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란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던 사람이 뇌에 발생한 각종 질환으로 인하여 여러 인지기능을 상실하고 이로 인하여 일상생활조차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즉 치매는 특정 질환이 아니고 특정한 증상들의 증후군이다. 따라서 치매는 여러 가지 질환들에 의해 나타난다. 치매라고 하면 알츠하이머병만을 생각하는데 그 밖에 중풍, 파킨슨병, 술, 영양결핍, 두부외상 등이 치매의 주요 원인이다.
치매의 증상
치매의 증상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 기억력 소실
■ 이해력의 감퇴
■ 언어능력의 감퇴
■ 방향감각소실
■ 계산능력 감퇴
■ 성격변화 등이 여러 양상으로 나타난다.
아세틸콜린의 감소현상
원인질환과 종류, 그리고 정도에 따라 치매 증상은 매우 다양하며, 가벼운 기억장애부터 심한 행동장애까지 나타난다. 치매 환자들은 기억장애 외에도, 사고력, 추리력 및 언어능력 등의 영역에서 어느 정도의 장애를 같이 보이며, 인격 장애, 성격의 변화와 비정상적인 행동들도 치매가 점차 진행됨에 따라 나타난다.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사소한 일들을 깜빡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고, 나이가 들면서 뭔가 잊어버리는 일들이 더 잦아지는데 이것을 양성노인성건망증이라 한다. 외형상 치매는 이러한 건망증과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건망증은 사건의 세세한 부분만 잊고, 귀띔을 해주면 금방 기억하고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메모 등으로 기억력을 보완하려고 노력한다. 이에 반해 치매는 사건 자체를 잊고, 귀띔을 해주어도 기억 못하며, 본인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치매의 진단 및 치료는 우선 환자의 증상이 치매에 합당한지를 보고, 병력과 신경학적 검사 등 몇 가지 적절한 검사를 통하여 내린다. 치매의 예방과 치료는 환자의 진단이나 위험인자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그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치매의 대표적인 질환이라고 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뇌의 아세틸콜린이 감소하며 증상이 나타난다는 이론이 있다. 이에 따라 뇌 안에서 아세틸콜린이 분해되어 없어지는 것을 담당하는 효소인 아세틸콜린 에스테라제 억제제를 억제함으로써 뇌 안의 아세틸콜린의 양을 증가시킬 수 있는 타크린, 아리셉트, 엑셀론을 사용하고 있다.
치매를 일으키는 질환들
그러나 치매가 모두 알츠하이머병은 아니고 치매에는 다양한 원인의 예와 치료법이 있다.
심한 치매사례로 74세의 할머니가 딸에 의해 응급실로 실려 왔다. 할머니는 치매가 심하여 어디가 불편하냐고 물어도 대답도 못하시고 식사도 제대로 챙기시지 못한다고 하였다. 3-4년 전만 하여도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잔병도 없이 아주 건강하게 지내셨다고 하며 2년 전부터 조금 전만 못한 것처럼 보이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혼자 지내시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하였다. 그러다가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묻는데 목소리도 힘이 없고 우물우물 하시는 것 같아 조금 걱정하기 시작했다. 일년 전에는 서울 가족과 같이 살 계획도 하였으나 여러 사정으로 그냥 지내왔는데 지난 명절에 가보니 집안도 엉망으로 되어있으며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것이 역력하여 서울로 급히 모시고 왔다고 한다.
서울에서 몸을 보하려고 한방병원에 모시고 갔으며 처음에는 중풍으로 생각하여 MRI(핵자기공명)를 찍었으나 별 소견이 없자 치매로 진단하여 입원과 외래 치료를 수개월 간 받았다. 그러나 점점 상태가 나빠지면서 이젠 물어도 대답도 전혀 하지 못하고, 혼자서는 앉지도 못하고, 음식도 삼키지 못하여 튜브로 식사를 공급하기 시작하자 응급실로 모시고 온 것이었다.
검사하는 도중 환자는 침대에 누워 말 한마디 하지않고 이리 저리 움직이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었다. 나이, 이름을 물으니 처음엔 대답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으나 1~2 분후에 나이도 말하고 이름도 대답했다. 질문을 하고 끈기 있게 기다리면 할머니의 나이와 환경에 맞는 수준의 대답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신경학 검사 상 파킨슨병의 소견이 있어 파킨슨병에 대한 치료를 시작하였다. 2주 후 할머니는 혼자 식사도 하고 걸을 수 있는 상태로 퇴원하였다. 현재 할머니는 딸의 집에서 아무 불편 없이 스스로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손자 손녀들과도 잘 어울리며 지내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64세의 한 환자는 약 10년 전에 고혈압과 당뇨병을 발견하였으나 불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해 왔다. 그러나 3년 전부터는 이야기를 하고도 바로 까맣게 잊어버려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점점 빈도수가 높아지면서 남을 의심하고 며느리, 손자와도 언쟁이 잦아졌다. 그는 최근 6개월 동안 외출하였다가 기억장애가 심해져 여러 번 길을 잃었다. 가족들은 노망은 치료가 안 된다고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밤에 잠도 안자고 난폭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여 병원을 찾게 되었다. 단층촬영과 뇌동맥 촬영 결과 오른쪽 경동맥이 90%가량 좁아져 있었고 왼쪽도 60%가량 좁아져 있었으며, 뇌혈관 세동맥(조그만 가지)이 막혀 뇌세포의 손상이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 이 환자의 경우는 혈관성 치매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이 환자가 3년 전, 기억장애를 처음 보이기 시작할 때에 병원을 찾았더라면 그 이후에 나타난 심각한 노망증세를 모두 예방할 수 있었다.
치매, 조기발견의 중요성
뇌세포는 일단 손상되면 다시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라도 늦게 발견하면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조기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다른 많은 병과 같이 유전적 요소도 중요하나 이는 우리가 조절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평상시에 실천 할 수 있는 치매예방법을 습관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전범석 brain@snu.ac.kr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학교실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