면 면역력은 물론이고 근골격계 질환에도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도 높아진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기능을 한다. 이 기능이 약해지면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한다. 곧 몸의 균형이 깨지는 결과를 빚는다. 인슐린은 허벅지 근육에 집중되어 있다. 허벅지 근육이 발달하면 피로 회복이 빠르고 혈당 조절도 잘 이뤄진다.

허벅지 근육은 무릎을 굽히고 펴는 기능은 물론 무릎 하중을 분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근육이 약하면 무릎 질환이 없어도 통증이 올 수 있다. 반면 근육이 강하면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한다. 허벅지 근육의 강화는 혈관 보호 및 체온 조절을 돕고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질병을 예방한다. 또한 요통과 척추의 변형을 바로잡는다. 적절하게 혈당을 저장해 당뇨 위험도 막아준다. 한 연구에 따르면, 허벅지가 1cm 줄어들 때마다 남자는 8,3퍼센트, 여자는 9.6퍼센트까지 당뇨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고 한다.

허벅지 근육은 노년기 뇌 건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치매 예방에서 당뇨 문제를 뺄 수 없기 때문이다. 당뇨가 오면 치매로 갈 확률이 2배나 더 높아진다.
 

평탄한 길보다 굴곡진 길이 뇌 건강에 더 좋다

괴테는 작품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창작의 비결을 묻는 제자들에게 ‘산책’이라고 답했다. 인간의 뇌는 몸 전체의 2퍼센트 정도이지만 전체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사용한다. 이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걷기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같은 기업 경영자들은 산책을 하며 주요 안건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산책은 단지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뇌 전체를 활성화한다. 세계적인 장수마을은 대체로 섬이나 고산지대에 있다. 지형적 특성을 살펴보면 굴곡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땅의 굴곡이 수명과 무슨 상관일까? 연구자들은 걷기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평탄한 길보다 울퉁불퉁한 길을 걷은 편이 건강에 더 좋다는 것이다.

걷기 위해 200여 개의 뼈와 600개 이상의 근육을 사용한다. 굴곡이 심한 길을 걸을 때는 이 뼈와 근육들을 매우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신체활동이 극대화하는 것이다. 같은 거리를 걸어도 훨씬 효율적이라는 의미이며, 이것이 곧 장수의 비결인 셈이다.

나이가 들수록 건망증이 심해지고 기억력이 줄어드는 이유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독성물질이 바로 측두엽 해마 주변에 쌓이기 때문이다. 해마는 기억을 저장하고 끄집어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자꾸 기억을 되살리는 훈련을해야 한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리면 제일 먼저 손상되는 곳이 해마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해마의 세포에서도 인슐린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만큼 해마는 중요한 곳이다. 걸을 때 해마 주변의 뇌세포가 더 활성화된다.

걷기가 뇌 건강을 지키는 매우 유용한 운동임은 명백하다. 더불어 맨발걷기는 걷기의 운동효과를 극대화할 뿐 아니라 접지를 통해 매우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일으켜 건강에 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아무튼 걷자. 흙길을 맨발로 걷는 감각도 꼭 체험해보자.
 

글_김숙희 누리치매예방교육센터 센터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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