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건강 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평균 수명이 이미 80세를 넘어섰고, 조만간 초고령 사회 진입이 예견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이 소원 중 하나였던 것이 오래지 않은 일이건만 21세기 들어서는 오히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니다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세상사가 점점 더 각박해지다 보니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인생 후반부에 들어서는 분들의 행복도가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칼럼에서 소개하는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정신의학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신 이근후 박사의 저서인데 팔순을 앞두신 노학자가 본인의 경험담을 토대로 한 인생 철학과 지혜를 들려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잔잔한 감동을 많이 받았다. 필자도 올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되고 보니 인생 후반부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무슨 준비를 해야 할 지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작년에 <내가 알고 있는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이란 번역서가 있었다. 70세 이상 1,000명의 지혜를 모아 정리한 책이었는데 이 책은 이근후 박사판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이란 느낌이기도 했다.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를 접하고 후학을 가르치면서 쌓아온 인간에 깊은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정년 퇴직 이후 70대에 다시 사이버대학에 입학해서 76세에 수석 졸업하여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도 있다. 아직도 지치지 않는 열정을 간직하고 계신 모습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30년 넘게 네팔에 의료 봉사를 다닌 이야기, 40여년 동안 보육원 봉사를 해온 이야기, 그리고 지금도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 활동을 계속 하면서 노년을 위한 생애 준비 교육, 부모 교육, 청소년 성 상담 활동 등을 펼치고 계신 이야기들이 깊은 감동으로 전해졌다. 저자는 말한다.
인생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그래서 오늘을 귀하게 써야 한다고. 외롭다고 말하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어리석음에서 깨어나라고. 저자만큼이나 나도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있기에 지금부터라도 멋지게 나이들 계획을 세워보려 한다. 나이든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가 우리 말에 많이 있다.
늙은이, 노인, 노인장, 어른, 어르신 등이 그것이다. 누구라도 늙은이라고 불린다면 못마땅할 것이다. 다들 어르신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을까. 하지만 어르신은 단지 나이가 많이 들었다기 보다는 얼이 완숙하여 신 같이 밝게 된 사람들이 살아온 지혜를 아낌없이 나눠줄 수 있을 때 들어야 할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근후 박사님은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르신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나이가 들어가면서 늙은이나 노인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어른이 되고 어르신이 될 수 있도록 매순간 인생을 재미있고 신나게 살겠다고 다짐해본다. 노년을 어찌 보낼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강력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