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생의 언어

[칼럼] 장생의 언어

초고령 시대를 건강하게, ‘긍정적인 자기대화’

강의를 하다 보면 치매를 앓고 계신 부모님을 돌본 경험이 있거나 현재 돌보고 계신 분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는 전체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이며, 이들 중 약 10%가 치매를 앓고 있다. 이를 수치로 환산하면, 국민 50명 중 10명이 65세 이상이고, 그 중 1명이 치매환자인 셈이다. 결국, 국민 5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라는 사실은 환자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 전체에도 중대한 문제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2023년 데이터), 건강수명은 65.7세 정도(2022년 데이터)로, 평균적으로 생애 후반 17~18년동안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기간을 줄이고 기대수명을 건강수명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장생의 요건을 잘 이해하고 이를 삶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습관, 신체활동, 사회활동, 식생활, 스트레스 관리 등 여러 요소들 중 오늘은 특히 언어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말의 사용은, 자신과의 대화 (자기대화, Self-talk)와 타인과의 대화가 있다. 자기대화는 스스로와 나누는 내부적인 대화로, 머릿속으로 생각하거나 혼잣말을 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자기대화는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는 할 수 있어”, “실수는 성장의 과정이야. 힘내자.” 와 같이 자신을 격려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자기대화가 있는 반면, “나는 부족해”,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와 같이 과도하게 자기 비판적이며 파괴적인 자기대화도 존재할 수 있다. 

자기 비판이 심하고 비관적인 사고와 연결된 부정적인 자기대화는, 자아존중감을 저하시킬 뿐만아니라, 우울감, 불안장애, 강박장애, 섭식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Nolen-Hoeksema et al., 2008; Beck, 1976; Clark & Purdon, 1995; Stice, 2002). 

초고령사회에서 중요한 정신 건강 이슈로 떠오르는 알츠하이머병과 반복적인 부정적 사고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반복적인 부정적 생각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 및 타우 단백질 축적과 관련이 있으며, 전반적인 인지기능과 기억력을 저하시킨다 (Marchant 2020). 즉, 지속적이고 부정적인 자기 대화 – 특히 자기 비판적이거나 반복적인 부정적 사고- 는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긍정적인 사고, 긍정적 자기대화는 연습을 통해 충분히 익힐 수 있다. “감사합니다” 와 같은 긍정적인 표현을 마음속으로 떠올려 보고, 직접 입으로 말해보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환경에서 감사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서 문장으로 표현하는 연습은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정신 건강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부정적인 자기대화로 인해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코르티솔 호르몬 분비가 촉진되며, 이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다양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코르티솔 과다분비는 기억력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에 손상을 줄 수 있고 (Lupien 2009), 면역기능을 약화시켜 만성염증을 촉진, 결국 심혈관 질환 및 대사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Rozanski 1999). 또한, 통증민감도를 증가시켜 신체적 불편감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Linton 2011). 

반대로, 훈련을 통해 감사를 느끼고 표현하는 긍정적 자기 대화를 늘리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며 신체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긍정적인 자기 대화는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보호자의 번아웃을 예방하고 정신 건강을 개선하며, 궁극적으로는 미래의 치매 발병을 포함한 질병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언어의 힘은 매우 크다.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생각하고, 말하고, 자주 사용하면, 뇌에 깊이 자리 잡은 부정적인 사고 패턴이 변화할 수 있다. 마치 지각변동이 일어나듯이, 부정적인 사고 구조가 깨지고 뇌는 점차 긍정적이고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하게 된다. 

뇌는 사용하지 않는 신경 네트워크를 점차 제거하고 자주 사용하는 회로는 강화시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사고를 강화하고, 부정적인 사고를 사용하지 않으면, 기존의 부정적인 사고 회로는 점차 사라지게 된다. 

또한, 뇌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는 성향을 가진다. 매일 “감사합니다”라고말하는 훈련을 한다고 가정하면, 뇌에서는 “왜?”, “무엇이?”라고 질문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삶의 사소한 순간들까지도 감사할 이유로 인식되며, 결국 자신의 삶 전체가 커다란 감사로 가득 찬다는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뇌가소성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수 있으며,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같아지는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글_
양현정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교수

분자신경과학분야를 전공하였고, 현재 명상과 같은 심신중재가 정신-신경-내분비계에 미치는 영향과 기전 규명에 대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도쿄공업대학(현 도쿄과학대학) 학/석/박사,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학과장으로 있다.

참고문헌

Beck, A. T. (1976). Cognitive therapy and the emotional disorders. New York: International Universities Press.

Clark, D. A., & Purdon, C. (1995). The assessment of unwanted intrusive thoughts: A review and critique of the literature. 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 33(8), 967-76.

Lupien S.J., et al. (2009) “Effects of stress throughout the lifespan on the brain, behaviour and cognition” Nature Reviews Neuroscience 10:434–445.

Marchant, N. L., et al. (2020). “Repetitive negative thinking is associated with amyloid, tau, and cognitive decline.” Alzheimer’s & Dementia 16(7):1054-1064

Nolen-Hoeksema, S., Wisco, B. E., & Lyubomirsky, S. (2008). Rethinking rumination.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3(5), 400-424.

Stice, E. (2002). Risk and maintenance factors for eating pathology: A meta-analytic review. Psychological Bulletin, 128(5), 82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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