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안하는 것은 스파링 파트너 같은 부모입니다. 스파링 파트너는 선수 대신 결코 링 위에 오르지 않습니다. 아이가 선수가 되어 링 위에서 뛸 수 있게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김영훈 교수(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는 부모의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가진 방목(放牧)’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의 성향을 잘 알고 그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소아신경학 권위자인 김 교수는 최근 <두뇌성격이 아이인생을 결정한다>라는 그의 저서에서 아이의 두뇌성격을 형성하는 5가지 기질을 소개했다.
"영유아 시기에는 보고 만지고 먹으면서 우뇌가 발달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후 본격적인 교육을 통해 좌뇌가 발달하죠. 즉 두뇌성격이 결정되는 시기는 대게 초등학교 2학년 때라 볼 수 있습니다"
▲ 김영훈 교수
뇌과학자들은 지난 20년간 오랜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5개 성격 모델을 확정지었다. 인간 성격 모델 중 가장 포괄적이고 신뢰할 만한 분석틀로 간주되는 이 성격요인 모델은 '5대 성격요인 모델(five-factor model of personality)' 혹은 '빅 파이브(Big Five)'라고 부른다.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성격은 외향성extraversion, 신경성neuroticism, 성실성conscientiousness, 친화성agreeableness, 개방성openness이라는 다섯 가지 특성으로 결정되며, 이 특성을 알면 어떤 삶을 살아갈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1970년대 미국의 GE(General Electric) 경영개발연구소의 경영교육 관리자였던 네드 허먼(Ned Herrmann)이 직원들의 창의성과 리더십을 개발하기 위해 5가지 두뇌성격을 보다 구체화했다. 김 교수는 두뇌성격의 5가지 기질을 학습성향에 대입해 이에 맞는 교육방식을 제안했다.
"뇌기반 교육에서는 청각, 시각, 운동학습자가 있다고 합니다. 청각학습자에게 시각학습자처럼 교육하면 효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뇌를 연구하면서 시각, 청각. 운동 학습자가 밝혀졌고, 좌뇌형 우뇌형이 밝혀지면서 그 스타일에 맞춰 교육하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손꼽힐 만하다. 이왕이면 우리 아이가 마더 테레사보다는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되길 바라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모 마음일 것이다. 그렇다면 타고난 우리 아이의 두뇌 성격이 바뀔 수 있을까?
“환경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좌뇌형이 극우뇌형으로 바뀌기는 어렵죠. 무리하다 보면 아이도 부모도 고생이죠.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아주 다른 성향의 사람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두뇌성격에 맞는 교육이 뒷받침 되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 교육 자체가 좌뇌 교육이다 보니 통계적으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좌뇌형으로 바뀝니다. 기존 연구들을 보면 영유아 때 충동형이었던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후 숙고형으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바뀌는 시기가 일본은 평균 10세, 미국은 14세입니다. 시기가 다를 뿐 성향은 조금씩 바뀝니다. 아직 정확한 연구결과는 없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우뇌형이 많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사고방식이 좌뇌형으로 바뀌게 됩니다.”
장점은 극대화하고 부족한 점은 채워주는 것이 올바른 두뇌 활용법
김 교수는 아이의 성향에 맞춰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다면 좌뇌를 발달시키는 학교 교육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뇌형 아이들은 학교 교육을 통해 충분히 좌뇌형 교육이 가능합니다. 오히려 가정에서는 야외활동을 하고 자연을 접하는 등 우뇌형 활동을 권장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좌뇌형 아이들은 자기 스타일에 맞게 교육받고 있으니 결점을 보완해줘야 합니다. 집에서 스킨십도 많이 하고 식사도 같이 하며 우뇌 성향을 보완해 줘야 합니다.”
“현대 사회는 좌뇌적인 것만 가지고는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리더가 되려면 좌뇌형이지만 우뇌형 감성을 가져야 하죠. 그런 점을 가정에서 키워줘야 합니다. 학습은 효율적인 것이 분명 중요하지만 사회생활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족한 점을 가정에서 보완해 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빌 게이츠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것은 우리나라로 치면 중학생 무렵이었다. 처음 컴퓨터를 접하고 밤새도록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며 공부를 소홀히 했다. 이때 빌 게이츠 부모는 자식을 혼내거나 다그치지는 않았다. 대신 읽어야 할 책 목록과 주간 계획표를 짜주고 그에 따르면 컴퓨터를 몇 시간을 해도 간섭하지 않는 융통성을 보였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빌 게이츠 부모 밑에서 자랐으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부모와 아이의 궁합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창의력이 뛰어나다 해도 직장에 출퇴근을 제대로 못하면 자기의 능력을 발현시키기 어렵죠. 출퇴근하는 건 부모가 알려줘야 합니다.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제대로 해야 자기 능력과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자기의 결점 중에서 사회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부모가 보완해 주고, 능력을 더 극대화 시키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죠.”
타고난 왼손잡이가 아무리 오른손으로 연습해도 타고난 오른손잡이만큼 하기 어렵다. 차라리 왼손잡이의 장점을 찾는게 빠르다. 김영훈 교수는 뇌를 잘 활용한다는 것은 자기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