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깍지 껴서 위로 쭉 올리세요, 기지개 펴듯이. 자, 숨을 잠깐 참고 버팁니다. 하나, 둘, 셋. 이제 바로. 어때요, 몸이 개운해지죠? 몸을 움직이면 여러분의 뇌가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잠깐의 움직임이지만 이마와 코끝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힘들수록 환한 미소를 잊지 말라고 말해준다. 이렇게 음악과 함께 시작하는 우리반의 뇌체조와 명상 시간. 아침시간을 이용해 날마다 15분에서 20분 정도씩 뇌를 깨우는 체조와 명상을 하고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우리반에서 날마다 반복되는 하루의 리듬이다.
내가 이렇게 뇌교육을 학급운영과 수업에 적용하게 된 것이 한 10년쯤 된다. 처음에는 단지 몸을 깨우는 것이 뇌를 깨우는 일이 된다는 단순한 믿음에서 시작했고, 이제는 뇌교육의 큰 꿈과 비전에 감동해서 나의 교육적 신념과 에너지를 아이들의 뇌를 깨우는 일에 쏟고 있다.
나는 뇌교육을 통해 내가 만나는 소중한 아이들이 자신의 뇌의 가능성을 믿고 뇌를 잘 활용해서, 자신 있고 당당하게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실 10여 년간 뇌교육을 학급운영이나 인성교육의 한 프로그램으로 적용하면서 나는 우리반의 분위기가 따뜻해지고, 많은 아이들이 학습 집중도가 높아지는 것을 체험하기는 했다. 하지만 뇌교육이 교육의 새로운 희망이 될 거라는 믿음과 확신이 생긴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것은 교육현실의 변화와도 관련이 깊다.
해가 바뀔수록 내가 만나는 아이들 중에는 정서적인 문제가 있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또는 학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집중력에 심각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가만 돌이켜보면 5, 6년 전만해도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아이가 한 학년에 한 둘이거나 한 반에 하나 있을까 말까 했다. 그런데 이제는 정서장애나 학습장애로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아이들이 한 반에 한 둘은 꼭 있다.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5~6명 이상인 경우도 있다.
이게 과연 나만의 생각일까? 주위의 동료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이런 느낌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교사라면 모두가 공감을 한다. 초등학교에서 많은 교사들이 생활지도가 어려워서, 또 아이들과 소통하기 어려워 5학년이나 6학년 담임을 기피하는 것도 이러한 현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 동안 6학년 담임을 여러 번 하면서 교사가 아이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거나 학급의 사건을 원만하게 처리하지 못해서 교사와 아이들 사이가 크게 틀어지고, 결국에는 기본적인 수업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자주 보았다.
가르치는 일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믿는 교사에게, 아이들에 의해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그 정체성조차 위협받는 지금의 교육 현실은 정말이지 암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일 수밖에 없다. 교직경력이 17년이 넘어가는 나에게도 그런 위기의 순간들이 수없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적 현실이 힘들면 힘들수록, 또 만나는 아이들에게 문제의 징후가 커질지라도 나에게는 희망과 꿈이 있다. 뇌교육을 통해 ‘위기가 기회다’ 라는 말이 진실임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뇌교육은 밖에서 아이들의 뇌에 갖가지 지식들을 넣어주고 어서 바뀌라고 무리한 주문을 하기보다 아이들의 몸부터 바꾸어 뇌의 상태를 개선해주는 자연스러운 교육방법이다. 몸이 바뀌면 뇌의 호르몬 상태가 바뀌고 그것은 바로 마음 상태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체험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감을 갖게 되기 때문에 부정적인 뇌의 정보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탁월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뇌교육이 교육의 대안이라고 내가 확신하게 된 이유는, 뇌교육이 가진 크고 밝은 철학 때문이다. 한민족의 철학과 정신을 바탕으로 한 뇌교육은 뇌파가 안정되고 뇌가 골고루 활성화되면 누구나 자연히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고 평소의 분리된 개체라는 의식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큰 의식을 갖게 된다는 원리를 기초로 하고 있다. 이것이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이 뇌교육을 통해 자신의 뇌에 깃들어 있는 본성을 깨닫게 된다면, 그것은 단지 한 사람의 삶의 변화만이 아니라 나아가 인류의 삶의 모습까지도 바꿀 수 있는 크고 원대한 꿈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뇌교육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의지와 힘을 내어 아이들에게 뇌교육을 적용하려 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만나는 아이들에 따라 어느 해는 행복한 한 해, 어느 해는 불행하지만 어떻게든 버텨나가면 되겠지 하는, 좋았다 나빴다를 되풀이하는 순환 고리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우리 뇌는 어려움과 고난을 통해 의식을 더욱 성장시키고 마음을 환하게 밝히는 힘이 있다. 마치 탁탁 마주침에 불꽃이 일고 불을 밝히는 부싯돌마냥 뇌교육을 통해서 나는 해마다 진정한 교사로 성장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교직을 처음 시작할 때 품었던 단순히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에서 나아가 참 스승이 되겠다는 정말 큰 목표를 갖게 되었다.
이제부터 여기에 진정한 교사로서 성장해가는 나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려 한다.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까 떠올리며 지난 1년을 돌아보니 엉킨 실타래를 풀듯이 땀나고 힘들었던 수많은 일들이 나의 성장에 불을 지핀 부싯돌이었음을 다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글. 김진희
올해로 교직경력 18년차 교사입니다. 고3시절 장래희망에 교사라고 쓰기 싫어 '존경받는 교사'라고 굳이 적어넣었던 것이 얼마나 거대한 일이었는지를 이제야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