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부산 과학고를 거쳐, 카이스트 석· 박사 과정을 마친 32세의 똑똑한 박사가 있다. 그는 앞으로 꾸벅꾸벅 졸고 있을 인간의 ‘뇌’ 에 관심을 기울일 작정이란다. 왜일까? 잠자는 뇌를 깨우면 곧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고, 그것이 자기가 그렇게도 갈망하는 결과라는 젊은 과학도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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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뇌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무언가 풀리지 않는 어려운 난제에 닥쳤을 때, 순간 번뜩이며 아이디어가 떠오를때가 있는데 참 신기하거든요.” 숨을 쉬는 것에서부터 생활 속에서 필요한 문제해결능력, 새로운 것에 대한 용기, 도전과 인내 등과 같은 고등정신작용 또한 뇌가 가진 무궁무진한 능력이라며, 뇌를 제대로 연구해서 사람들이 잘 활용할 수 있다면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2004년, 그 바람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90년대부터 인지신경과학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뇌교육프로그램의 연구개발 및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뇌과학연구원에 입사하게 된다.
뇌의 무한 가능성, HSP를 만나다!
김성운 박사가 연구하는 것은 약 140억 개의 신경세포가 만들어내는 뇌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무한한 잠재가능성을 뜻하는 HSPHeightened Sensory Perception 현상으로 우리말로 고등감각인지라고 불린다. HSP가 개발되면 시각이 차단된 상태에서도 대상물을 인지하는 현상이 일어나 국내외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것은 26년 전 한국뇌과학연구원의 일지 이승헌 원장이 인간의 뇌 속에 잠재되어 있는 HSP 현상을 직접 체험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HSP를 체계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연구되어 현재 전국에서 많은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는 뇌기반 국제올림피아드인 IHSPO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전 세계에서 많은 아이들이 HSP를 통한 두뇌개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인간의 뇌가 가진 새로운 인지체계를 보여줄 수 있는 HSP에 대한 과학적 연구도 활발해, 작년에는 1975년 세계 최초로 PET(양전자 방출영상)를 개발해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로 손꼽히는 조장희 박사와 공동연구협정을 맺고 현재 연구가 한창이다.
“뇌를 알면 곧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면밀히 따지면 외부에서 정보를 받고 그것을 처리해서 행동하는 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패턴이거든요. 이것을 처리하는 뇌의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찾게 된다면 존재감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싶어요. 중요한 것은 HSP 현상은 특정 소수만이 가지는 특별한 능력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죠. 자신의 뇌 속에 있는 그런 능력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것뿐이거든요. HSP는 누구나 개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뇌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행복할 때까지 달리기는 계속된다!
HSP 프로그램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시각에 대한 자극을 차단한 상태에서 색상, 모양, 알파벳을 보고 인지하는 두뇌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뇌에 잠재된 무한한 감각을 일깨워준다. 이를 통해,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감정 및 스트레스 조절능력이 자연스레 길러지고 자신감도 생겨난다. 하지만 김성운 박사는 HSP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건강Health, 행복Smile, 평화Peace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뇌 속에서 본질적으로 추구되어야 하는 것은 내가 아닌 모두를 위한 생각이며 그것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 홍익의 이념이 HSP 개발에 중요한 코드가 된다는 말인데, 실제 HSP 학생들은 개인적 욕심만이 아닌 전체를 생각하는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연구를 하면서 제일 보람을 느낄 때는 HSP 훈련을 받은 아이들이 인류를 위하는 마음이 기본이 되어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당당히 말할 때라고 하는 김성운 박사. 우리 민족의 뿌리인 홍인익간의 정신문화를 바탕으로 개발된 ‘과학적인 보물’을 보다 많은 사람들한테 알려주기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에 기대가 크다고 한다. 한 가지 일에 매진하면 곧 그것이 자신의 길이라는 고집 또한 꺾을 수 없을 듯 보이니, 노력의 결실이 차곡차곡 쌓인다면 그의 생각대로 머지않아 우리나라가 인지과학의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상상도 해볼 만하겠다.
글·전미영 yoyuge77@brainmedia.co.kr│사진·김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