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휴가기간이 몰리면서 이미 머릿속은 휴가계획으로 가득 차 있다. 산이나 바다 등 어디로 갈지 휴가지 물색에, 무엇을 먹을지 어떤 옷을 입을지 몸은 아직 이곳에 있지만 뇌는 이미 휴가지에 먼저 가버렸다.
직장인에게는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듯한 달콤한 휴식인 여름휴가를 잘 보낼수록 1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대학의 나비진(Nawjin) 교수 연구팀이 ‘휴가 효과’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지난 2010년 발표했다. 나비진 교수 연구팀은 과연 휴가를 떠난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감을 느끼는지, 휴가가 사람들의 행복감을 증대시키는지, 만일 그렇다면 이 효과는 얼마나 오래 가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휴가기간이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과 휴가지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등이었다.
연구 참여자 1,530명 중 974명은 조사 기간 중 휴가를 다녀왔다. 그 결과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휴가를 통해 가장 많이 행복감을 느끼는 때는 휴가를 다녀온 후가 아니라 오히려 휴가를 떠나기 전이라는 것이다. 즉 휴가를 준비할 때의 행복지수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휴가를 다녀온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휴가를 가지 않고 남아있던 사람들과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휴가가 끝남과 동시에 금세 직장과 일상생활로 돌아오면서 ‘휴가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단, 편안하게 쉬는 휴가를 즐기고 온 사람들은 조금 달랐는데, 이런 때에는 휴가를 다녀온 후에도 약 2주 동안 높은 수준의 행복감이 지속됐다. 그러다가 8주가 지나면서 휴가를 통해 느꼈던 행복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나비진 교수는 긴 여행을 가기보다는 짧게 자주 여행을 떠날 것을 권하며, “한 번에 2주 동안 떠나는 장기간 여행보다는 오히려 일주일씩 두 번에 나눠서 가는 단기간 여행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휴가지에서는 가급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다녀오는 것이 휴가 후유증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비진 교수의 연구 외에도 많은 연구 자료에서 하던 일을 놓고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해주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한다. 휴가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런 연구결과들은 단 며칠만이라도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마음속 열망을 드러내도록 하지만 우리가 왜 자연적으로 휴식을 갈망하는지, 휴식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건강에 어떤 심각한 영향을 미칠지를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 신체 활동과 감정의 균형이 필요한다. 만약 너무 한쪽으로 기울게 되면 건강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정신건강은 적당한 여가 생활을 바탕으로 이뤄지며 연구원들은 휴식을 많이 취하는 사람일수록 활동을 할 때 훨씬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혈압이 낮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하며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는데도 휴가가 영향을 미치며 숙면까지 취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여름휴가는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서
여름휴가는 주로 두 가지 효과가 있다. 하나는 스트레스의 원인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행지에서 좋은 자극을 많이 받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일상의 잡무나 스트레스는 자연히 머리에서 사라지게 된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그리고 멀리 여행을 가면, 시간상으로 그리고 물리적으로 스트레스의 원인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므로 자연히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휴가를 갈 때는 전혀 다른 환경으로 가서 새로운 자극을 받도록 한다. 즐거움과 기쁨 등의 감정도 여행으로 더욱 풍부해진다. 아름다운 정경이나 인상적인 것을 기억하고자 할 때는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도 많은 자극을 받는다.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좋은 자극을 받고 돌아와서 새로운 비즈니스나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여행으로 뇌 전체가 자극을 받아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경우라고 본다. 이렇게 여행은 동기를 유발하는 데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준다.
휴가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만족도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휴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면 당신은 업무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야 한다.
글. 전은경 기자 / hspmaker@gmail.com
사진. 여행박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