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원의 뇌똑똑 자녀교육 20편] 성숙한 사랑

[오주원의 뇌똑똑 자녀교육 20편] 성숙한 사랑

“어머니는 저를 너무 사랑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다치는 것이 두려워 매일 차로 학교까지 데려다 주시고 하교할 때도 데리러 오셨죠. 친구들이 버스를 타는 것이 부러워 심지어 저는 어머니께 버스를 타게 해달라고 사정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허락하지 않으셨고 매일 매일 저를 학교까지 데려다 주시고 데려오고 하셨습니다. 정말 힘드셨을 겁니다. 어머니는 정말 저를 사랑하셨거든요.” 어느 소심한 청년의 말이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는 아이를 사랑한다. 갓난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온 세상을 다 얻은 듯 충만한 행복감에 젖는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있으면 꿈길을 걷는 듯 황홀하다. 사랑할 때 우리의 뇌는 행복해진다. 사랑에 빠진 뇌는 긍정적인 정서시스템이 활성화되고 부정적인 정서상태 시스템은 잠잠해지며, 코카인과 유사한 엔도르핀과 도파민 같은 생화학적 물질이 작용하여 약에 취한 듯 몽롱한 행복감에 젖어든다. 

▲ 인간은 누구나 사랑과 인정에 목말라 한다. 사랑과 인정은 늘 부족하다. <사진=Pixabay 이미지>

모든 인간은 이러한 사랑을 통해 행복감에 취하고 싶지만, 우리 주변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기는 쉽지 않다. 늘 사랑에 대해 목마르다.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부부는 배우자의 사랑을, 며느리는 시부모의 사랑을, 부하직원들은 직장 상사의 사랑과 인정을 갈구한다.

아동기에 사랑과 인정을 충분히 받지 않으면 건강하고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랑과 인정을 너무 많이 받고 자라면 그것에 중독이 되어 인정이나 칭찬을 받지 않으면 병으로 나타난다. 즉, 정신병리의 대부분은 뇌의 기질적 손상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인정이나 칭찬의 노예가 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사랑과 정신병리의 역학은 매우 밀접하다. 모든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사랑받고 싶어하지만 사랑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사랑을 주지 않는 상대에게 미움이 생기고, 내 마음 속에 생긴 미움을 겉으로 표현했다가는 더욱 사랑을 받지 못할 것 같아 미운 감정을 억누르고 억압한다. 억압하니 사랑에 대한 갈구는 더욱더 강해지고 이렇게 사랑과 미움은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정신이 병든다.    

이렇게 정신이 병든 사람은 스스로 행복을 개척할 능력이 부족해서 항상 타인이 나를 칭찬해주고 인정해주고 사랑해주기를 기다리는 사람이다. 이들은 스스로가 자신을 멸시하고 자신을 하찮게 여기면서 타인이 자기를 사랑해주고 인정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일수록 타인의 사랑을 받기는 어렵기 때문에 더욱더 정신은 병들어간다. 
 
그렇다면 건강한 정신이란 어떤 것인가?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은 인정과 사랑이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정신이 건강하고 성숙한 사람은 자기를 스스로 인정하고 스스로 사랑한다. 즉, 정신 건강이란 타인의 인정과 사랑에 의존해서 살기보다는 독립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심리 치료적 측면에서 본다면 의존은 병리이고 독립은 건강이다.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경제적 측면에서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 바른 사랑은 무엇인가?
사랑에 대한 정의는 너무도 다양하고 가지각색이라 신비롭기까지 하다. 뇌교육을 연구하는 필자는 뇌교육적 관점에서의 사랑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사랑은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및 영적 성장을 위해 자신을 확대시켜나가려는 의지이다.’ 즉 진정한 사랑은 자신이나 타인의 성장과 관련된다. 성장을 촉진시킬 때만 진정한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성장이란 자아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좁은 나의 자아를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손을 뻗어야 한다. 낯설고 새로운 영역은 우리의 뇌에 익숙하지 않기에 두려운 존재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우리를 처하게 하고 변화를 경험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뇌교육에서 뇌 발달 촉진을 위해 변화와 도전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진정으로 성숙한 부모의 사랑은 아이가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성숙한 사랑은 사람을 독립된 개체로 존중하고 아이의 인생은 부모와 분리되어 있으며 분리되어야 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자기 한계를 성공적으로 확대시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이전보다는 더 큰 존재로 성장한다. 위 사례에서 청년의 부모는 자녀에게 독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의존성을 길러 주려했다는 측면에서 아이를 진정으로 성숙하게 사랑한 부모라고 보기는 어렵다.

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오주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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