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칼럼]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책 읽는 명상 CEO의 북칼럼] - 14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신경숙 작가의 단편소설집이 나왔다. 밀리언셀러였던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 신경숙 작가를 처음 접한 후 장편소설 <리진>과 <어디선가 나를 찾는 낯선 벨이 울리고>, 그리고 단편소설집 <감자먹는 사람들>을 통해 팬이 되었다.

이번 작품은 작가가 동네 산책 중 밤하늘에 둥그렇게 뜬 달을 보다가 달이 듣고 함빡 웃을 수 있는 이야기, 달이 듣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 엮은 26가지의 짧은 이야기들이다. 일상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작가의 섬세한 필치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작가의 의도대로 참 재미있게 읽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스님에게 전도하려고 노력하는 젊은 목사가 봉변당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35년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생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고, 별명이 튀어나오는 이야기, 어머니와 친밀하게 지냈던 여동생이 외국으로 떠난 후 시골에 계신 어머니와 새로운 소통을 시작하게 되는 큰 딸 이야기 등등 입가에 웃음을 띠게 되는 훈훈한 이야기들이 많다.

책을 읽으면서 일상에서 직, 간접으로 접할 수 있는 상황을 글로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삼자의 관점에서 때로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내 모습을 상상해보며 즐거운 추억에 빠져보기도 했다. 소설이 갖는 큰 힘은 독자를 공감시키는 데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어느 순간부터 상황에 쑥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누구라도 해보셨으리라 믿는다. 지하철에서 처음 만난 두 할머니들의 대화를 통해서 느끼게 되는 어머니 세대의 애환, 열심히 공부하고 유학해서 박사 학위까지 받았지만 대학 교수직에 번번히 떨어지면서 점집에 찾아 다니고 부적에 의지하는 두 남자의 서러움, 존경했던 전직 대통령(책을 읽어보면 그 분이 누군지는 금방 눈치챌 수 있다)의 서거로 급작스런 무기력함에 빠진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내 어머니의 외로움을 생각해보게 되고, 그런 경험을 했었던 친구를 떠올려보게 되고, 나 자신도 느꼈었던 가슴 아픔과 아련한 감정이 다시 솟아오르는걸 경험하기도 했다.

좋은 소설은 삶의 위로가 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 소설은 짧은 이야기의 연속이기에 다양한 추억을 상기시켜 주어서 혹시나 놓치고 있었던 그 무엇이 있었다면 누군가와 다시 연락이라도 하게 될 계기를 마련해줄 지도 모르겠다. 모쪼록 이 작품을 통해 뇌의 상상 스크린이 더 선명해져서 삶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면 좋겠다.





글. 우종무 (주)HSP컨설팅 유답 대표
www.u-d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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