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라이프] 여름을 여름답게 나는 법

[공생 라이프] 여름을 여름답게 나는 법

절기節氣에서 찾는 지혜

브레인 88호
2021년 10월 29일 (금) 22:30
조회수350
인쇄 링크복사 작게 크게
복사되었습니다.

‘공생 라이프’ 연재를 시작하며 서두에서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한 것이 ‘때’를 아는 지혜였다. 때를 알고 때를 기다리는 것은 시공간의 오묘한 연결망뿐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맺는 삶의 복합적인 관계를 푸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때’를 일러주는 오랜 지혜를 절기에서 찾아냈고, 해독되지 않는 암호처럼 달력 곳곳에 숨어 있는 절기의 매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름의 절기들 

우리가 알고 있는 오행五行은 봄, 여름, 환절기, 가을, 겨울의 순으로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가 배속된다. 계절이 바뀌면 우주의 기氣 순환도 달라지게 마련인데 이제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뀌었으니 기는 곧장 쭉 뻗어 나가는 목의 운동을 그치고, 사방팔방으로 끝없이 확장되는 화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기 순환의 변화가 우리 삶에 가져오는 차이는 무엇일까. 여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계절일까. 여름의 입구에서 절기의 지혜를 되새기며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해본다.

절기상 여름은 입하立夏가 시작되는 5월 5일 전후부터 시작된다. 보릿고개를 넘는 소만小滿을 지나 양기가 절정에 이르는 망종芒種이 되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이때가 6월 5일 전후이다.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길다는 하지夏至를 지나면 본격적인 땡볕 더위가 시작되는데 이때가 바로 7월 삼복더위가 모두 몰려 있는 여름의 절정, 소서小暑와 대서大暑다. ‘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 각각 보름씩 여섯 개의 여름 절기가 주는 지혜대로 찬찬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한낮의 여름 더위는 어느새 선선한 가을바람으로 성큼 내 옆에 와 있을 것이다. 

오(午), 뜨거워라!  

음력 5월이자 양력 6월은 오월午月이다. 오월은 오행으로 보면 화火 기운인데, 그 속성조차 태양(丙火), 촛불(丁火), 텃밭(己土)으로 뜨겁고 드넓다. 한마디로 일년 중 6월인 오월이 가장 많은 화기를 품고 있는 달이다. 물론 무더위는 양력 7~8월이 절정이지만 그때는 습하기 때문에 찜통더위이고, 정말 화기가 치성해서 뜨거운 달은 6월부터이다. ‘오’는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 사이의 시간이다. 

이 시간에는 해가 정수리 위에 떠서 그림자도 없고 더위를 피할 그늘도 찾을 수 없다. ‘午’라는 한자도 절굿공이를 세워놓았을 때 그림자 하나 없는 모양 그대로를 본떴다고 한다. 

망종부터 우리 몸 안으로 유입되는 양기陽氣가 배로 늘어나면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많이 나고 숨도 차기 시작한다. 이때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것이 냉면이나 빙수 같은 찬 음식이다. 갑작스러운 양기의 유입으로 몸은 뜨거워지는데 찬 음식으로 장기臟器는 냉해지니 차가운 기운은 위로, 뜨거운 기운은 아래로 순환되는 수승화강水承火降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어떻게 하면 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을까? 궁리의 해답은 농부들의 삶 속에 있다. 절기력은 농부들의 달력이다. 그렇다면 농부들의 시공간에서 답을 찾아보자. 망종은 일 년 중 농사 일이 가장 바쁜 철이다. 망종은 ‘불 때던 부지깽이도 거든다’, ‘발등에 오줌 싼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손이 모자란 시기다. 이 무렵에는 보리를 재빨리 수확하고 그 자리에 모내기를 해야 한다. ‘망종’이라는 이름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 ‘망芒’자가 풀艸이 시들어서亡 된 까끄라기를 뜻한다니, 오죽하면 절기 이름도 까끄라기로 된 곡식을 파종하라는 뜻일까. 

화기가 치성하는 오월午月, 농부들의 몸과 마음에도 화 기운이 가득 차오르고 그것이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쌀농사를 파종하는 힘이 된다. 망종에 비지땀을 흘리며 농사일에 정점을

찍으면 농부들의 피, 땀, 눈물이 응축돼 마침내 추수철에 쌀米, 즉 정기精氣를 얻을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여름에 땀을 충분히 흘려 진액을 빼줘야 피부가 단단해진다고 말한다. 그래야 날이 추워지는 가을과 겨울에 사기邪氣가 몸에 들어올 틈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뜨거움을 참을 수 없어 에어컨과 한 몸으로 지내는 오늘의 여름 풍경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뽀송뽀송하게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현대인의 삶은 어쩌면 자연치유의 지혜와는 거리가 먼 것일는지도 모른다.

▲ 양기 충만한 여름에는 음기를 키워서 균형을 맞춘다. 절 동작은 음기를 기르는 대표적인 운동이다.


내 안의 음기로 균형 맞추기_여름의 절 수련

발산의 계절인 여름은 양기陽氣가 충만한 시절이다. 여름에는 일을 늘리기보다 한 가지라도 하던 일을 끝까지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하는 끈기와 인내는 음기陰氣에서 나온다. 음기를 키우는 행동에는 무엇이 있을까?

올해 초부터 온몸을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는 오체투지 절 수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 덕분에 부실했던 하체에 힘이 붙고, 만성적인 편두통이 사라졌다. 돌아보면 절 수련은 나의 자만심을 내려놓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련법이었다. 

절 수련은 음기를 기르는 대표적인 운동이다. 음기는 하체 단련으로부터 시작되는데, 바른 자세로 천천히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숙이는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머리로 쏠린 화기를

덜어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엎드리는 자세의 반복만으로도 마음을 내려놓는 하심下心의 태도를 연습하게 된다. 절 수련은 종교적인 행위와 관계없이 일상에서 예禮를 표하는 일이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오상五常 중 여름의 미덕은 예禮에 속한다. 불빛이 어둠을 밝히듯 불의 속성을 지닌 예는 사리 분별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절 수련으로 몸과 마음을 바닥에 온전히 내려놓을 때 땀은 줄줄 흐르고, 여름의 뜨거운 화기는 저 멀리 사라져 담담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여름을 날 수 있을 것이다.


글_ 신은정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SBS 시사교양국 방송작가로 일하다 미국 세도나에서 명상을 만나 인생의 궤도를 수정한 후 힐링명상 체인지TV, 일지스튜디오 책임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