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 표지 (사진 출처= 현암사)
최근 수년간 뇌과학 열풍이 출판계를 휩쓰는 시점에 나온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 책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책의 제목처럼 딱딱한 뇌 지식을 공부하는 뇌과학 서적이 아니라, 도파민 과잉 시대에 진정한 '뇌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뇌활용 입문서이다.
저자인 장래혁 교수는 한국뇌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하였고, 유엔 NGO 국제뇌교육협회 사무국장, 국내 유일 뇌잡지 <브레인> 편집장인 뇌교육 분야 대표 전문가이다. 현재 글로벌사이버대 뇌교육학과 학과장으로 있고, 뇌교육융합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인류 첫 스크린 세대의 출현, 정보 과잉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점점 잃어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강연 요청이 줄을 잇는다.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협회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다.
▲ <2025 브레인트레이너 컨퍼런스>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장래혁 교수
Q. 뇌과학 열풍이 강하게 불던 2024년 초, 학술 플랫폼 DBpia에서 「도파민 터지는 세상에서 나는 왜 우울한가」 교수님의 글이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출판사 제안으로 이어졌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편집장으로 있는 <브레인> 잡지도 당시 집중리포트를 ‘도파민’ 주제로 했었는데, 이후 서울대 학보사를 비롯해 여러 대학에서도 영상 인터뷰가 여러건 있어 사회적 이슈 체감을 많이 했었죠.
이번에 출간한 ‘현암사’가 올해 80주년이 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출판사인데, 감사하게도 출간 제의를 해와서 저서를 내게 되었습니다. 사실 새롭게 원고를 쓸 여유는 없어, 기존 매일경제에 3년간 연재한 칼럼과 잡지 글을 묶어 ‘뇌활용 입문서’ 차원에서 구성한 차원입니다.
Q. 책 서문에 ‘뇌활용 입문서’라는 키워드를 강조하셨더라구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최근의 MBTI 열풍에서 보듯이, 누구나 자신을 알고 싶어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싶어합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본능이죠. 그런데, 21세기 인간을 이해하는 열쇠는 바로 ‘뇌’입니다.
20세기 심리학은 마음만을 탐구했었죠. 그러다가 ‘몸’과의 상호작용이 밝혀지면서, 지금은 ‘심신(心神)’의 상호작용을 함께 들여다보는 것은 상담코칭의 기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1세기 들면서 마음과 행동변화의 열쇠인 ‘뇌’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이해에 있어 필수적인 키워드가 되었죠.
중요한 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뇌과학 열풍이 불면서 뇌에 대한 지적탐구가 무척이나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식이 높다고 실제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변화는 ‘뇌활용’의 영역입니다.
뇌를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 실제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뇌활용 시대로 전환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제가 교수로 있는 뇌교육학과 역시 딱딱한 뇌의 기능과 구조만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뇌활용의 중요성과 가치를 핵심방향으로 삼고 있거든요.
Q. 최근 50여년 오랜 역사를 지닌 서울교육청 정독도서관 초청특강을 비롯해 대학 최고경영자과정에서도 강연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저자로서 만난 느낌이 어떠셨나요.
▲ 서울교육청 정독도서관 초청특강중인 장래혁 교수
사실 주제와 내용은 지금까지와 동일한데, 책 저자로서 만나는 것이다보니 색다른 반응이 여럿 있습니다.
정독도서관 경우 정말로 질문이 많았습니다. 강연 이후 저자 사인을 가졌는데, 초등생 아이와 함께 오신 학부모께서 아이에게 줄 메시지를 남겨달라고 하셔서 놀랬습니다.
평소 뇌과학 책을 두루 섭렵하신다는 한 독자분은 이 책을 읽고 나서, 뇌과학에서 뇌활용으로의 전환 느낌을 가졌다며 나눔을 주셨는데 무척 감사했습니다.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거였거든요.
Q.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제시한 ‘브레인 롯(Brain rot, 뇌 썩음)’ 단어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이 책의 서평에 보면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하나의 점만 바라보면 까맣게만 보이지만, 점과 점을 연결하면 선이 되죠. 선을 연결하면 면이 되고 입체가 되듯이, 지금은 기나긴 시간 속에서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너무나 빠르게 변화거든요.
지구상에 스마트폰이 출현하지 불과 20년도 안되었습니다. 2007년 아이폰이 나오고 4년 후인 2011년, 미국 워싱턴대학교 데이비드 레비 교수는 디지털 기기의 멀티태스킹과 단편적인 정보에만 반응하는 현대인의 뇌를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라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13년이 지나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Brain rot’까지 제시한 것이죠.
지구의 역사 46억년 중에 호모사피엔스의 시간은 불과 30만년입니다. 태양계에 존재하는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하며 적응과 진화를 해 온 것이 인간의 뇌인데,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 산업화사회, 정보화사회까지 오면서 사실 인간의 뇌기능과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뇌 바깥 환경 중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인공빛’의 출현인데, 그에 따라 생체시계를 비롯해 많은 교란이 생겼습니다.
뇌 안쪽의 가장 큰 변화는 ‘움직임의 저하’이죠. 농경사회에 비교해서 도시인들의 신체활동 변화를 보면 느낌이 오실 겁니다. 여기에서 현대인들의 자율신경계 불균형을 비롯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Q. ‘명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글에서 구글의 차드멍탄과의 만남이 기억납니다. 작년 교육부가 초등생 마음건강 회복을 위해 마음챙김교육을 내렸고, 올해는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을 실시합니다.
실리콘밸리의 저녁 시간을 없앴다는 ‘위즈덤 2.0’도 그렇고, 구글에 가장 유명한 직원연수프로그램인 ‘내면검색’의 핵심이 바로 ‘명상’ 입니다.
개발자인 차드멍탄이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라는 자신의 저서를 발행하면서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브레인> 잡지 인터뷰를 요청해와서 편집장으로서 만남을 가졌습니다.
“한국에서는 명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라는 첫 질문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질문이었거든요. 구글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명상을 종교적 수행이나 스트레스관리 차원으로 바라보아서는 안됩니다. 동양 정신문화의 원형이죠. 특히, 한민족의 선도(仙道)는 인간의 의식성장원리가 담긴 지혜의 보고입니다.
물질문명의 극한에서 서구가 동양의 보물에 눈길을 돌린 것이죠. 책을 통해, 구글의 내면검색에는 환호하면서 과연 우리들 스스로 수천년간 이어온 한민족의 정신문화적 자산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반문하고 싶었습니다.
Q. 책에서 미래 세대 얘기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흙을 밟지 않는 아이들’이란 표현이 와닿더라구요.
역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이 특히나 관심있어 하시는데요. 지금 부모 세대와 미래 세대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공존 혹은 경쟁할 첫 세대이면서도, 인류 첫 스크린 세대이죠.
사람과의 소통을 통한 두뇌발달이 아닌, 스크린을 통한 정보의 입출력을 통한 두뇌발달이 더 심화된 형태이죠. 정보 과잉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식을 잃기 쉽다는 현실 진단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데, 자녀가 스마트폰을 갖고 식탁에 앉는 것에 대해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는다면 부모가 잘못 생각하는 거죠.
뇌교육학과 교수로서 전통적인 생활방식과 최신 뇌과학의 접점을 찾아 어떻게 하면 보다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취지입니다.
▲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 표지 앞뒷면 (사진 출처= 현암사)
Q. 책의 마지막 4부 ‘한국인 브레인파워’는 색다른 느낌이면서 와닿았습니다.
어릴 적 역사를 좋아했습니다. 국사 시간이 무척 즐거웠고, 역사 만화책을 너덜거릴만큼 읽기도 했습니다. 대학에 와서도 역사소설을 좋아해서, 틈틈이 세종대왕, 이순신, 장영실 등 스토리를 <브레인> 잡지에 연재했는데 이번에 포함했습니다.
보통 ‘뇌를 잘 쓰고 싶다’라는 표현을 흔히들 사용하는데, 뇌교육학에서는 ‘뇌를 올바르게 잘 쓴다’라는 것을 중요시합니다.
인간 뇌의 특별함 중에서 ‘창조성’을 가장 많이 꼽지만, 오늘날 지구 생태계의 위협이 된 것은 인간 뇌의 창조성의 그릇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결국 평화적 가치를 가진 창조성의 발현이 중요하죠. 위대한 인물들의 여정은 인간 뇌의 가치와 방향성을 깨닫게 합니다.
Q. 책 표지에 ‘뇌교육 교양서’라고 나와있습니다. 뇌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뇌교육학과 학과장으로서 체감도가 느껴지시나요?
10대 후반부터 70대 후반까지 연령대도 다양해지고, 직업군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학위 목적의 입학생은 20% 채 안됩니다. 기존 영역과의 융합이 커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뇌’는 그동안 의학 영역에서만 다루었습니다. 뇌를 떠올리면 대부분 뇌질환을 얘기했지만, 이제는 실제적인 활용과 훈련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뇌과학에서 뇌활용 시대로의 전환인 시대이죠.
과거 심리학이 인간의 마음과 행동변화를 탐구했다면, 21세기 인간을 이해하는 영역에서 ‘뇌’를 빼고 얘기할 수는 없는 시대이죠. 실제로 심리전공자들과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분들도 다수 입학합니다.
모두가 뇌질환을 연구하는 의사나 뇌의 기능과 구조, 특성을 밝히려는 뇌과학자, 이를 산업에 활용하고자 하는 뇌공학 분야의 연구자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살아가면서 당면하는 스트레스와 감정충돌, 부정적 습관의 해소, 심신건강 관리 등 셀 수없이 많고 다양한 문제가 존재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 생애주기별 뇌활용 전문인력양성, 뇌교육학과
Q. 뇌교육학과에 어떤 학생들이 공부하나요?
인간 마음의 기제의 근원인 ‘뇌’의 특성 때문에 그 자체로 융합학문으로서의 성격을 갖습니다. 그래서 교육학, 심리학 전공자와 강사, 보건교사 그리고 피부미용 등 다양한 영역에 계신 분들이 들어옵니다.
연령대도 검정고시를 합격한 고등학교 갓 졸업생부터 자녀 두뇌발달에 관심 있는 학부모, 직장을 다니면서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분들, 자신의 두뇌인지력 향상을 위한 중장년층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나라에서 지급하는 국가장학금이 지원한도가 매년 올라서, 1~8분위 소득분위 학생들은 사이버대학 등록금이 무료가 됩니다. 재학생 평균 70% 이상이 이 구간에 해당되니, 학비 부담없이 새로운 공부를 하는 셈이죠.
Q. 직접 유튜브 채널까지 운영하시던데요.
스스로부터 대중과의 소통에 한발 내딛고자 <장교수의 뇌교육TV>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없을 때는 산책하는 동안 그냥 스마트폰으로 녹음한 후 라디오 형태로도 하고 있습니다. 원격대학이다보니, 1년에 교과를 수강하는 인원이 1천명을 상회합니다. 종강인사도 올리고, 학우분들께서 주신 질문을 주제로 올리기도 합니다.
책을 발간하면서 ‘뇌를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 실제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뇌활용 입문서’라고 했는데, 지식과 기술이 중심이었던 20세기 외적역량에서 보이지 않는 21세기 내적역량의 가치를 인식하는 작은 길잡이 역할을 기대합니다.
글. 브레인 편집부 | YES24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