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뇌기반 올림피아드인 국제브레인HSP올림피아드(이하 IHSPO)가 올해로 4회를 앞두고 있다. IHSPO는 뇌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두뇌개발과 활용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창설되었다는 점에서 지식기반 올림피아드와 다르다. IHSPO가 왜 만들어졌고 어떤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는지, 어떤 종목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떠한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IHSPO의 모든 것을 살펴보자.
지식이 아니라 뇌의 통합적 기능을 겨룬다
IHSPO는 지난해 3회 대회 본선을 뉴욕 엘렌빌에서 개최한 것에 이어 금년에는 UN본부에서 본선을 치를 만큼 해마다 외형과 질적인 면에서 급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IHSPO는 아직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대회는 아니다.
수학이나 물리 같은 쉽게 알 수 있는 과목 중심이 아니라 뇌의 기능을 겨룬다는 것이 생소하기 때문이다. IHSPO는 어느 한 분야의 지식을 평가하는 국제올림피아드가 아닌 통합적인 뇌활용과 두뇌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뇌 개발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과 중요성을 알리고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인재상을 제시하고자 만들어진 특별한 대회다.
IHSPO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예를 들어 수학 올림피아드에 입상한 사람이 국어까지 잘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기초적인 학습 능력에서 우수하고 해당 과목에 사용하는 두뇌의 능력이 개발된다고 해서 다른 능력도 함께 좋아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IHSPO는 보다 근본적으로 몸과 뇌, 정신과 육체의 다양한 실천과 훈련을 통해 뇌의 잠재성을 깨우고 총체적으로 뇌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겨룬다는 점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영재는 뇌를 잘 쓰는 사람
흔히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을 영재라고 하고 각종 올림피아드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는 사람도 해당하는 기능에 따라 수학영재, 물리영재 등등 부른다.
그러나 다중 지능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지적인 능력은 언어지능과 논리·수리 지능 외에도 음악 지능, 공간 지능, 운동감각 지능, 개인지각 지능, 대인관계 지능, 자연관찰 지능, 실존 지능 등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어느 한 부분보다는 전체의 조화와 균형, 실제적인 활용과 그 방향성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오히려 뇌를 잘 쓰는 기준이 된다.
뇌의 핵심적인 기능은 내외부의 여러 정보들을 종합하여 처리하는 데 있다. 이러한 정보들의 종합 능력은 기능적인 차이들이 있는 여러 개의 두뇌회로 모듈이 경쟁적으로 협력하며 이루어지는 것이다. 추상화와 단순화에 의해 나눈다 하더라도 어떤 분야, 어떤 한 기능만 독립적으로 떼어놓고 생각한다는 것은 오히려 뇌의 메커니즘과 차이가 난다.
감정과 이성만 보아도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독립된 것이 아니라 경쟁하고 상호보완하는 관계에 가깝다. 결국 지적 능력 중 어떤 부분이 뛰어나다고 해서 뇌를 잘 쓴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인 두뇌 활용 능력이 뛰어난 것이 뇌를 잘 쓰는 것이다.
뇌의 시대에 맞는 인재가 필요하다
이러한 지능의 특성과 함께 현대사회가 바라는 인재상도 어느 특정한 분야의 전문 기술만을 갖춘 인재가 아니다. 과거에는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는 게 중요했지만 정보화시대에서는 고객, 동료, 사회 전체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정보를 조직화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필수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하나같이 원하고 있는 것은 언어를 넘어선 커뮤니케이션 능력, 혼자가 아닌 팀을 이루어 작업할 수 있는 긍정적인 인성, 모든 영역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노력, 주어진 일을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해결하는 창의성이다. 전문 능력에 있어서도 당장의 지식보다는 잠재성과 적응력, 발전성이 더 큰 평가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흐름 속에 정작 교육은 오히려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모든 사람의 뇌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성을 개발하기보다 특정 기능과 지식만을 강조해 뇌에 대한 잘못된 관점만을 만들어내고 있는 현재의 교육에서 뇌의 시대에 맞는 인재가 제대로 길러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뇌의 시대(Century of the brain)인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교육의 관점, 통합된 뇌의 기능을 일깨운 인재들이 필요한 것이다.
지식기반형 올림피아드와 입시 열풍
현재 지식기반형 올림피아드의 대부분은 과학 계열 올림피아드이다. 1959년 처음 출발한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를 시작으로 물리·화학·정보·생물·철학·천문학·지리·언어학·지구과학·로봇 올림피아드 등이 열리고 있다. 올림피아드는 과학 분야를 비롯한 각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고 각국의 교육 시스템을 비교해 보다 나은 교육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는 수학에서 3위를 차지하는 등 참가자들 전체 순위에서도 상위권이고 물리·화학·생물에서는 개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영재 교육이나 교육 시스템의 향상보다는 특목고나 대학 입시에서 특기자 전형 지원 자격을 얻거나 가산점 혜택을 받으려는 입시 열풍의 영향이 크다.
중국이나 러시아, 베트남과 같이 국가의 지원이 많거나 올림피아드가 입시에 반영되는 나라가 비교적 성적이 좋다. 두뇌의 활용 능력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는 지식 기반형 올림피아드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글·김성진 daniyak@brainmeia.co.kr | 사진 김명순·김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