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데 여전히 스스로 공부하려는 마음이 없으니 부모로서 답답합니다. 시키면 겨우 마지못해 하는 척하지만 부모가 자리를 비우면 금방 딴 짓을 합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부모가 공부하는 아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감독을 해야 할까요?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공부를 하면 소원이 없겠어요. 우리 아이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없는 것일까요?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는 아이와 우리 아이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제가 아무래도 잘 못 키운 것 같아요.”
이 부모는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모든 부모의 로망이다. 부모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척척 자기 일과 자신의 공부를 해 낸다면 그 얼마나 좋겠는가? 도대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려면 어떤 능력을 가져야 하는 것인가? 우리 아이도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이 가능한 것인가?
▲ 메타인지는 아이가 자기 뇌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Pixabay 이미지>
자기주도 학습능력은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학습의 필요성을 진단하고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내용이나 방법을 선정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스스로 평가하고 그 평가에 대한 피드백을 반영하여 새롭게 목표를 설정하고 또 다시 도전하는 능력이다.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능력이다.
즉, ‘내가 어떤 공부가 부족한가? 이번 시험에서 영어점수가 60점이었지. 영어 단어를 몰라서 많이 틀렸으니 영어단어를 하루에 50개는 외워야할 필요가 있어. 나는 소리 내서 단어를 외우면 잘 외워지니까 소리 내서 읽어보자. 아, 지난 번 보다 잘 외워지네. 노트에 쓰면서 소리 내서 외우면 더 잘 외워질까? 아, 소리도 내고 노트에 쓰기도 하니 훨씬 더 좋은 것 같아. 이 방법이 나에게 적합해…. 성적이 20점이나 올랐잖아! 이제 단어를 외우는 건 자신 있어. 이제 영어 100점에 도전해 보자’
이렇게 자기주도적 학습에 필요한 이러한 사고의 과정을 심리학적 용어로 메타인지(meta cognition)능력이라고 한다. 메타인지능력은 우리 자신의 사고 과정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메타인지는 자신의 인지적 활동에 대해 인식하고 조절하는 인지의 한 부분을 의미한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으로부터 모르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어떠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그리고 그 계획을 실행하고 평가하여 다시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대한 지식이다. 메타인지가 뛰어난 사람은 일의 수행이나 배우는 과정에서 어떤 활동과 능력이 필요한지 알고 효과적인 전략을 선택하여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정에서 부모가 가르쳐주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말하자면, 아이가 자기 뇌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 자신의 뇌 속에 있는 인지도식들을 잘 들여다보고 어떤 인지도식들이 더 필요하고 어떤 인지도식들은 필요가 없는지, 그리고 그 도식들을 어떻게 다룰 때 효과적인지를 아는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은 공부뿐만 아니라 정서조절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어떤 이유로 화가 났다면 메타인지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자신이 화가 나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자신이 화를 가장 잘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은 운동장을 한바퀴 뛴다거나 또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임을 알고 분노의 정서를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는 최근 새로운 융합학문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뇌교육의 원리와 같은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뇌교육은 말 그대로 ‘자신의 뇌를 스스로 교육시키는’ 방법이다. 뇌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뇌작용 원리에 근거하여 자신의 뇌의 상태를 스스로 감지하고 뇌의 상태가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상태가 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뇌를 조절하고 활용하는 교육이다.
뇌교육에서는 명상, 호흡, 뇌체조 및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신체, 정서 및 인지적 요소들을 조화롭게 자극하고 움직여 가장 최적의 뇌상태를 조성함으로서 자기주도적 학습 뿐만 아니라 자기주도적 인성, 자기주도적 삶을 살 수 있도록 스스로 뇌를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특히 뇌교육 명상을 통해, 메타인지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사람이 다른 동물보다 훨씬 더 잘 배우는 이유가 바로 메타인지능력이 있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우리가 더 똑똑하다는 것이 아니라 모른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메타인지 기술은 짧은 시간에 배울 수는 없다. 시간과 연습이 필요한데, 자꾸 자신의 생각을 바라보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이를 담당하는 뇌영역의 신경세포들이 늘어나고 연결성도 좋아진다. 우리가 우리 뇌의 상태에 집중하고 자세히 관찰할 때 우리는 우리의 뇌를 더 잘 이해하고 제어하여 보다 건강한 몸과 평온한 마음 그리고 똑똑한 머리를 만들 수 있다.
매주 목요일 브레인미디어에는 오주원 국제뇌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과 교수가 재미있는 사례와 뇌교육 원리를 통해 우리 아이의 뇌를 행복하게 하는 비결을 알려주는 칼럼이 게재됩니다. [편집자 주]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오주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