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경영과 삼균주의, 그리고 우리 시대의 질문

지구경영과 삼균주의, 그리고 우리 시대의 질문

브레인 인문학

▲ Image by Ben Kerckx from Pixabay

올해 국제뇌교육협회가 글로벌사이버대학교와 함께 개설한 지구경영 융합전공의 첫 전공필수과목인 '지구경영 이해' 수업이 어느덧 종강을 앞두고 있다. 사이버 강의의 특성을 넘어, 이 과목은 세 차례에 걸쳐 화상으로 실시간 토론 수업을 진행하며 수강생들과 깊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 변화를 이끌어갈 리더에게 소통 능력은 필수적인 역량이라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구경영학'의 첫 단추를 꿰는 과목으로서 수강생들이 이 새로운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 반응이 무척 궁금했다.

이미 10년 가까이 운영되어 온 글로벌사이버대학교의 시그니처 교양 필수 과목인 '지구경영으로의 초대' 과목 덕분에, '지구경영'이라는 단어는 이제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재학생들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되었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와 무관하게 지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를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로 공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지난 10년간 지구 온난화는 한반도의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로 현실화 되었고,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지구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우리 피부로 절감하게 했다. 그리고 이 과목이 마무리될 무렵 '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고도 전했다.

‘지구경영으로의 초대’ 다음으로 듣게 되는 '지구경영 이해' 수업은 환경 문제가 아닌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에서 출발한다. 지구 온난화와 더불어, 사회경제적 불평등 역시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위기 수준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 지구적 문제를 자신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기 위해서는, 먹고사는 경제적 불평등이 당연시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마음을 모으기가 어렵다. 결국 개인이나 국가의 이해관계를 넘어 지구를 중심 가치로 삼고 공생의 길을 찾고 실천하려면, 사회경제적으로 균등한 사회가 토대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수업에서 우리는 홍익인간 이념을 "세상을 균등하게 다스리라"는 명제로 해석했던 조소앙 선생의 삼균주의를 깊이 있게 다룬다. 홍익철학을 단지 고대 한민족 건국 이념의 박제된 내용쯤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발전해 온 살아있는 철학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한계를 모두 경험했던 조소앙 선생이 삼균주의를 통해 꿈꾸었던 '균등'한 국가가 21세기 오늘날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 우리는 기본소득제, 의대 정원 증원 문제, 기후위기와 세대 간 불평등 문제 등 구체적인 현실 사례들을 통해 고민해 보는 시간도 갖는다.

요즘은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삼균주의가 포함되어 있지만, 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나의 세대에게는 생소한 내용이었다. 더욱이 뇌교육, 브레인트레이닝, 명상치료, 방송연예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융합전공으로 삼균주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들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내용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균등 실현을 위한 제도를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 그리고 20세기 초 사상임에도 불구하고 21세기만큼 진보적이었다는 점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 학생은 "그냥 과거에 만들어졌던 것이라고 끝낼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 우리가 좀 더 많이 자세히 알고 공부해서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라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수업 참가자들은 이미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정치, 경제, 교육 등 포괄적인 균등을 지향했던 이상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청사진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깊이 감동했다. 일제강점기라는 혹독한 시기에도 자국의 이익을 넘어 세계 평화를 추구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노력 속에서 '지구경영'의 뿌리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는 한민족의 홍익철학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데 영감을 주고 창조적으로 해석되고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열띤 토론 속에서 삼균주의에 대한 학생들의 다채로운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한 학생은 삼균주의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과 경제적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이러한 가치들이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삼균주의를 배우면서 그 소중함을 절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AI 시대로 접어들며 일자리를 잃고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워진 현대인들에게 경제적 안정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하는 데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문제이며, 삼균주의가 담고 있는 '균등'의 개념이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생은 삼균주의 학습을 통해 '지구경영'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구경영이 단순히 환경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구라는 공동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임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경영의 핵심이 인간과 자연의 조화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공생에도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지적이다.

가장 뜨거운 토론이 벌어진 주제는 역시 '균등'의 현실 가능성이었다.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유토피아에서도 진정한 평등은 어려운 것 같다. 그 이유는 결국 인간의 욕심 때문이며, 각자가 더 위에 서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불평등이 만들어지고 서로 공존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 현실 가능하지 않은 이념인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한 학생도 있었다.

어쩌면 바로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지구경영학을 통해 깊이 파고들어야 할 핵심 질문 중 하나일 것이다. 과연 제도적인 장치로만 충분할까? 우리 개개인의 의식 속에서 어떤 변화가 선행되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다른 학생은 이렇게 덧붙였다. 최근 경북 지역의 산불 재해 피해 주민들에게 일괄적으로 지원금을 주겠다는 도지사의 발언에 대해 좌우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했던 상황을 예로 들며,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건전한 민주주의 공론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려면, 정치인들부터 대립보다는 '큰 대의'를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야 그러한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학생은 삼균주의의 '균등'은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한 평등이어야 하며, 그 근본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누구에게나 이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밝은 마음, '양심'이 있음을 믿었기에 삼균주의와 같은 사상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기본소득제와 같은 제도 역시 이러한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 위에서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이며,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선한 본성을 제대로 보고 깨우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바람을 표현했다.

'지구경영 이해' 첫 번째 토론 수업은 '지구경영'이라는 자칫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주제에 대해 누구나 깊이 공감하고 자신의 삶과 연결하여 성찰할 수 있음을 보여준 매우 긍정적인 시작이었다. 한 학기를 모두 마친 학생들과의 대화는 다음 호에 소개한다.

글. 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지구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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