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정보를 분석하고 고민 상담까지 해주는 시대다. 인공지능이 일상 깊숙이 들어온 시대에 인간의 뇌는 어디에 서야 하는가. 더 근본적으로 인간의 고유한 가치는 무엇일까.
『브레인 리부트』는 이 질문에 ‘뇌활용’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뇌에 관한 지식을 많이 아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몸과 감각을 깨우고 스스로 사고하며 삶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3부 ‘브레인트레이닝—뇌도 운영 체제가 필요하다’라는 몸과 움직임, 뇌운영시스템 BOS, 브레인트레이닝과 명상을 통해 이러한 뇌활용을 실제 삶에서 어떻게 훈련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최근 『브레인 리부트』의 주요 필진들이 유튜브 채널 ‘오보화의 K명상TV’에 잇따라 출연해 책에 담긴 문제의식과 자신이 생각하는 뇌활용의 의미를 풀어놓았다. 장래혁 《브레인》 편집장과 오보화 K명상 트레이너, 노형철 브레인트레이너협회 이사, 강도형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의 이야기를 통해 『브레인 리부트』가 말하는 ‘뇌의 주인이 되는 법’을 들여다봤다.
▲ 오보화K명상TV 트레이너와 [사진=오보화K명상TV 갈무리]
AI라는 거울이 정교해질수록 내면을 보는 힘이 중요
『브레인 리부트』를 기획한 장래혁 《브레인》 편집장(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은 AI를 ‘인류가 처음 마주한 거대하고 정교한 거울’에 비유했다.
알고리즘은 이미 사용자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파악하고, 앞으로 무엇을 보고 선택할지까지 예측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문제는 외부의 거울이 정교해질수록 사람의 의식이 바깥을 향해 정작 ‘나를 향한 내면의 거울’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기술이 제공하는 정보와 추천에 익숙해지는 동안 스스로 느끼고 판단하고 선택하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와의 공존과 경쟁이 빨라질수록 자기 내면을 비추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래혁 '브레인' 편집장 [사진=오보화K명상TV 갈무리]
이어 장 편집장은 인간이 놓치고 있는 것으로 두 가지를 짚었다. 하나는 무뎌지는 신체 감각이고, 다른 하나는 찰나의 영상에 밀려나는 깊은 사유의 시간이다. 그는 뇌의 발달과 발현 순서가 '지덕체'가 아닌 '체덕지'라고 말했다. 몸의 움직임이 먼저이고 감정, 사고와 논리가 그 뒤를 따른다는 설명이다. 외부 감각이 넘치는 사이 몸 안에서 오는 내부 감각을 잃어 가는 것이 오늘날 여러 사회 문제의 밑바탕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그가 인간 뇌의 중요한 특성으로 꼽는 것은 ‘창조성’이다. 인간은 상상한 것을 현실로 만들며 환경과 문명을 변화시켜 왔다. 다만, 창조성이 기술 발전을 이끌어 왔다면, 이제는 그 기술을 무엇을 위해 어디에 쓸 것인지 정하는 '가치'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똑똑한 뇌를 넘어 좋은 뇌”라는 말로 설명한다. AI시대에는 인간의 잠재성을 높이는 일과 그 잠재력을 어떤 방향으로 쓸지 정하는 가치의 힘을 키우는 일이 나란히 가야 한다.
뇌를 깨우는 출발점은 내 몸을 다시 느끼는 것
오보화 K명상TV 트레이너(글로벌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는 『브레인 리부트』에서 보다 실천적인 영역에 대해 이야기했다. ‘몸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몸과의 불통을 깨는 근육 이완 훈련’, 호흡과 지감명상, 몸의 중심에 에너지를 모으는 명상 등이다.
그가 강조하는 출발점은 뇌와 몸을 분리해서 보지 않는 것이다. 뇌와 몸은 서로 떨어진 두 대상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시스템이며, 자신의 몸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느냐는 곧 자신과 뇌를 대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오 교수는 이 차이를 ‘바디(body)’와 ‘소마(soma)’라는 두 관점으로 설명한다. 바디가 다른 사람의 시선처럼 외부에서 객관화한 몸이라면, 소마는 내가 직접 느끼는 살아 있는 몸이다. 거울을 보며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어깨에 긴장이 있는지, 호흡은 어떤지, 몸이 편안한지 스스로 감지하는 것이 소마적 관점이다.
현대인은 끊임없이 화면을 보고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정작 자기 몸에서 올라오는 신호에는 둔감해지기 쉽다. 그래서 브레인트레이닝의 첫걸음은 거창한 두뇌 훈련이 아니라 몸과 다시 소통하는 데서 출발한다.
오 교수는 명상 역시 생각을 없애는 행위라기보다 몸의 감각과 호흡, 느낌을 알아차리며 자신에게 다시 주의를 돌리는 훈련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마음과 몸이 소통하는 언어가 '느낌'이며, 자신의 몸을 느끼는 순간이 곧 마음이 몸으로 돌아오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 노형철 (사)브레인트레이너협회 이사 [사진=오보화K명상TV 갈무리]
AI가 묘사할 수는 있어도 대신 경험할 수는 없다
노형철 브레인트레이너협회 이사는 AI시대에 브레인트레이닝이 필요한 이유를 ‘경험’에서 찾는다.
노 이사는 "사과의 맛을 묘사하는 AI와 사과를 직접 베어 무는 사람의 경험은 다르다"는 비유를 들며, 바로 이 ‘살아 있는 경험’이 인간에게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AI에 의존할수록 정보와 설명을 얻기는 쉬워지지만, 직접 느끼고 움직이며 자기 몸과 감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경험하는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AI시대 브레인트레이너를 인간이 자기 경험을 더 생생하게 느끼도록 돕는 전문가라고 설명한다.
노 이사가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뇌를 어떤 방향으로 개발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망치가 못을 박는 유용한 도구도, 흉기도 될 수 있는 것처럼 뛰어난 두뇌 능력이 그 자체로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으며, 뇌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데도 능력의 향상만큼 윤리와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첫 브레인트레이너 교육에서 만난 60대 수강생이 "내 뇌는 끝난 줄 알았는데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고마워했던 일화를 전하며, 뇌는 생명이 다하기 직전까지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브레인트레이닝의 목표는 단순히 기억력이나 집중력을 높이는 ‘두뇌 성능 향상’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어떤 가치와 목적을 위해 사용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음만 들여다봐서는 부족…몸·감정·뇌는 연결돼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도형 원장은 오랜 명상 경험과 연구, 임상 진료를 통해 몸과 뇌, 감정을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으로 바라본다.
강 원장은 과거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뇌파진동 명상과 만성통증을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명상 연구에 이르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 강도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오보화K명상TV 갈무리]
서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시절 뇌파진동 명상과 만성통증을 연구한 그는 자신이 명상 연구에 이르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명상이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던 때였지만, 수련 경험을 통해 ‘마음을 과연 뇌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게 됐다고 한다.
특히 만성통증 환자 연구와 명상 연구를 진행하면서 몸과 뇌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통증과 관련해 변화가 관찰되는 일부 뇌 영역과 오랜 명상 수행자들에게서 차이가 관찰되는 영역 사이에 연관성이 있었다고 설명하며, 이를 통해 몸과 감정, 뇌를 따로 떼어 바라보기보다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통찰을 얻었다고 말했다.
강 원장이 특히 주목하는 개념은 ‘내수용감각(interoception)’이다. 시각·청각·후각 등 오감이 외부 세계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이라면, 내수용감각은 심장 박동이나 호흡, 장기 상태 등 몸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다.
그는 자율신경계와 호르몬계, 면역계가 몸과 뇌를 잇는 통로이고, 내부 상태를 알아차리는 감각이 감정과 자기조절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려면 머릿속 생각만 분석할 것이 아니라 지금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명상과 브레인트레이닝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기술을 넘어, 몸과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느끼고 조절하는 훈련이 된다.
‘뇌를 아는 것’에서 ‘내 뇌를 사용하는 것’으로
네 사람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곳에서 시작하지만 하나의 지점으로 모인다.
장래혁 편집장이 AI 시대 인간이 잃어버리기 쉬운 ‘내면의 거울’을 이야기한다면, 오보화 교수는 그 내면으로 돌아가는 출발점을 몸의 감각에서 찾는다. 노형철 이사는 몸과 감각을 통해 인간 고유의 경험과 신경망을 훈련하는 브레인트레이닝의 역할을 강조하고, 강도형 원장은 몸과 감정, 뇌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연구와 진료 경험을 통해 설명한다.
저자들의 공통된 메시지는 AI 시대에 인간이 지켜야 할 자리가 몸에서 오는 감각과 경험, 그리고 그 위에서 자라는 공감과 공생에 있다는 점이다.
결국 『브레인 리부트』가 제안하는 ‘리부트’는 더 똑똑한 뇌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몸과 감정을 조절하며,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는 힘을 회복하는 일에 가깝다.
AI가 인간을 대신해 더 많은 답을 내놓을수록 역설적으로 중요해지는 것은 그 답을 사용하는 인간이다. 어떤 기술을 선택하고 무엇을 위해 쓸 것인지, 그 선택으로 어떤 삶과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지 결정하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다. 『브레인 리부트』가 23년간 축적된 뇌 이야기를 ‘인간다움에 이르기 위한 뇌활용’으로 맺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시대의 핵심 질문은 어쩌면 ‘AI가 인간보다 얼마나 똑똑해질 것인가’가 아니라 ‘나는 내 뇌를 얼마나 잘 알고, 얼마나 주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가’인지 모른다.
《브레인 리부트》 주요 필진들이 출연한 ‘오보화의 K명상TV’ 유튜브 라이브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오보화의 K명상TV)
글. 전은애 수석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