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섭식 기능 회복을 위한 브레인트레이닝 [사진=게티이미지]
오늘의 나는 어제까지 먹어온 것의 총합이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세요.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습니다(Dis-moi ce que tu manges, je te dirai ce que tu es).” 1826년 프랑스의 미식가이자 사상가인 앙텔므 브리야-사바랭Brillat-Savarin이 남긴 이 문장은 영어권에서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격언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식습관에 관한 조언처럼 들리지만, 인간의 생리와 정신 전반을 꿰뚫는 통찰을 담고 있다.
우리는 매 끼니 먹는 음식으로 몸을 만들고, 그 몸의 상태를 바탕으로 뇌는 욕구, 감정, 주의집중, 의사결정을 수행한다. 결국 오늘의 나는 어제까지 먹어온 것의 총합이며, 내일의 나는 오늘 내가 무엇을 먹는가로 결정된다.
이렇게 중요한 먹는 문제를 생명 활동을 총괄하는 코디네이터인 ‘뇌’가 가만히 놓아둘 리 없다. 뇌는 정교한 대사 조절 시스템으로 이를 완벽히 통제한다. 콘트롤 타워는 시상하부(hypothalamus)이다. 시상하부는 포도당을 직접 감지하는 뉴런을 통해 혈당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아미노산, 지방산의 농도는 장과 지방조직, 췌장에서 분비되는 다양한 호르몬과 신경 신호를 통합하여 파악한다.
체내 에너지가 부족하면 위장에서부터 그렐린ghrelin을 분비해 음식을 섭취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에너지가 충분하면 지방세포에서 렙틴leptin을 분비해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전달한다.
또한 식사를 시작하면 위장과 소장으로 음식물이 내려오는데, 특히 지방과 단백질이 도착하면 소장(특히 십이지장)에서 콜레시스토키닌(CCK)이 분비되어 미주신경을 통해 뇌간과 시상하부로 전달된다. CCK는 식사 중에 포만감을 빠르게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단기 신호이다.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으로 알려진 인슐린 또한 섭식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식사를 통해 혈당이 상승하게 되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고, 이로 인해 포도당이 동화되어 혈당이 안정되면 에너지가 공급되었음을 시상하부가 감지하고 식욕이 자연스럽게 억제된다.
장내미생물 생태계가 뇌의 섭식 조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위장의 물리적 팽만도 섭식을 멈추게 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빠른 신호이다. 위가 늘어나면 미주신경이 활성화하고, 이 감각 정보가 뇌간을 거쳐 시상하부로 전달되어 섭식이 억제된다. 천천히 먹으면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느끼는 반면, 빠르게 먹으면 과식으로 이어지기 쉬운 이유가 바로 이 물리적 신호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뇌과학은 장내미생물 생태계(microbiome)가 뇌의 섭식 조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장내미생물은 식이섬유를 분해해 단쇄지방산(SCFA)을 만들고, 이는 미주신경과 혈류를 통해 시상하부에 전달되어 포만감을 증가시키거나 식욕을 조절한다.
특정 미생물은 GABA, 세로토닌 전구물질, 도파민 전구물질 등 신경전달물질과 유사한 신호를 생성해 뇌 기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장내미생물의 구성은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며, 건강한 미생물 생태계는 식욕 조절 신호를 정교하게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 모든 신호-그렐린, 렙틴, CCK, 인슐린, 위 팽만, 장내미생물-은 시상하부를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조절되며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비만과 대사 장애가 뇌건강을 해친다
인간의 뇌가 이처럼 정교하게 작용하는 섭식 조절 기능을 갖추고 있음에도, 현대 사회에서는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인류가 체중 조절에 실패해 뚱뚱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 인구는 1975년 이후 약 3배 증가했으며, 2022년 기준으로 성인 인구의 31퍼센트가 비만 또는 과체중에 해당한다. 특히 5~19세 소아·청소년 비만은 지난 40년간 8배 이상 증가해 가장 빠르게 상승하는 건강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 상황은 더욱 뚜렷하다. 질병관리청의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국내 성인 비만율은 39.1퍼센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남성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8퍼센트가 비만으로 분류된다. 청소년 비만율 역시 꾸준히 증가해 10년 새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비만과 함께 나타나는 대사증후군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4명 중 1명(약 25퍼센트)이 대사증후군 위험군에 해당하며, 복부비만·고지혈증·고혈압·공복혈당 상승 중 두 가지 이상을 동시에 보이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비만과 대사 장애가 단순한 체중 문제를 넘어 뇌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인슐린 저항성, 렙틴 저항성, 만성 염증 증가, 수면 장애, 스트레스 과부하 등은 모두 뇌의 섭식 조절 회로를 교란시키며 악순환을 만든다.
이러한 생리적 교란은 단순히 체중 증가로 끝나지 않고, 전전두엽·편도체·시상하부를 포함한 뇌 회로 전반의 균형을 무너뜨리면서 불안·우울·충동조절 장애·주의집중 저하·기분 변동성 증가와 같은 정신적 문제로도 이어진다. 실제로 최근 연구들은 대사 장애와 만성 염증 상태가 뇌의 보상회로와 감정조절 회로를 변화시켜, 식욕 조절뿐 아니라 정신건강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일관되게 보고하고 있다. [1] [2]
문제는 이러한 생리적‧정신적 혼란이 개인의 의지나 단순한 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의 식생활 환경 자체가 뇌의 조절 능력을 압도할 만큼 강력하다는 데 있다. 정제 탄수화물, 액상과당 음료, 고도로 가공된 밀가루 음식, 트랜스지방, 그리고 가공식품 산업이 개발한 이른바 ‘블리스 포인트bliss point(설탕·소금·지방의 최적 조합)’는 인간 뇌의 보상회로를 과도하게 자극해 도파민을 빠르게 분비시키며, 배고픔과 포만 신호를 왜곡한다.
이러한 음식들은 짧은 시간 강한 ‘쾌감’을 제공하지만, 곧이어 혈당을 급격히 떨어뜨려 다시 강렬한 갈망을 유도한다. 그 결과 뇌는 점차 자연식으로는 만족을 느끼기 어려운 상태로 변화하며, 섭식 조절 회로는 둔화된다.
뇌의 섭식 조절 기능을 교란하는 요인들
정제 탄수화물이 반복적으로 섭취되면 인슐린 분비량은 지속적으로 많아지고, 결국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뇌는 포만 신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 실제로 충분히 먹었음에도 계속해서 배고픔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과식과 폭식을 되풀이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렙틴 역시 마찬가지다. 지방세포가 증가하면서 렙틴은 많이 분비되지만, 지속적 과자극으로 인해 뇌는 신호에 둔감해진다. 이른바 렙틴 저항성 상태가 되면 ‘이제 충분하니 그만 먹으라’는 신호가 뇌에 도달하지 않아, 지방이 충분한 상태에서도 식욕이 줄지 않고 포만감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고도로 가공된 음식은 소장 호르몬의 정상적 분비도 방해한다. 특히 콜레시스토키닌(CCK)의 분비가 억제되면 식사 중 포만감이 약해지고, 식사량은 더욱 증가한다.
여기에 불규칙한 식사, 잦은 간식,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음식 광고 노출과 배달 서비스, 빠른 식사 문화,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하는 먹방과 결합된 무의식적 섭식 등은 뇌의 조절 회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 모든 요소는 결국 뇌가 원래 가지고 있던 섭식 조절 기능을 흐리게 만들고, 감각을 무디게 해 배고픔인지, 피곤함인지, 스트레스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렵게 한다.
다시 말해, 현대인은 본래의 생리적 조절 범위를 훨씬 초과하는 환경에서 매일 섭식을 결정하고 있다. 이러한 식생활 환경의 압도적 자극은 단순한 체중 문제를 넘어, 뇌와 몸의 균형이 무너지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며,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비만·대사질환·정신 건강 악화의 급증은 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섭식 기능 회복을 위한 브레인트레이닝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노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억지로 음식을 참아내는 의지가 아니라, 본래 뇌가 지닌 섭식 조절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했듯, 뇌는 ‘필요할 때 먹고, 필요 없으면 멈추는’ 체계를 완벽히 갖추고 있으며, 현대인의 섭식 문제는 대부분 이 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이지, 개인 의지의 부족 때문이 아니다.
감각이 흐려지면 배고픔과 갈망, 에너지 부족과 습관적인 공복감을 구분하기 어렵게 되고, 몸의 신호는 더 이상 행동으로 반영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이 과정의 핵심은 감각을 되살리고 원래 지닌 조절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환경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이는 저하된 뇌 기능을 되살리는 브레인트레이닝으로 볼 수 있다. 그 구체적인 전략과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본다.
첫째, 섭식을 조절하는 감각을 되살리는 훈련이 필요하다.
먼저 시도해야 하는 것은 정제 탄수화물, 액상과당이 포함된 음료, 고도로 가공된 밀가루 음식, 트랜스지방을 의식적으로 줄이고, 되도록 자연 그대로의 음식으로 식단을 전환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일상 음식이 이에 해당하여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단 3일에서 7일 정도만 집중적으로 식단을 조절해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나타난다.
식후 졸음이 줄고, 갑작스러운 폭발적 허기가 완화되며, 머리가 맑아지고, 긍정적 정서 속에 에너지의 기복이 잦아든다. 이는 감각이 되살아나는 초기 신호이며, 뇌가 만성적인 과잉 반응에서 벗어나 다시 미세한 신호를 구별할 수 있는 상태로 회복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어느 정도 식단이 정제되면 그다음 단계는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는 과정이다. 식사 전에 30초 동안 복부의 내부감각을 관찰하거나, 음식을 씹는 속도를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위-장-뇌 사이의 신호 체계가 기능을 회복하게 된다. 천천히 먹기, 식사 중 잠시 멈춤, 스마트폰 없이 먹기, 식후 찾아오는 미세한 포만감 감지 등은 모두 감각 회복 훈련의 핵심 요소이다. 실제로 연구에서도 이러한 단순한 주의 기반 섭식(MB-EAT)이 비만과 폭식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3]
둘째, 인슐린 조절을 뇌 중심 식사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인슐린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사 호르몬이며, 인슐린의 급상승을 막는 것이 뇌 조절 기능 회복의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지방을 먼저 섭취하고, 간식을 없애는 것이다. 건강한 지방을 활용하여 혈당 변동을 줄이는 식단 또한 크게 도움이 된다. 여기에 간헐적 단식을 더 하면 효과는 더욱 선명해진다.
일정 시간 동안 음식 섭취를 멈추는 간헐적 단식은 인슐린 대사가 휴식할 시간을 만들어주어, 만성적인 인슐린 과다 상태를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하루 12~14시간의 가벼운 공복만으로도 인슐린 감수성이 높아지고, 그렐린·렙틴·CCK와 같은 식욕 신호의 민감도도 회복되기 시작한다. 이는 뇌가 다시 자연적 섭식 리듬을 감지하고 반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셋째, 장내미생물 생태계(microbiome)를 정상화하는 식단 편성이 필요하다.
장내미생물 생태계는 우리가 먹는 것에 따라 매우 빠르게 변화하며, 이는 곧바로 포만감, 혈당 조절, 염증 수준, 심지어 기분 상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콩·견과류·발효식품, 자연 그대로의 음식, 최소한으로 가공된 식재료는 미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단쇄지방산(SCFA) 생성을 증가시켜 뇌의 식사 조절 회로를 안정시킨다.
반대로 트랜스지방, 고당도 식품, 과도한 정제 탄수화물은 미생물 다양성을 떨어뜨리고 염증을 증가시켜 조절 능력을 무너뜨린다. 장내미생물 생태계의 회복은 브레인 다이어트의 핵심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뇌의 회복력을 높이는 환경을 조성한다.
인간의 뇌는 환경에 드라마틱하게 적응하지만, 동시에 환경을 디자인할 수 있기도 하다. 손 닿는 곳에 놓인 음식, 집안의 간식 배치, 식사 그릇의 크기, 조명, 먹방·광고 노출, 늦은 밤 스마트폰 사용 등은 모두 섭식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좌우한다. 음식을 보이지 않는 곳에 두기, 식사를 한 공간에서만 하기, 자기 전 섭취 금지, 집안 간식 제로화, 주 1회 식사 루틴 정비 등 환경적 개입은 의지에 의존하지 않고도 뇌의 조절 기능 회복을 돕는 가장 강력한 전략이다.
다섯째, 기록 기반의 인지적 개입이다. [4]
몸의 감각을 바로 느끼기 어려울 때 ‘기록’을 통해 누적된 변화를 살펴보며 음식이 몸에 미치는 변화를 감지하는 감각을 키워갈 수 있다. 무엇을 먹었는지, 언제 먹었는지, 먹기 전·후 기분이 어땠는지, 포만감은 어느 정도였는지, 폭식을 유발한 상황은 무엇이었는지를 기록하면 뇌는 행동과 감각 사이의 연결을 다시 학습한다.
단순히 적게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몸이 실제로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알아차리는 훈련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록 기반의 자기 관찰은 전전두엽의 조절 기능을 강화해 폭식·습관적 섭식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가장 확실한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면과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그렐린이 증가하고 렙틴이 감소해 식욕이 쉽게 폭주하며, 전전두엽의 충동 조절 능력도 떨어져 과식을 반복하게 된다. 운동 또한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고 염증을 줄이며 장내미생물 환경을 개선해 뇌의 대사 안정성을 강화한다. 수면과 운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건강의 두 축이다. 이는 뇌건강을 지키는 섭식 전략에서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결국 ‘브레인 다이어트’는 억지로 음식을 참거나, 몸에 좋은 특정 음식만 먹는 섭식이 아니라, 본래 뇌가 가지고 있는 섭식 조절 능력을 회복하는 브레인트레이닝이다. 섭식을 조절하는 감각을 회복하여 자연스럽게 ‘뇌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식’으로 먹는 것은 내 뇌의 주인으로서 삶을 주도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기도 하다.
.jpg&filepath=Insight)
글_노형철
사단법인 브레인트레이너협회 상임이사, 사무국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대학 겸임교수.
유튜브 채널 ‘브레인트레이너 노형철’
참고문헌
[1] Chan, K. L., Cathomas, F., & Russo, S. J. (2019). Central and peripheral inflammation link metabolic syndrome and major depressive disorder. Physiology, 34(2), 123-133.
[2] Chourpiliadis, C., Zeng, Y., Lovik, A., Wei, D., Valdimarsdóttir, U., Song, H., ... & Fang, F. (2024). Metabolic profile and long-term risk of depression, anxiety, and stress-related disorders. JAMA network Open, 7(4), e244525-e244525.
[3] Minari, T. P., Araújo-Filho, G. M. D., Tácito, L. H. B., Yugar, L. B. T., Rubio, T. D. A., Pires, A. C., ... & Moreno, H. (2024). Effects of mindful eating in patients with obesity and binge eating disorder. Nutrients, 16(6), 884.
[4] 브레인트레이너의 경우 ‘브레인트레이너 다이어리(BTD)’를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