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행복한 책읽기

[칼럼] 행복한 책읽기

[책 읽는 명상 CEO의 북칼럼] 우종무 HSP컨설팅 유답 대표이사-81편

오랜만에 쉬이 읽히지 않는 책을 며칠에 걸쳐 읽었다. 1990년 49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등진 고 김현 교수가 1986년부터 1989년까지 4년간 쓴 일기 형식의 문학 단편이다. 저자인 고 김현 교수는 살아 생전 서울대 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했던 분이다. 필자는 사실 저자를 몰랐다. 이 책과의 인연은 조선일보 Books 담당 기자의 기사를 읽은 덕분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우선 저자의 방대한 독서량에 놀랐고, 시와 소설, 산문 그리고 다른 평론가의 글까지 폭넓게 비평하는 날카로움에 감탄했다. 책이 쉬이 읽히지 않은 것은 첫째로 저자가 비평하는 80년대의 작품 중 필자가 읽어본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간혹 접해본 작가나 작품들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80년대 20대 청춘을 보냈고, 또 문학을 전공했던 필자로서는 진도가 나갈수록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그런데 사실을 고백하자면 필자가 책과 친해진 시기는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기 시작한 30대부터였기에 그런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문학평론가의 글이다 보니 전문 용어가 가끔 등장해서 이해하고 넘어가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 김현, 《행복한 책읽기》. 문학과지성사


그러나 책 제목이 《행복한 책읽기》이듯 책 읽는 즐거움도 많았다. 저자가 평하는 시(시의 원문이 자주 등장한다)를 읽는 즐거움도 있었고, 저자가 요약 정리한 비평의 포인트를 통해 평론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된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 내용이 저자의 개인 일기이기에 일상적인 얘기들도 간간이 섞여 있다. 그중 영화 얘기가 종종 나오는데 영화는 필자도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기에 대부분 본 영화였고, 각 영화에 대한 평을 약 30년 후에 접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시나 소설, 영화 등은 세월이 지나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 최근 개봉한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의 주옥같은 시들을 접하며 감동을 하고, 또 지나간 명화들이 재개봉 되어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것 역시 그 증거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훌륭한 문학평론서도 오랜 세월 사랑받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평론이란 현학적이고 자기 과시가 많다고 느꼈는데 저자의 글을 보며 그런 선입견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 책은 문학평론에 관심이 없는 분이면 약간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혹시라도 평론에 관심이 있거나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 훌륭한 글을 접하고자 한다면 시간을 투자할 만하다고 믿는다.

이 책에 나오는 국내외의 수많은 작가와 작품들을 접하면서 유홍준 교수 책 속의 말이 떠올랐다.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인생을 살다 보면 여기저기 고수(상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참말로 그런 것 같다. 늘 겸손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글. 우종무 (주)HSP컨설팅 유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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