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한국형 사회정서학습]
➊ 마음건강 향상을 위한 한국형 해법을 찾다
➋ 학업성취도 1등, 행복지수 꼴등인 나라의 교육위기 (클릭)
➌ 사회정서학습의 ‘한국형’ 모델을 찾아서 (클릭)
❹ 마음건강은 두뇌훈련 전문가와 함께 (클릭)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생들의 정신건강이 더욱 취약해지고 있는 것은 지표로도 나타난다. 2011년 이후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며, 중·고등학생의 26퍼센트가 최근 1년간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많은 학생이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또래와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불편함을 겪는 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수업 중 갑자기 화를 내거나, 사소한 갈등에도 쉽게 주눅 들며 친구를 멀리하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관리하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을까”라고 교사들은 많은 고민을 한다.
2024년 1월, 교육부가 신설한 사회정서성장지원과의 발족과 함께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 개발이다. 가톨릭대 의과대학 권용실 교수 등 7인의 연구진과 초·중·고 현장 교사들이 협업해 2024년 12월 최종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일찍이 도입해 활용한 교육 모델이다.
▲ 사회정서학습의 한국형 모델을 찾아서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사회정서학습의 개념
사회정서학습(SEL,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은 아동과 성인 모두 건강한 정체성을 발전시키고, 감정을 이해·관리하며, 개인과 집단의 목표를 달성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를 실천하며, 긍정적 관계를 형성·유지하고, 책임감 있고 배려 깊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지식·기술·태도를 습득하고 적용하는 과정이다.
SEL의 대표적 모델은 미국 CASEL(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감정 조절이나 대인관계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자기 인식, 자기 관리, 사회적 인식, 관계 기술, 책임 있는 의사결정 등 5가지 핵심 역량을 제시하면서 인간의 전인적 성장과 발달을 포괄한다.
SEL은 전통적인 지식 암기 위주의 교육을 넘어,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협업, 소통, 문제해결, 공감 등 핵심 역량을 길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SEL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면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부적응 행동이나 학교폭력 등 부정적 행동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SEL은 심리적 건강, 회복탄력성, 긍정적 자아개념, 사회적 관계 형성 등 전 생애에 걸친 인간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형 사회정서학습과 미국 모델의 차이점
한국형 사회정서학습(SEL)은 미국 SEL 모델을 기반으로 하되, 한국의 사회·문화적 맥락과 교육 현실에 맞게 재구성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미국 SEL은 주로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 관계 형성,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 등 보편적 역량에 집중한다. 반면, 한국형 SEL은 ‘마음건강’을 별도의 영역으로 두어 학생의 정신건강 증진과 예방에 명확히 초점을 둔다. 또한 ‘공동체’ 영역을 강조하여 집단적 조화와 협력을 중요하게 다룬다.
또한, 미국 SEL은 개인의 감정 인식과 조절, 타인과의 공감 및 다양성 존중 등 개인주의적 가치와 심리학적 접근이 강하다. 반면, 한국형 SEL은 한국 사회의 집단주의, 공동체 의식, ‘나-너-우리’라는 관계 중심적 문화가 반영되어 있다.
교육과정 및 프로그램 운영 방식도 차이가 있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SEL을 공교육에 체계적으로 도입해왔으며 법적 근거, 성취기준, 프로그램 인증 및 전달 체계가 잘 마련되어 있다. 다양한 비학업 활동(명상, 마음챙김, 요가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한국은 2025년부터 초·중·고 학년별로 6차시씩 프로그램 도입을 시작했다. 교과 수업, 창의적 체험활동, 방과후 프로그램 등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며, 각 학교의 여건과 학년별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된다.
또한, 도덕·인성교육이 기존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SEL은 학생 정신건강 증진과 인성교육의 보완적 성격을 띤다. 아직 성취 기준이나 프로그램의 지속적 운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초기 단계이다.
마음건강을 독립된 핵심 영역으로 설정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자기’, ‘대인관계’, ‘공동체’와 더불어 ‘마음건강’을 별도의 핵심 영역으로 삼아 학생들이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를 인식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명확히 기를 수 있도록 한다. 이는 기존의 사회정서학습(SEL) 프로그램과 비교해 한국형 SEL의 가장 큰 차별점 중 하나이다.
실제로 6차시 커리큘럼 중 마지막 차시에서 마음건강 집중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마음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배우고 연습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감정이나 스트레스 상태를 인식하고, 필요시 교사·상담사·가족 등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학습하는 식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감정 인식, 스트레스 관리, 마음챙김 등 자기조절 역량을 키우는 활동을 통해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심리적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한다.
또한, 마음건강 문제에 대한 오해와 편견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둔다. 마음건강 문제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숨기지 않고 적절히 표현하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건강한 행동임을 강조한다.
‘어울림 프로그램’ 등 기존 학교폭력예방 교육과 연계하여 감정조절, 공감, 의사소통 훈련을 강화하고, 마음건강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이루어진다.
학생의 발달 정도에 따른 단계적 구성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은 전체적으로 4가지 사회정서 영역과 6가지 핵심 역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회정서 영역은 자기, 대인관계, 공동체, 마음건강, 핵심 역량은 자기인식, 자기조절, 관계인식, 관계관리, 공동체 가치 인식 관리, 마음건강 인식 관리로 구성된다.
각 영역과 역량을 고려하여 초등학교 저·중·고학년, 중학생, 고등학생을 위한 4종의 프로그램이 각 6차시로 개발되어 있다. 1차시는 사회정서역량에 대한 이해, 2~3차시는 나에 대한 차시로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운다.
4차시는 ‘너’와 잘 지낼 수 있는 대인관계에 대한 소통 방법을 학습하고, 5차시는 ‘우리’들이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학습한다. 마지막 6차시는 마음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는 학생의 발달 정도에 따라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구성했다. 예를 들어, 2~3차시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배운다.
학생들은 다양한 감정(기쁨, 슬픔, 분노, 불안 등)을 구분하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 이를 통해 감정에 대한 자기인식 능력을 높이고, 감정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구체적 자기조절 전략과 실습도 갖는다. 학생들은 심호흡, 마음챙김, 근육 이완, 감정일기 쓰기, 감정 카드 활용 등 실제로 적용가능한 감정 조절 기법을 수업 시간에 직접 체험하게 된다. 상황극, 역할극, 집단 토의 등 활동 중심 수업을 통해, 스트레스 상황이나 갈등 상황에서 감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방법도 연습한다.
한국형 사회정서학습의 교육 방법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아직은 낯설다. 몸과 마음에 접근하는 동서양의 관점과 해법이 다른 만큼, 우리 교육 상황에 맞는 사회정서학습 방법을 구축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글_《브레인》편집부
자료 출처_교육부 공식 블로그