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요리 방송 전성시대, 뇌에 어떤 영향 미칠까?

[칼럼] 요리 방송 전성시대, 뇌에 어떤 영향 미칠까?

장래혁의 휴먼브레인

그야말로 요리, 세프 전성시대이다. TV 채널을 돌릴 때마다 요리프로가 걸리지 않는 곳이 없고, 세프가 청소년들의 선호직업 인기순위에 오르며 각종 연예오락 프로그램에도 세프의 출연이 눈에 띈다. 최근 요리 방송의 키워드는 남자 요리사, 집밥, 쉬운 레시피 라고도 하는데, 음식 잘 하는 남자에 대한 여성들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사회생활을 하는 남성들의 스트레스도 덩달아 올라가는 형국이다. 요리를 잘 못하는 남성분들은 혹시 아내나 애인에게서 은근한 압박을 받지는 않으셨는지?

다른 각도에서 한번 살펴보자. 요리방송이 증가할수록 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회통계학적인 분석자료가 아닌 한 개인의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궁금증 차원이다. 인간의 뇌는 두개골 안에 있으니 단순하게 보자면 바깥으로부터 정보를 입력받아, 처리해서, 출력하는 일종의 정보처리기관이다. 바깥이란 몸이 기본 대상이고, 몸 더 바깥에 사람과 자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평소 어떠한 정보를 뇌에 입력받느냐에 따라 사람의 뇌 속 정보처리 양상도 영향을 받는다. 똑같은 정보라도 그 사람의 뇌에 그 정보가 얼마만큼의 비중과 강도로 저장되어 있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그 정보에 대한 과거 기억에 따라 대응방안도 당연히 영향을 받는다. 맛있게 보이는 초코케익이 라도 사람에 대한 반응이 틀린 것은, 과거 초코케익에 대한 기억의 저장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여행길에서 먹었던 초코케익과 집에서 쓸쓸히 홀로 있을 때마다 먹었던 사람의 기억정보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뇌 속에 저장된 정보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은 여기까지 하고, 음식에 대한 것이니 가장 중요한 주제를 얘기해보자. 음식에 대해 말하면 다이어트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왜 여성은 ‘다이어트’를 그토록 원하면서 ‘디저트’에는 그토록 열광할까?

흔히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얘기가 있다. 주로 남성에 비해서 여성이 비율이 높다고 보여 지는데, 이는 단순하게 보자면 평소 음식에 관련한 정보입력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보통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티졸 같은 스트레스성 호르몬 분비가 촉진되고, 그것이 지속될 경우 인체 에너지 소비가 많아져서 식욕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단기적인 스트레스에는 입맛이 없을 수도 있으나, 지속할 경우에는 음식에 대한 집착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스트레스 강도가 커질수록 인체는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달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게 된다. 과거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신이 경험했던 강렬했던 기억이 작동하기도 한다. 쾌감중추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다이어트 실패확률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다이어트 성공의 관건은 사실상 음식욕구에 대해 견디는 인내력, 목표에 대한 집중, 즉 ‘멘탈관리’인데, 여성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평소 음식에 대한 정보가 뇌에 많이 들어있다는 것은 그만큼 음식에 대한 민감도가 크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남성에 비해 풍부한 감정처리영역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스트레스가 발생할 때 음식이 아닌 다른 것으로 해소를 하면 되는데 남성에 비해 여성은 그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유전적으로도 외향적이고, 목표지향적인 남성들은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최근에는 외적인 것에 대한 선호가 커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성들에게 요구되는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재미난 것은 배가 부른 상태임에도 맛있는 디저트가 나올 때 열광하는 것은 쾌감중추가 작동하는 것일 뿐 ‘가짜식욕’ 이라는 점이다. 생존에 필요한 요소가 아닌 과거에 강렬했던 기억에 대한 보상회로의 작동일 뿐이다. 어찌되었든, 요리방송이 매스컴을 장식할수록 다이어트를 원하는 여성들에게는 어쩌면 어려운 현실이 되어가는 건 아닐는지.

※ 본 칼럼은 한국원자력연구원 매거진 ‘원우’에 게재된 글입니다

글. 장래혁 <브레인> 편집장, 한국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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