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13편] 심리적 무능화로써 무기력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13편] 심리적 무능화로써 무기력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코로나 시기의 길어짐으로 인한 파장일 수도 있겠지만 무기력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무기력의 사전적 정의는 어떠한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기운과 힘이 없는 상태로 어떤 일에 대한 자발적 시도나 적극적 행동이 미흡함을 뜻한다고 한다. 이렇듯 무기력을 떠올리면 의욕이 없는 모습, 사소한 행동을 하기에도 어려움을 겪는 부진한 상태가 연상된다. 

무기력에 관한 연구는 1976년 미국의 심리학자 Seligman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Seligman는 무기력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스스로 처지를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상태라고 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Illich(2009)는 경쟁적이고 성과 지향적인 사회 분위기가 인간을 소외시키고 나아가 무기력하게 만드는데, 이를 사회 문화적 구조에서 비롯한 ‘심리적 무능화’라고 하였다. 


# 무기력의 또 다른 면

무기력 증상이 주어진 일에 귀찮아하는 모습, 아무것도 하기 싫은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겠지만 그 반대의 모습으로도 보여질 수 있다. 즉, 분주하고 지나치게 바빠 보이는 상태, 또 실체를 들여다보면 실속보다 무언가 산만한 그런 행동 안에 무기력이 있다는 것이다.

학기 중 보다 방학에 더 많은 일정을 잡아 배우고, 이것저것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 몸이 아프거나, 휴직 기간에도 이대로 괜찮을지 불안한 마음에 초조해하는 직장인들이 있다. 

그리고 무언가 조사하는 일을 멈추지 못하는 모습과 일하면서 다른 무언가를 찾는 모습도 보인다. 늘 몸과 마음은 긴장 상태인데 무기력함을 호소한다. 이 무기력은 어디서 만들어지는 것일지 고심하게 된다.


# 무능감과 무기력감

쏟아지는 정보, 열려있는 정보, 원하는 정보에 쉽게 접근 가능한 현재 사회는 오히려 자기를 부족한 인간으로 느껴지게 하고 끊임없이 다그치게 만드는 요인이라 생각이 든다. 그래서 바쁘게 움직이며 일상을 살고 있지만 내가 하지 못하는 것에 집중해 스스로 자꾸 무능하게 여기게 되는 것 같다. 

내 안에 담을 수 있는 그릇은 한계가 있다. 정리하지 않으면서 담기만 하고, 집어넣고, 지속적으로 외부 것에 시선이 향해있다면, 그릇 안은 어떤 모습일까? 엉망일 것이다. 

내 주위의 누군가와 견주어 부족하게 느끼고 그래서 불만족스럽고,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라면, 그것으로 힘들다면, 나의 그릇을 점검해 볼 일이다. 왜냐하면 무기력은 우울증, 자살, 등 다른 질환의 문제로 이어질 만큼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Minirth는 무기력한 사람은 정서적 피로를 느끼고 유능감이 낮아져 일의 성취도가 떨어지고 점점 무기력해진다고 하였다. 


# 유능감 회복 미술치료
 

▲ 나의 다짐, 긍정단어 예시

심리적 무능감에서 오는 무기력 증상은 자신의 유능감 관리에서 회복이 시작된다. 평가 기준을 자기 자신에 두고 남보다 내가 잘하는 것, 내가 가진 것,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 그것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위의 ‘To 나에게’는 무기력에서 극복하려는 내담자의 글로 예시에서 선택한 긍정언어를 사용하여 나에게 쓴 것이다. 그 내용을 읽고 분홍색을 골라 꾸미는 활동을 하였는데 여러 번 읽다 보니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게 된다고 하였다. 생성된 긍정적 감정은 무기력했던 에너지를 활력 에너지로 변화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동기유발이 되었다.

▲ 긍정감정언어, 부정감정언어, 긍정감정언어Human & Mao(2002). Positive and negative emotional verbal stimuli elicit activity in the left amygdala

위 사진은 감정적 반응에 관여하는 편도체 영역이 긍정, 부정의 감정 언어 자극에 의해 좌측 편도체가 활성화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특히 긍정 감정 언어 자극에서는 쾌감과 보상에 관련된 뇌 영역이 추가로 활성화됨을 보여주고 있다. 긍정의 단어 자극으로도 뇌는 영향을 받아 긍정 감정이 생성됨을 뇌 영상을 통해 증명하였다. 

무기력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생겨나고 그 원인에 의해 여러 갈래의 증상이 수반된다. 따라서 접근방법에 차이가 있지만, 미술치료를 통해 알 수 있는 공통점은 관심을 내 안으로 갖고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는 활동들이 내담자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나는 왜 이것이 안되지? 보다는 나는 어떻게 이것을 해냈지? 생각이 무능감에서 나를 재빨리 감싸줄 수 있는 것 같다. 

일상이 무기력하여 에너지를 끌어 올리고 싶다면, 나에게 필요한 긍정단어나 이미지를 선택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내 안에서 생성되는 뿌듯함을 느껴볼 수 있고 그 글을 보면서 긍정에너지 유지에 도움을 받게 될 것임으로 꼭 시도해보기를 추천해본다.

글. 어수경 

임상미술치료학 박사, 미술치료수련전문가로 EO심리상담교육개발원 대표이다. 한국융합예술심리상담학회 상임이사, 학술위원을 맡고 있고, 서울대, 경희대, 차의과학대 출강 중이며, 공동저서로 『컬러플마인드 미술치료워크북』, 『아동상담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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