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뇌질환연구센터 진병관 박사

아주대 뇌질환연구센터 진병관 박사

마이크로글리아 활성화가 파킨슨병 원인

뇌2003년2-3월호
2013년 01월 09일 (수)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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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던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와 영화 <백투더 퓨처>의 히로인 마이클 제이 폭스가 앓고 있다고 발표해 알려진 파킨슨 병. 심해지면 몸을 움직일 수도 말을 하기도 곤란한 병이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국내에서 이 파킨슨병의 원인에 대한 획기적인 연구결과가 나와 의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진병관 교수(아주대 뇌질환 연구센터) 팀의 이번 성과는 파킨슨병의 예방과 새로운 치료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 우리나라에도 파킨슨병 환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처럼 흔한 병이 되어 가고 있는데, 파킨슨병이란 정확하게 어떤 병인가요.


“우리 뇌에서 중뇌는 운동이나 움직임을 담당합니다. 파킨슨 병은 바로 중뇌에 위치한 흑질 도파민을 공급하는 신경세포가 죽으면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정확히 이야기해서 중뇌에 있는 흑질의 신경세포는 뇌의 기저핵과 연결되어 있는데 이 기저핵은 뇌의 운동피질을 조절하여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합니다.

이때 기저핵이 운동피질, 즉 근육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바로 도파민입니다. 그런데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죽으면서 도파민이 부족해짐에 따라 운동기능 장애를 초래하는 것이 파킨슨 병입니다.



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부족이 파킨슨병 원인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은 전신 위약감이나 피로감, 권태감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럴 때는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또 진단을 내리기도 힘듭니다. 병이 더 진전되면 손이 떨리고, 말할 때 발음하기가 어렵고 보행이나 자리에 앉거나 일어서기가 힘들게 됩니다. 환자들은 마치 온몸을 밧줄로 꽁꽁 묶어 놓은 것 같다는 고통을 호소합니다.


환자가 괴로운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환자 스스로 병에 걸렸음을 자각하지 못하는 치매와 달리 파킨슨병은 점점 자신의 몸이 굳어져가고 있음을 또렷하게 인지하게 되어 환자들이 비참함과 좌절감에 빠지거나 우울증에 걸리기도 합니다.  또한 파킨슨 병은 아주 서서히 진행되는 퇴행성 질환으로 대부분의 환자가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되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파킨슨병으로 판명이 날 때는 이미 흑색질의 신경세포가 80% 이상 파괴된 이후입니다. 증상이 나타날 때면 도파민을 전달하는 신경세포는 이미 사멸했다는 말입니다.”




환자들, 온몸을 꽁꽁 묶어놓은 것 같다는 고통 호소


> 파킨슨병에 대한 치료법이 나와 있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파킨슨병은 치매나 다른 뇌질환에 비해 치료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편입니다. 흰쥐 뿐 아니라 인간과 비슷한 영장류를 대상으로 동물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동물의 뇌에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즉 도파민 신경세포를 죽이는 물질을 주입시킵니다.

그러면 도파민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파킨슨병에 걸린 인간의 뇌와 비슷하게 되죠. 이렇게 동물모델을 통한 연구가 가능하여 일찍이 도파민을 보충해주는 치료방법을 중심으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도파민을 만드는 엘도파를 환자에게 먹였더니 몸을 떨던 사람이 정상이 되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고 당시 파킨슨병은 정복되었다고 떠들썩했습니다. 그런데 계속적인 임상 실험 결과 엘도파를 복용한 환자들의 병세가 더욱 악화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었고 아직까지도 정확한 원인은 알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미국 코넬대 의대에서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법을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바이러스를 사용할 때 해가 없다고 1억명 가운데 한 명이라고 해도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어서 2,3년 하다가 중지했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것이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입니다. 최근 많은 성과들이 나오고 있죠. 연구결과들이 획기적이기는 하나 현재까지 나온 결과는 흰쥐 등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실제로 사람에게 시술을 한 경우에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가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 교수님은 도파민을 채우는 치료법이 아니라 도파민 세포가 죽는 원인을 규명하셨습니다.



“모든 병도 마찬가지이지만, 예방이 가장 좋은 일입니다. 파킨슨병도 도파민을 공급하는 흑질의 신경세포가 죽는 원인을 찾아낸다면 예방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거죠. 도파민을 채워 당장 증상을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남아 있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지 않는 방법도 함께 병행된다면 환자에게 더없이 좋은 일이죠. 그래서 신경세포가 아닌, 신경교세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신경교세포는 그 수가 신경세포에 비해 많은 편으로 신경세포를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데 정확한 기능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신경교세포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가 연구한 것은 ‘마이크로글리아 microglia’라고 하는 소신경교세포입니다.”



> 신경교세포인 마이크로글리아가 이번 연구 성과의 키워드인가요.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를 봤더니, 흑질에서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어갈 때 마이크로글리아가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으면서 마이크로글리아가 활성화된 것인지 아니면 마이크로글리아가 활성화하면서 도파민 신경세포를 죽인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도파민 신경세포 죽이는 마이크로글리아 발견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연구팀과 함께 한 진병관 교수


그런데 마이크로글리아를 활성화시키는 트롬빈을 흰쥐에 투여한 결과 마이크로글리아가 활성화되면서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활성화된 마이크로글리아를 조사해보니 신경세포를 죽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독성물질을 발생시키고 있었습니다. 흰쥐의 뇌에 이 독성물질을 파괴하는 물질을 주입했더니 도파민 신경세포가 일부 살아났습니다. 마이크로글리아를 활성화시켜서 거기서 나온 독성물질이 도파민 신경세포를 죽였다는 것이 밝혀진거죠.”



> 마이크로글리아가 활성화되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요.


“마이크로글리아는 정상적인 상태에는 몸에 도움이 되는 좋은 역할을 하는데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뇌에 상처나 충격을 받으면 마이크로글리아가 활성화되는데 아직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이크로글리아를 활성화시키는 물질이 있습니다. 바로 이번 동물실험에서 흰쥐에게 투여한 트롬빈입니다.

이 트롬빈은 사람의 혈액응고에 관여하고 혈액 내에 존재합니다. 따라서 뇌손상 시에 다량의 트롬빈이 뇌로 흘러들어 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마이크로글리아를 활성화시키게 되는 거죠. 중뇌의 흑질 도파민 신경세포에는 트롬빈의 전단계인 프로트롬빈이 많이 존재합니다. 이것이 트롬빈으로 변해 마이크로글리아를 활성화시키는 것입니다.”



> 권투선수였던 알리는 선수생활을 하면서 받았던 뇌의 충격이 마이크로글리아를 활성화시켰고, 그것이 파킨슨병의 일으켰다고도 할 수도 있겠네요.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당시 파킨슨병을 앓아 불편한 몸으로 성화봉송을 한 알리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물론 정확한 발병원인을 모르지만 뇌에 가해진 충격으로 트롬빈과 같은 마이크로글리아 활성화 물질에 노출되어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료법도 원인을 알아야 나올 수 있다
  



> 마이크로글리아 활성화를 막는다면 파킨슨병의 예방도 가능하고, 새로운 치료법이나 치료약이 나올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 아닌가요.


“앞으로 제가 연구해야 할 일인데요. 아까 말씀드린대로 그동안 파킨슨 병 원인규명보다는 치료법에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안타깝게도 정부의 지원금이 원인규명보다는 치료법에 더 많이 배정되어 있습니다.

최근 줄기세포를 이용한 성과들도 도파민을 만들어 내는 신경세포를 심어서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법이죠.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마이크로글리아처럼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 있다면 이 물질들이 새로 이식하여 살아난 신경세포를 잡아먹을 수도 있고, 줄기세포가 마이크로글리아를 활성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마이크로글리아와 같은 신경교세포의 역할에 관한 연구는 이제 초기 단계이지만 신경세포를 활용한 치료법과 마이크로글리아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방법을 함께 고려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이 예방법이나 또 다른 치료법이 나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며 당장 새로운 치료약이 개발되기는 힘들지만 이런 연구들이 쌓이면서 새로운 치료제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 요즘 아주대에서 뇌질환에 대한 많은 연구 성과가 나오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아주대 뇌질환연구센터가 생긴 지 올해로 6년이 되었습니다. 현재 함께 연구하는 분들이 10분이 넘는데요. 대부분 신경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들로 뇌과학 1세대들이죠. 많은 인원이 모여 있다보니 서로 공동연구도 하고 도움도 받고 합니다. 얼마 전에 곽병주 선생이 치매약을 개발했는데 이 약의 파킨슨병에 대한 검증은 제가 하게 됩니다. 이런 협동연구가 좋은 결과들을 나오게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글. 이장희 기자 jjang@power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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