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교육 칼럼] AI 시대의 핵심은 ‘활용’하는 능력

[뇌교육 칼럼] AI 시대의 핵심은 ‘활용’하는 능력

‘무엇을 아는가’보다 ‘어떻게 쓰는가’가 중요하다

브레인 114호
2026년 01월 09일 (금) 21:39
조회수955
인쇄 링크복사 작게 크게
복사되었습니다.
▲ AI 시대의 핵심은 ‘활용’하는 능력 [사진=게티이미지]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유망한 직업은?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행보가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한국의 기술력과 창의성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친구이자 미래의 동반자”라고 언급했다. 

2025년 10월 말 기준으로 세계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며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기업의 리더가 한국의 가능성을 그렇게 표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대기업 총수들과의 이른바 ‘치맥 회동’에서 젠슨 황은 겸손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기술과 권력의 정점에 선 인물에게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운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그의 발언 중 가장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미래에 가장 유망한 직업’에 대한 예측이었다. 많은 사람이 ‘AI 엔지니어’나 ‘데이터 과학자’ 같은 첨단 직종을 떠올렸겠지만 젠슨 황의 답은 의외였다. 그는 “앞으로는 배관공, 전기기사 같은 기술직이 오히려 고임금 직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핏 엉뚱한 말처럼 들리지만, 이는 단순한 직업 전망이 아니라 문명 전환의 본질을 짚은 통찰이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이러한 기술직이 경기 불황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으며, 숙련도와 책임에 따라 고수입을 보장받는 직업군으로 인식된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사회 풍자를 예리하게 다루는 미국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South Park>에서도 가까운 미래에 배관공이 세계 최고 부자가 되는 장면이 나온다. 풍자이지만 그 안에는 진실이 담겨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손과 감각, 그리고 문제 해결력을 요구하는 영역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AI는 정보를 빠르게 생산하지만, 세상의 문제를 실제로 ‘고치는’ 일에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과 행동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젠슨 황이 모든 아이가 대학 공부를 포기하고 기술직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그의 진짜 메시지는 부모 세대가 과거의 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AI 혁신의 본질은 속도에 있다. 지난 시대의 산업혁명이 수십 년에 걸쳐 완성됐다면, 인공지능은 지식과 정보의 네트워크 위에서 매일 진화한다. 

기술 발전의 주체가 인간의 학습 능력이 아니라 AI 자체이기 때문에 기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변화의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 미래학자들이 예견한 ‘다가올 세대의 일’이 단 한 세대도 기다리지 않고 눈앞에서 현실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활용 능력을 키워주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1980년대만 해도 일본은 세계 최고의 기술 강국으로 불렸지만, 디지털 전환에서 뒤처지며 ‘아날로그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반면 한국은 빠른 속도로 디지털 사회로 전환하며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어떤 이는 그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한국은 게임을 컴퓨터로 했고, 일본은 콘솔로 했다.” 단순한 농담처럼 들리지만, 그 속에는 통찰이 있다. 한국은 대중적으로 ‘활용 가능한 플랫폼’인 컴퓨터를 다루며 디지털 친화적 사고를 익혔고, 이것이 산업 전환의 토대가 되었다.

AI 활용 능력을 기르는 것이 미래 경쟁력의 핵심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력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의 아이들이 단순히 AI를 ‘공부’하는 것보다, AI를 가지고 ‘놀 줄 아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1990년대 청소년들에게 스타크래프트 같은 컴퓨터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다. 

그 게임 속에서 전략적 사고, 정보 처리 능력, 협동과 소통을 배우며 디지털 환경에 자연스럽게 적응했다. 지금의 세대가 AI를 활용해 놀고 실험하며 창의적으로 응용하는 경험을 쌓는다면, 그것이 미래 경쟁력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들에게 충분히 놀고 탐색할 시간과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포유류의 성장에서 놀이가 학습의 핵심이듯, 인간의 성장에서도 ‘즐거움’은 창조성의 원천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입시 경쟁 속에서 놀이 시간은 사라지고, 아이들은 정답을 맞히는 법을 배울 뿐 질문을 던지는 법은 배우지 못한다. 

그러나 인공지능 시대에는 정답 맞추기가 아니라 활용하고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기술이 모든 답을 제시해주는 세상에서의 진짜 가치는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에 달려 있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AI를 활용해 만든 영상·음악·예술 작품이 넘쳐난다. 어떤 경우에는 실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만든 것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작품을 평가하는 댓글에 이런 의미심장한 내용이 달렸다. 

“이 정도의 결과물을 AI로 만들려면, 여전히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 어떤 이는 이렇게 썼다. “누구나 쓸 수 있는 도구로, 누구도 만들 수 없는 것을 만드는 것. 그게 예술이지 않을까?” 이 말은 활용의 본질을 정확히 짚는다.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세상이 아니라, AI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다루느냐에 따라 인간의 가치가 새롭게 정의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AI는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도구

이런 흐름 속에서 또 하나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창의성’이다. 많은 사람들은 창의성을 머릿속 아이디어나 지적 능력으로만 생각하지만, 뇌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창의성은 지적·감성적·신체적 기능이 통합된 결과물이다. 

즉, 뇌의 유연성, 감정의 안정성, 신체의 활력,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재미’가 함께 어우러질 때 진정한 창조성이 발현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과소 평가되는 것이 바로 ‘재미’다. 인간의 뇌는 즐거움을 느낄 때 가장 강하게 학습한다. 그러므로 ‘잘 노는 능력’은 곧 ‘잘 배우는 능력’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더 이상 ‘전문가의 시대’가 아니다. 이제는 ‘활용의 시대’, 즉 ‘무엇을 아는가’보다 ‘어떻게 쓰는가’가 성패를 가르는 시대다. AI는 단순히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도구다. 그리고 그 도구를 두려워하지 않고 능숙하게 다루는 개인과 사회만이 다음 시대의 주인이 될 것이다.

결국 부모와 교육자가 해야 할 일은 단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스스로 탐험하고 도구를 스스로 활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무엇을 좋아하라고 강요할 수 없듯이,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여유와 체험의 기회가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활용의 시대’를 살아갈 다음 세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자, 인간이 기술을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

글_이정한 미국 IBE 지구경영대학원장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