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내 아이의 인내심에 대해 한 번 쯤은 분통을 터뜨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아이들은 한 가지에 만족하지 못한다. 자동차를 잘 가지고 노는가 싶으면 어느새 공놀이를 하고 있다. 조금 더 커서는 공부하는 시간보다 준비시간이 더 길기도 하다.
왜 아이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집중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이들은 처음에는 어떤 일이든 만만하게 보고 덤빈다. 하지만 대부분은 조금 해보고 나서 금방 자신감을 잃는다.
조금만 더 참아내고 다시 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울면서 실망한 아이의 얼굴을 보면 “다시 해보자!” 하는 응원의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간혹 부모가 아이보다 먼저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좌절을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이 오히려 아이를 해치는 것은 아닐까.
20분 인내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인내심에 대한 미국 브리검영대학교의 실험결과는 아이들에게 인내심이 왜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처음 보는 장치들을 사용하는 이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의 자신감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조사했다.
참가자들의 대부분은 장치를 사용하기 전에 ‘그 정도쯤이야’ 하고 자신만만해하다가 한번 시도하고 난 후에는 ‘난 할 수 없어. 언제나 그래’라는 부정적 태도가 되었고, 다시 20분 정도 연습한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긍정적이 되었다.
실험 후 참가자들은 ‘나는 이 일을 잘할 수 있고 새 기술도 더 능수능란하게 해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구진은 “처음에는 누구나 실패할 수 있지만 하다 보면 잘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배우지만 그 뜻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조금만 더 견뎌내는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떤 것을 마음속으로 그리며 반복적으로 연습할 때 우리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그것에 좀더 집중하게 된다. 새로운 신경망을 반복적으로 활성화하고 연결하면 더 강하게 시냅스 연결을 형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내라는 새로운 마음의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자의식과 자기통제력
뇌의 다양한 기능들 중에서 사고기능에는 ‘자의식’이 포함된다. 자의식은 수동적으로 반응하며 그저 ‘있을’ 뿐인 존재가 될 것인지,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하는’ 존재가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능이다. 예를 들어 감각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비해 사고는 의식적으로 처리된다.
이와 같이 자신을 통제하는 자의식은 뇌의 다른 많은 영역과 관련되어 있다. 특히 계획을 세우고 선택하고 판단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전두피질,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그를 실행하는 기능을 하는 안와전두피질 등이 관련이 깊다.
이 부위가 발달해야 선택하고 계획한 것을 실행하기 위해 눈앞의 즐거움을 젖혀둘 줄 아는 자기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인내심과 뇌의 발달
성인에 비해 아이들은 충동을 이겨내는 것에 서툴다. 자기통제가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것을 아직 배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이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전두피질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게 되는 것은 20대 이후 무렵부터다.
인내는 전두엽에서 다른 정보와 함께 처리되면서 ‘참는다’는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즉 인내심도 뇌의 능력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뇌과학자들은 폭력적인 아이의 경우 전두엽 발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를 연구한다.
뇌는 기본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그 기능이 발달되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어려서부터 인내하는 경험을 통해 두뇌회로를 발달시켜야 한다. 아이에게 무작정 인내를 강요해서는 안 되지만 인내하는 습관을 통해 전두엽의 기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뇌발달에 가장 좋은 활동은 역시 운동
미국 조지아건강과학대학의 예방연구소는 운동과 자기통제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7세에서 11세 사이의 비만아동 171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운동을 하는 어린이들이 복잡한 사고와 자기통제를 담당하는 뇌 영역의 활동이 증가한다는 것을 뇌 이미지 스캔을 통해 확인했다.
연구팀은 비만 아동들을 방과후 매일 20~40분간 격렬한 운동을 하는 집단과 운동을 하지 않는 집단으로 나눴다. 운동프로그램은 달리기, 훌라후프와 줄넘기 등으로 구성됐다.
MRI 검사결과 운동을 하는 어린이들은 자기통제, 계획, 추론, 추상적 생각 등과 관련 있는 뇌 영역의 활동이 증가했다. 또 복잡한 생각이나 올바른 사회적 행동과 관련 있는 전전두피질 영역도 발달했다.
운동이 아이들의 건강한 뇌를 위한 핵심 활동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온갖 학원수업과 컴퓨터 게임, 텔레비전 시청 등은 자연적인 발달본능을 억제시킬 수 있다. 되도록 많은 시간을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가장 중요한 교육환경이다.
글·최유리 yuri2u@hanmail.net
도움받은 책·《뇌맵핑 마인드》 리타 카터,
《평생 뇌력 6살에 결정된다》 뇌과학과 자녀교육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