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기준금리 1%대 시대가 열렸다. 주요은행은 적금 상품의 금리를 1%대로 낮추기 시작했다. 예금 금리가 떨어지는 것도 머지않았다. 1,000만원을 예금해 연 100만원 이자를 받는 1990년대와 같은 일은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2일 연 2.0%이던 기준금리를 연 1.75%로 낮췄다. 최저 금리의 마지노선이라 불리던 2.0%가 붕괴된 것이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낮출 경우 가계 빚 악화가 심화되고 금융 건전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이유로 금리 인하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러던 것이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꿨다. 경제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돈을 푸는 상황에서 우리만 쥐고 있으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렸으니, 이제는 금리 인하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이자 소득을 위해 묶어둔 돈이 풀릴 테니 그 돈들을 잘 써서 실질적인 투자와 소비로 인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될지 모르겠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13일 경제5단체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면서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이달에만 벌써 네 번째다. 소비를 회복하기 위해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지만 재계의 입장은 달랐다.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은 “기업의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난색을 보였다.
고용문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달 초 ‘장그래법(계약직 근로자가 기간 2년 이후로도 일하기를 원한다면 기간제한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의 윤곽이 드러났다.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를 위해 마련한 법안이라지만 결국은 비정규직을 확대 양산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고령 노동자 1명 퇴직으로 청년 3~4명을 고용할 수 있지만, 정부가 고령 노동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노동법을 개정하면서 기업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국제 경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가 1% 내외로 좁혀지면 국내 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렇게 되면 제2의 외환 위기는 시간문제다. 하지만 기업의 부실을 국가와 국민이 나눠 가졌던 1997년 외환 위기 때와는 다르다. 이제는 가계부채가 문제다. 4월 중에 가계부채가 1,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경제는 대통령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라 안에서 우리끼리만 잘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위기를 위대한 기회로 만들기 위해 정부와 여야, 재계와 국민이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